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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혜장국

고기로 우려낸 탕이나 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유독 육개장만은 예외다. 빨간 국물에 순살코기 그리고 대파 가득은 마성의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투뿔(1++) 한우라면 더할나위 없다. 서초동에 있는 혜장국이다.

 

해장국 아니고 혜장국이다. 여기서 혜(慧)는 상쾌하다, 시원스러움이라는 뜻이다. 즉, 시원한 육개장이라는 의미일 듯. 자주는 않지만 어쩌다 아주 가끔 강남에 간다. 그때마다 뭘 먹어야 하나 매번 고민을 하는데, 제발 혜장국이 그 고민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우선, 식당명만 봤을때 자극적인 매운맛과 시뻘건 국물은 아니라는데 한표다.

 

와우~ 아침 7시부터라니, 영업시간 정말정말정말 맘에 든다.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나와 있지 않아서 물어봐야 했는데, 그걸 또 까묵었다. 밥을 먹고 나면 물어보고 싶은 맘이 사라지니, 앞으로는 밥을 먹기 전에 물어봐야겠다.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한우 투뿔로 끓인 육개장을 빨리 먹고 싶어 아점이라고 해야 할까나? 오전 10시에 도착을 했다.

 

점심에는 줄서서 먹는다고 하기에 일찍 왔더니, 한적하니 좋다. 혼밥을 할때면, 남들보다 늦게 갔는데, 남들보다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픈 주방에 고기 숙성 냉장고까지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맛있음이 보인다. 한우 수육은 점심과 저녁 두번 나오는데, 평일 점심에는 할인을 한단다. 이거 육개장으로 해장하러 왔다가, 수육에 해장술까지 아니 먹을 수 없겠다. 혼밥이니 다행이지,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자연스럽게 수육도 주문했을 거다.

 

육개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수육에 육회비빔밥 그리고 육회에 육전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위대하다면 다 먹어볼텐데, 위소(?)해서 한우 육개장(10,000원)만 주문했다. 참, 혜장국은 대구식 육개장일뿐, 대구 현지에서 먹는 육개장과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그나저나 모든 한우 원육이 투뿔(1++) 등급이라니, 아직 먹기도 전이데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혜장국 한우 육개장 등장이오~
단촐하지만 딱 필요한 기본찬!
밥 그리고 마늘, 고추

밥은 미리 담아놓지 않고, 주문을 하면 그때 밥솥에서 퍼서 준다. 말아 먹기 좋게 고슬고슬한 흰쌀밥이다. 양파는 양파이고, 된장은 시판 된장은 아니고 여기서 따로 양념을 한 된장같다. 그리 짜지 않고, 양파에 찍어 먹거나 고추를 찍어 먹어도 좋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서 좋고, 마늘과 고추는 개인 취향에 따라 육개장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육개장이란, 개장국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즉, 소고기를 개장처럼 만든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는 개장국을 더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육개장이 대세다. 오기 전에 검색을 하긴 했지만, 역시 시뻘건 국물이 아니다. 자극적이거나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서, 맵린이도 거침없이 먹을 수 있다.

 

건더기가 가득 가득~
국물은 깔끔, 대파는 달아달아~

최상급 투뿔 한우로 우려낸 고기국물에, 대파, 무, 토란대 그리고 찢지 않고 뭉텅뭉텅 썬 살코기가 들어있다. 육개장에는 장조림처럼 고기를 찢어서 넣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소고기묵국처럼 덩어리채 들어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육개장에는 고사리를 넣기도 하지만, 고사리보다는 토란대를 더 좋아한다. 

 

왜 고추와 마늘을 따로 줬는지 알겠다. 굳이 양념을 더하지 않고 먹어도 깔끔하고 담백하니 좋지만, 넣으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고추의 매운맛보다는 마늘의 알싸함이 신의 한수다. 마늘을 넣기 전에는 깔끔한 국물, 넣으면 깔끔함은 그대로 맛은 더 진해진다. 고추는 양파와 함께 나온 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이건 반칙이야~

새벽에 일어난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만, 혜장국에서는 해장은 필수, 해장술도 필수다. 저 국물에 어찌 술을 아니 마실 수 있을까? 요즘 술을 멀리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침 10시부터 달릴뻔 했다. 아니다. 솔직히 한잔이 생각날 정도로, 국물이 끝내줬다. 여기에 수육을 더한다면, 초록이는 무조건 무조건이다.

 

밥 넣을 타이밍~

국물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는 밥과 함께 할 시간이다. 밥을 말고 국물이 밥에 스며들도록 잠시 기다린다. 여전히 국물이 뜨거워서 기다리는 거 아님.

 

뭉텅뭉텅 썬 고기라 혹 질기지 않을까 생각하다면 오산이다. 쫄깃함은 있지만, 질기지 않아서 오래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파가 주는 단맛에, 무가 주는 시원함 그리도 토란대가 주는 쫄깃한 식감까지 겁나 좋다. 

 

기본 육개장도 이렇게나 좋은데, 특별 육개장은 얼마나 더 좋을까? 수육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한번 먹어 보고 싶다. 그전에 육회비빔밥을 먼저 먹어야 한다. 강남을 멀리했는데, 앞으로는 가까이 둬야겠다. 왜냐하면 강남에서 괜찮은 밥집을 발견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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