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충남 서산 서산동부시장 황금맛집

낙지만 먹으려고 했던 나를 반성하다. 자연산 대하를 앞에 두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던 나를 반성한다. 제철 음식은 보약이라는 말, 역시 진리다. 자연산 대하는 소금구이로, 갯벌낙지는 연포탕으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맛있는 거 먹을때 제일 행복한 1인, 여깄다. 충청남도 서산동부전통시장에 있는 황금맛집이다.

 

황금맛집은 서산동부전통시장 수산시장 2층에 있어요~

유명수산에서 자연산 대하와 서산 앞바다에서 잡은 갯벌낙지를 사고 난 후, 어디 가서 먹어야 하는지 주인장에게 물어봤다. 2층으로 올라가면 식당이 있는데, 황금맛집(맛집이란 단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게이름이라서 허용)이 있다. 부부가 운영을 하는데 손맛도 좋고 괜찮다는 말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왔다.

 

메뉴판은 있지만, 메뉴에 없는 음식도 가능하다. 그래서 상차림에 요리 비용이 따로 있다. 낙지와 대하를 들고 가니, 어떻게 해줄까 물어본다. 낙지는 연포탕으로, 대하는 소금구이로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0.5kg 자연산대하

자연산 대하라는 증거, 우선 수염이 몸체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꼬리가 분홍빛을 띠고 있지 않다. 자연산 대하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팔딱팔딱 뛰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서산에서 자연산 대하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순간 설렘 가득이다.

 

밑반찬 중에서 오이지만 먹었다~

10분까지는 아니고 자연산 대하가 소금구이로 되는데 8분 정도 걸렸다. 새우를 뒤집을 필요없이 뚜껑을 덮어두면 알아서 골고루 잘 익는다. 중간중간 무언가가 튀는 소리가 들리지만, 놀라지 말고 그대로 두면 된다. 새우가 다 익었다 싶으면 주인장이 와서 뚜껑을 열고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니, 그냥 기다리면 된다.

 

새하~

머리 즉, 대가리는 좀 더 익혀야 하니, 우선 몸통부터 먹는다. 웰던보다는 미디엄이랄까? 죽었지만 신선도가 좋아서 굳이 완벽하게 익힐 필요는 없다. 뜨거움을 감수하고 재빨리 껍질을 깐다. 손톱이 별로 없어서 훨씬 더 뜨겁지만, 이 아픔 뒤에는 달콤한 행복 뿐이다.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일까? 대하구이가 처음은 아닌데, 지금까지 먹은 대하 중에서 으뜸이다. 감칠맛에 달큰함은 핵폭탄급이다. 인생00이라는 표현을 싫어하는데, 이번만은 예외다. 

 

눅진한 내장 가득 대가리는 이따 만나요~
까면서 3~4마리 먹은 거 안 비밀~

껍질을 까고 먹고, 까고 먹고 하려니 감질난다. 식탐을 참으면서 껍질 제거에 돌입했다. 참, 새우의 등 두번째 마디에 내장이 있다. 껍질을 까다가 내장이 보이면 제거를 하고, 안보이면 그대로 뒀다. 쓴맛이 강해서 내장을 제거해야 하지만, 그 쓴맛을 감출 정도로 맛이 기가막히다. 

먹기 전에 초장과 간장을 덜었는데, 괜한 짓을 했다. 자연산 대하 소금구이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해서 양념이 필요없으며, 비린내 따위는 일절 없다. 

 

새우 몸통만 먹을때는 몰랐는데, 눅진한 내장을 숨기고 있는 대가리는 녹색병을 부른다. 다른 일정이 없다면 소환을 했을텐데, 대가리만 쪽쪽 빨아먹었다. 혼자서 1kg는 무리인 줄 알았는데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다. 살짝 아쉬움이 들지만, '신에게는 아직 2마리의 갯벌낙지가 있습니다.'

 

샤브샤브인 듯 아닌듯 연포탕 등장이요~
얌전히 있기에 죽었다 생각했다~

채소 육수 아니고 커다란 바지락이 여러개 들어 있는 채소 더하기 조개육수다. 간의 거의 되어 있지 않는 상태인데, 여기에 낙지를 넣어야 비로소 연포탕이 된다.

 

살아있는 주꾸미로 샤브샤브를 먹은 적이 있다. 맛은 있었지만, 익기 전까지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그때 이후로 먹지 않고 있다. 낙지가 움직이지 않기에 이번에는 죽었구나 했다. 그런데 기절 낙지였나 보다. 맛나게 먹을 테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넘 힘들다.

 

이내 잠잠해졌고, 새우처럼 낙지도 색이 변해간다~

주인장 왈, 낙지는 색이 변하면 건져내요~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살짝 덜익은 듯 싶지만, 대하구이처럼 웰던보다는 미디엄이다. 둘이 갔으면 인당 한마리이지만, 혼밥이니 다 내 차지다. 좋은 거 먹을때는 혼자가 최고다.

 

낙지로 면치기를 해볼까 했지만, 갯벌낙지는 세발낙지가 아니기에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랐다. 낙지를 넣기 전에는 투명한 육수였는데, 낙지로 인해 국물 때깔이 달라졌다. 이제야 낙지 연포탕같다.

 

아들야들~ 부들부들~ 행복행복~

식었다 싶으면 뜨거운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먹으면 된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낙지는 가을이 주는 제철 보약이다. 그나저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더니, 자연산 대하구이를 먼저 먹었다고 낙지 연포탕이 서운하게 느껴진다. 낙지만 먹으러 온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자연산 대하타령이다.

 

먹물은 천연 조미료, 2개는 많고 하나만~

연포탕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을까 하다가, 메뉴판을 보니 사리가 있다. 주인장에게 뭐가 좋을까요 물어보니, 젊은 사람들은 라면을 더 찾는단다. 그렇다면 라면사리 추가요. 지금 이순간 라면 먹을 시간~~

 

보글보글 라면이 익어가는 중~
낙지 연포탕 라면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먹물로 인해 더 깊고 진해진 국물을 기본으로, 꼬들꼬들 면발에 야들야들 낙지를 올리고 아삭아삭 오이지를 곁들이면 완벽한 한입만이 된다. 맛있다, 행복하다로는 부족하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최고다. 가을이 오면 제철 해산물을 먹으러 어디로 갈까? 이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서산으로 가면 되니깐. 낙지보다는 자연산 대하가 또 먹고 싶다.

2022.09.29 - 가을은 낙지와 대하가 제철 충남 서산동부전통시장

 

가을은 낙지와 대하가 제철 충남 서산동부전통시장

충남 서산 서산동부전통시장 계절의 변화는 날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먹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오니, 낙지가 꿈틀거리고 대하가 춤을 춘다. 이렇게 좋은 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어

onion02.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