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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러스틱참

서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굳이 충북 옥천까지 가서 먹어야 했을까? 당연히 먹어야 했다. 왜냐하면 파스타보다는 밀막걸리를 매우 몹시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 아니라 이원양조장 옆 러스틱참이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 있는 러스틱참

가능하다면 그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멀리 여행까지 왔는데,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너무 흔하니깐. 충북 옥천에 왔으니 여기 토속음식인 어죽에 도리뱅뱅이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여행인듯 여행 아닌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는 밥보다는 술이 먼저다. 고로 이원양조장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았고, 그 곳에 러스틱참이 있었다.

간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입구 앞에 작은 칠판과 담벼락에 돌출간판이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파스타집이라 살짝 어색한 듯 싶지만, 점심에 만원이 됐다는 거, 안 비밀이다. 외지인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같다.

 

테이블 4개!

창가석 하나와 4명과 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안쪽 구석에 4인 테이블이 있는 작은 식당이다. 아직 12시가 안됐고, 아무도 없기에 센터를 장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인장 왈, 중앙 테이블은 예약이 되어 있으니 창가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밥보다는 술이 메인이라 창가는 살짝 거시기(?)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메뉴 주문보다는 막걸리를 마실 수 있냐? 없냐?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가 있으니 음주는 가능할텐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술이 아니니 어떡하지 했다. 조심스럽게 주인장에게 바로 옆집(이원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주문했는데 혹시 마실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봤다.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이원양조장 주인장이 건물주(님)이란다. 

 

메뉴판 하나!

혹시나 싶어 어죽과 도리뱅뱅이가 있을까 메뉴판을 주의깊게 봤지만, 당연히 없다. 메인은 파스타인 듯 싶고, 덮밥, 함박, 스테이크, 수제버거까지 종류가 은근 많다. 처음 왔으니 주인장에게 메뉴추천을 부탁했고, 그는 치킨 바질페스토 파스트(11,000원)를 추천했다. 

 

우리밀로 만든 향수는 밀막걸리로 알콜 9%에 용량은 700ml다. 다 마실 수 있을까? 예전같지 않아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선 도전이다. 시인의 마을은 우리쌀로 만든 쌀막걸리로 알콜 10%에 용량은 향수와 동일하다. 시인의마을은 사진촬영과 맛 비교를 위해 딱 한잔만 마시고, 나머지는 주말 집에서 해치웠다. (막걸리와 이원양조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단에 나와 있는 링크를 참조하면 됩니다!)

 

러스틱참 치킨 바질페스토 파스탕 등장이요~
피클은 직접 만드 듯~
바질페스토로 파스타 꽤나 근사하다!

잘 키운 딸 하나 열아들 안부럽다고 하던데, 잘 만든 바질페스토만 있으면 요리초보도 요리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얇고 넙적한 면에 바질페스토가 가득 여기에 치킨과 콩줄기(일듯) 그리고 씨앗이 들어있다. 파스타가 흔하다 했지만, 러스틱참의 치킨 바질페스토 파스타는 흔하지 않다.

 

서울에서 먹었던 파스타에는 회색도시의 맛이 들어있다면, 충북 옥천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먹은 파스타에는 청명한 가을햇살과 깨끗하고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풋풋함이 들어있다. 동일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공간이 다르면 맛도 달라질 것이다. 고로 어죽과 도리뱅뱅이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견과류보다는 씨얏!

파스타에 와인은 익숙한데, 막걸리는 아닌가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와인도 막걸리도 모두 발효주다. 와인에 김치가 어울리듯, 막걸리에 파스타가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데 하나를 놓쳤다. 김치는 발효음식이지만, 파스타는 그렇지 않다는 거. 밀막걸리의 묵직함을 치킨 바질페스토 파스타가 잡아주면 좋은데, 결이 다르니 따로 논다. 차라리 피클이 더 좋았다. 하는 수 없어, 막걸리보다는 파스타에 집중했다.  

 

러스틱참 수제 함박 등장이요~
고기와 밥 양이 동일해~

향수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파스타에서 끝내려고 하니 매우 몹시 아쉽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2차 장소를 찾기란 식은 죽 먹기가 아니므로 바로 추가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고기를 주문했다. 밥은 처음부터 포기, 수제함박과 계란후라이만 먹을 생각이다.

 

샐러드 소스가 상큼해~

반숙 노른자를 톡톡 건드리면, 사르르 흐르면서 고소한 소스로 변신을 한다. 새큼한 데미글라스 소스와 수제함박 그리고 계란후라이는 조합은 향수와 찰떡이다. 방금 전에 먹은 치킨 바질페스토 파스타로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향수 타임이다.

 

양파가 맛을 업그레이드~

단맛이 거의 없고 걸쭉한 향수는 벌컥벌컥이 아니라 와인처럼 조금씩 입에 넣고 음미를 하면서 마셔야 한다. 쌀과 밀의 차이일까나? 풍미와 탁함은 막걸리가 맞는데, 맛은 소막(소주+막걸리 폭탄)같다. 탄산과 단맛이 없고, 도수가 9%(막걸리는 대체로 4~5%)라서 더 독하게 느껴진다. 이때 양파로 단맛을 살린 수제함박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향수를 마신다. 그렇게 왔다 갔다 했지만, 혼자서 700ml는 무리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만난 러스틱참, 메뉴는 겁나 이국적인데 맛은 지극히 토속적이다. 아무래도 향수와 함께 해서 더 그런 듯 싶다. 배도 부르고 알딸딸하니 달달한 커피와 고소한 쿠키가 땡긴다.

2022.09.22 - 향수는 밀막걸리 시인의마을은 쌀막걸리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

 

향수는 밀막걸리 시인의마을은 쌀막걸리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

찾아가는양조장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 작년 겨울, 유튜브에서 한국인의 밥상이 아닌 술상을 봤다. 우리밀로 만든 밀막걸리 편을 보고 다음번 찾아가는양조장 투어는 저기로구나 했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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