영등포동 용호낙지 타임스퀘어점
있을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됐다. 감기로 며칠동안 후각을 잃었더니 음식을 먹어도 아무 맛이 안난다. 혀로 느껴지는 짜고, 쓰고, 단맛은 너무나도 단편적이다. 후각을 찾자마자, 잃었던 입맛까지 되찾기 위해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용호낙지로 향했다.
용호낙지 타임스퀘어점은 3층 나이키 매장 뒤편에 있다. 매운 거 못 먹는 1인이지만, 급 매콤한 음식이 당겼고, 이왕이면 한번도 먹은 적이 없는 낙곱새에 도전이다. 낙곱새에서 낙지와 새우는 좋아한다. 하지만 곱(곱창이 아니라 대창이라고 알고있음)은 내장이라서 먹지 않는다.
고기 먹을때 비계를 남기 듯, 곱만 남기고 먹을 생각이다. 그런데 밖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낙곱새가 아닌 낙차새가 있다. 곱대신 차돌박이를 넣은 거다. 아싸~ 곱은 자신없지만, 차는 먹어본 적이 있으니 괜찮다. 매운 거 못 먹지만, 이번에는 중간 매운맛으로 해서 얼큰하게 먹어봐야겠다.
예상을 못한 건 아닌데, 역시 전골 메뉴는 기본이 2인분이다. 혼밥으로 가능한 메뉴는 낙지장비빔밥과 소불고기구이덮밥 그리고 낙지해물순두부라고 한다. 낙차새가 무지 끌리지만, 혼자서는 무리임을 알기에 낙지장비빔밥(12,000원)을 주문했다.
낙지장이라고 해서 게장이나 새우장처럼 나오는 줄 알았는데 낙지볶음이다. 낙지장 비빔밥이라 쓰고, 낙지볶음 비빔밥이라고 읽는다.
오징어와 달리 낙지는 익힘이 중요하다. 오래 익히면 질겨져서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타이밍을 잘 잡아내야 한다. 낙지전문점답게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매콤한 양념은 낙지 겉면에만 있을 뿐, 속살은 낙지 본연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첫입은 맵지만, 계속 씹다보면 낙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아주 맘에 든다.
비빔밥이니 쓱쓱 비벼야 한다.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숟가락 측면을 사용해 비빈다.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래, 이 맛이 아니라, 이 향기다.' 후각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는 중이다.
매운맛을 잡기 위해 반찬으로 나온 계란찜을 투하했다. 매콤함이 입맛을 당기게 하지만, 강도를 살짝 줄일 필요가 있다. 계란찜은 비빔밥에도 넣고, 리필을 해서 반찬으로도 먹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낙지는 야들야들, 콩나물은 아삭아삭, 밥은 매콤매콤 여기에 시원상큼 배추김치를 더한다. 입 안에 밥이 한가득인데, 숟가락은 벌써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낙지도 꽤 넉넉하게 들어있고, 과하지 않은 매콤함이 입맛을 계속 당긴다. 낙지장비빔밥으로 인해 낙곱새와 낙차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반주까지 더해서 다음은 2인분에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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