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리단길 덤보
여행을 가면, 그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부산에 왔으니 토속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음식이 아니라 장소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운대 경리단길로 불리는 해리단길, 그곳으로 간다. 화덕에 구운 피자에 부채살 스테이크 그리고 파스타까지 덤보에서 먹는다.
부산 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인 해운대 근처로 이동을 했다. 낮에는 억수로 비가 오더니, 해가 지니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다. 저녁을 먹기에는 살짝 이른 시간이지만, 날씨가 그지 같으니 갈데도 없어, 또 밥이나 먹자고 해서 왔다.
해리단길은 이번 부산여행에서 처음 들었는데, 분위기가 경리단길과 겁나 비슷하다. 그래서 해운대 경리단길을 붙여서 해리단길로 부르나 보다. 골목마다 식당과 카페가 많이 있지만, 우리 아니 친구의 선택에 따라 덤보로 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먹는다. 부산에 왔으니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꼭 지킬 필요는 없다. 부산에서 화덕피자라, 나름 괜찮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참, 부산은 서울과 달리 QR코드는 거의 없고, 대신 전화를 걸어야 한다.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분위기는 꽁냥꽁냥 연애갬성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연애는 커녕, 혼자가 아니라 둘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왜냐하면 여기서 혼밥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1층에는 화덕이 있어 그런지 살짝 더운 느낌이 들어 2층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2층도 이내 더워져서 밥을 먹다가 에어컨을 켰다. 이날 저녁 첫손님은 우리가 아닐까 싶다. 모자이크를 할 필요가 없으니 사진은 맘껏 찍었다.
이래서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좋다. 왜냐하면 다양하게 먹을 수 있으니깐. 혼자라면 덤보 팬스테이크(16,900원)를 먹었을 테지만, 둘이라서 스테이크에 비스테카 피자(14,900원) 그리고 뽀모도로 파스타(10,900원)까지 주문했다.
피클과 함께 난이라고 해야 하나? 도우라고 해야 하나? 화덕에 구운 밀가루 빵이 나왔다. 꿀도 함께 나왔는데, 빵만 먹으면 밍밍하니 꼭 꿀에 찍어 먹어야 한다.
비스테카 피자는 덤보의 대표 피자로, 달콤한 특제 간장소스에 소고기 스테이크, 신선한 로메인에 발사믹 소스와 치즈를 올린 피자다. 화덕에 구운 피자답게 도우가 쫄깃하지만 얇지 않고 살짝 두텁다. 고기는 많아서 좋은데, 그에 반해 치즈는 양이 살짝 아쉽다. 치즈 듬뿍 피자를 먹어야 했는데, 맛나게 다 먹고 난 후 든 생각이다.
뽀모도로는 토마토 소스와 후레쉬 모짜렐라, 그라나파다노 치즈가 조화를 이루는 파스타라고 한다. 소스가 토마토인데 여기에 생토마토를 더할 필요가 있나 했는데, 확실히 다르다. 좀 더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나. 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는 그냥 먹지 말고 피자에 양보해야 한다. 그럼 피자 맛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덤보 팬스테이크는 부채살로 만든 스테이크다. 철판 위에 나와서 다 먹을때까지 온기가 계속 남아 있다. 숯불에 구워 먹어도 좋지만, 역시 소고기는 스테이크가 정답이다.
가니쉬는 트러플 오일로 조리한 버섯과 통마늘, 양파,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브로콜리가 나왔다. 고기도 푸짐하더니, 가니쉬도 꽤 푸짐하다. 트러플 오일 향을 더해서 그런지, 맛이 상당히 고급지다.
주문을 할때 고기 익힘을 묻지 않기에 알아서 잘 나오는구나 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기도 했고, 피자와 파스타를 먼저 먹느라 지체를 했더니, 미디움을 넘어 웰던으로 가고 있다. 더 익기 전에 스테이크에 집중을 한다. 원하는 익힘은 아니지만, 고기가 질기지 않고 적당히 쫄깃하다.
고기만 먹어도 좋은데, 소스가 신의 한수다. 고기는 물론 가니쉬까지 듬뿍 찍어서 먹으면 소스의 깊은 맛이 더해져 일품이다.
해리단길을 다시 찾게 될지 이때는 전혀 몰랐다. 그저 경리단길처럼 해리단길도 참 매력적이 곳이구나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점심, 여기서 인생까지는 아니지만 매우 괜찮은 튀김을 만나게 된다. 해리단길은 경리단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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