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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아소정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대표메뉴를 먹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가끔은 어길 때가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들과 다른 길을 걷지만 결국은 틀렸음을 알게 된다. 갈비찜과 함흥냉면 중심에서 갈비탕을 외치다.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아소정이다.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아소정

아소정은 흥선대원군이 생을 마감한 별장으로, 내가 내 자신을 비웃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흥선대원군이 지친 몸을 잠시 쉬어 가는 곳으로 아소정의 은행나무를 자주 이용했다는 설이 있다. 흥선대원군의 인생이 덧 없음을 슬퍼하는 듯 아소정 내부의 은행나무는 암나무이면서도 은행이 열리지 않는 기임함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아소정 메뉴판) 실제 아소정은 여기가 아니고, 식당 근처에 있는 서울디자인고등학교 부지에 있었다고 한다. 

 

한옥집 마당같은 곳일 듯~

입구와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꽤나 넓다. 한옥집을 개조한 식당으로 마당은 물론 대청마루와 방도 입식 테이블로 되어 있다. 방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공간을 연출했다. 그래서 독립된 공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갈비찜 메인이고요~
함흥냉면도 메인이지요~

갈비찜은 대체로 달달한 맛이다. 단맛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혼밥에 갈비찜은 과하다. 그럼 또다른 시그니처인 함흥냉면을 먹어야 하는데, 그냥 끌리지 않는다. 가을이라 그런지 냉면보다는 따끈한 국물이 더 끌린다. 갈비찜을 잘하는 곳이니, 같은 부위를 쓰는 갈비탕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왔다. "갈비탕(13,000원) 하나 주세요." 원산지는 국내산은 아니고, 호주산 & 멕시코산이다. 

 

냉면집이니 뜨끈한 육수가 기본으로 나온다. 면수는 좋아하지만 고기국물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가볍게 패스다. 냉면집이니 겨자와 식초는 필수, 갈비찜 혹은 갈비탕용 간장도 있다.

 

공깃밥과 김치가 먼저 나와요~

메마른 김치가 아니라 수분가득 촉촉한 배추김치와 깍두기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탕을 하는 식당은 김치가 맛있어야 하는데, 담음새가 맘에 들지 않으니 젓가락이 자주 가지 못하고 어쩌다 한번이다. 배추김치는 겉절이는 아니고 깍두기처럼 잘 익은 김치다. 

 

염리동 아소정 갈비탕 등장이요~

설렁탕같은 하얀 국물은 싫어하지만, 맑디 맑은 갈비탕 국물은 좋아한다. 적당히 들어있는 파 아래 갈비가 잠들어 있고, 더 아래에는 투명한 당면이 숨어 있을 거다. 화려함은 없지만, 순박하고 소박한 한그릇이 맘에 아니 들 수 없다.

 

왕은 아니지만 적당히 커다란 갈비대가 2개~

슴슴할 줄 알았는데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다. 국물만 먹으면 짜다 느껴지지만, 여기에 밥을 말면 간이 딱 맞을 것이다. 갈비대를 건져내니 그제야 당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렁탕에 소면은 싫어하지만, 갈비탕에 당면은 무지 좋아한다. 하얀 국물에 소면은 싫은데, 투명 국물에 당면은 좋다. 

 

가볍게 쏙 빠지는 갈비는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다시 뚝배기 안으로 넣는다. 원래는 뼈를 잡고 고기를 뜯고 씹을까 했지만, 그러면 고기 없이 국물만 먹어야 한다. 고기랑 국물이 같이 있어야지, 국물만 있으면 허전해서 안된다.

 

후추 톡톡은 기본~

간은 더할 필요는 없지만, 향은 더하고 싶어 후추를 추가했다. 맑은 국물에 당면 그리고 갈비 한 점, 그래 이맛이다. 갈비는 누린내 일절 없고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갈비 양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3천냥을 추가해 특으로 먹었어야 했나 싶다. 깔끔하면서 깊은 맛의 갈비탕은 보양식으로도 괜찮다.

 

밥 2/3 투하!

갈비탕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밥을 다 넣으면 국물이 부족해질 수 있어 2/3만 넣는다. 면처럼 당면이 걸리고, 갈비탕 육수를 듬뿍 먹은 밥과 고기를 함께 먹는다. '그래 이 맛이야' 자동적으로 감탄이 또 나온다.

 

김치만 완벽했어도 세번째 감탄이 나왔을 것이다. 탕이나 국밥집에서 김치는 주연같은 소중한 조연이라서 아쉽고 또 아쉽다. 혼밥으로 갈비찜은 무리지만, 갈비탕 대신 함흥냉면을 먹었더라면 김치 탓은 안해도 됐을 거다. 냉면 시즌은 겨울이니 찬바람이 불면 함흥냉면을 먹으러 가야겠다. 참, 아소정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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