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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선미옥

천천히 와도 되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여름이 성큼 찾아왔다. 여름이니깐 아이스커피라고 하지만, 커피를 잘 마시지 않은 1인은 여름이니깐 콩국수다. 봄의 시작이 도다리쑥국이라면, 여름의 시작은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선미옥 콩국수다.

 

콩국수하면 여의도 진주집과 시청 진주회관이 유명하지만, 나의 발길은 도화동으로 향한다. 왜냐하면 내 입맛에는 선미옥이 딱 맞으니깐. 봄에는 도다리쑥국, 겨울에는 굴짬뽕 등 계절이 오면 꼭 챙겨 먹는 음식이 있는데, 여름은 단연코 콩국수다. 어릴때는 비리다고 줘도 안 먹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찾아 다니면서 먹고 있다. 지난 겨울에 갔을때 팥칼국수 배너가 있더니, 어느새 콩국수로 바꿨다.

 

테이블에는 아크릴 칸막이가 수저에는 종이포장이가 덮혀있다.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고 있다는 안내문까지 안심이 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걱정에 사람이 많이 붐비는 12시는 피하고 1시가 지나서 갔다. 

 

올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던디, 콩국수도 작년에 비해 1,000원이 올랐다.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선미옥은 이제야 만원대에 진입을 했다. 뭐 먹어야 할지 미리 정하고 왔으니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부터 한다.  "콩국수(10,000원) 주세요." 참, 콩 원산지는 국내산이다.

 

선미옥 콩국수 등장이오~

기본찬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잘 익은 열무김치와 갓담근 겉절이다. 

 

애피타이저는 보리빕!
열무김치를 넣어 쓱쓱 비벼~

선미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애피타이저로 보리밥이 나온다. 여기에 청국장을 더하고 갖은 나물을 올려 비벼 먹으면 딱이지만, 애피타이저이니 간단하게 열무김치와 고추장만을 더해 비벼 먹는다. 아삭 새콤한 열무김치와 탱글탱글한 보리밥의 조화는 아니 좋을 수 없다. 리필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게임에 집중해야 하니깐.

 

겨울 음식이던 냉면은 사계절 내내 먹는 음식이 됐지만, 콩국수는 유독 여름에만 먹는다. 혹시 콩국수의 메인 재료가 되는 메주콩 수확시기가 여름이라서 여름에 먹는건가 했다. 하지만 콩은 가을에 수확을 한다. 그런데 왜 콩국수는 여름에 먹을까? 그건 콩이 갖고 있는 따뜻한 성질때문이 아닐까 싶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에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 영양소가 풍부해 여름철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데 좋다고 한다. 배탈이 겁나서 여름에도 아아보다는 따아를 마시는 1인이라, 차가운 콩국수는 화장실로 가는 급행열차가 아닐까 걱정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콩국수를 먹고 배앓이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하얀 밀가루면이 아니다. 뭘 넣었을까? 먹기 전에는 궁금해서 꼭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먹고 나면 만족스런 포만감에 언제나 까묵는다. 이번에도 역시나 호로록 까먹었다. 콩에서도, 면에서도 비린내나 풋내는 일절 나지 않는다. 

 

선미옥을 좋아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콩국수에 우뭇가사리가 들어있다. 시원한 오이도 좋고, 고소한 땅콩 고명도 좋은데, 우뭇가사리는 무맛이긴 하나, 콩물을 먹을때 없으면 허전하다. 참, 콩국수에는 비타민C가 없어서, 오이같은 채소를 곁들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너무 되직하지고 하고, 그렇다고 너무 묽지도 않은 딱 좋아하는 농도다. 콩을 어찌나 잘 갈았는지 뭐하나 씹히는 거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고명으로 나온 땅콩을 먹어야 그나마 저작운동이 된다. 때깔을 보면, 메주콩이 90%, 검은콩이 10%이지 않을까 싶다. 

 

적당히 걸쭉하니 면과 면사이에 콩물이 딱 붙어있다. 콩국수는 면치기를 하기 보다는 면과 국물(콩물)을 같이 먹어야 좋다. 쫄깃한 면은 국수를 다 먹을때까지 탱탱함이 유지된다. 

 

소금파? 설탕파? 팥칼국수라면 설탕인데, 콩국수는 소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이 되어 있어서, 더하지 않는다. 굳이 짜게 혹은 달게 먹을 필요는 없으니깐. 살짝 부족한 듯 싶지만, 싱거우니 콩 본연의 맛을 더 느낄 수 있어 좋다. 

 

쫄깃한 면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콩의 고소함 그리고 아삭한 오이와 물컹 넘어가는 우뭇가사리까지 참 조화롭다. 고소하고 담백한 콩국수는 다른 반찬 없이 요렇게 먹을때가 가장 베스트다.

 

연출땜에 열무김치와 겉절이를 국수에 올렸지만,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담백한 콩국수 맛이 간이 강한 김치로 인해 흐려지니깐. 

 

올들어 첫 콩국수라 보니, 국수를 넘 급하게 먹었다. 나름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콩물만 잔뜩 남았다. 하지만 괜찮다. 콩국수의 핵심은 국수가 아니라 콩물이니깐. 마지막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먹는다. 국수를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프다고 하던데, 콩국수는 아니다. 단백질이니 포만감도 오래 가고, 배알이는 일절 없다. 이번 여름도 꽤나 덥다고 하던데, 콩국수 먹으러 자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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