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
금세 다시 가려고 했는데,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났다. 늦어도 올 초에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잠정휴관이 됐다. 기다리고 기다리니 부분개관 소식이 들려온다. 다시 임시 휴관이 됐지만, 운 좋게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다녀왔다.
5월 6일 마을전시관에 한해 부분개관을 했으나, 5월 29일 코로나19 확진환자 급증으로 임시 휴관이 됐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6월 14일까지라는데, 확정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연장이 될 수도 있단다. 임시휴관이 정해지기 하루 전날,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찾았다. 그나저나 도시재생을 통해 박물관마을이 되기 전,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마을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근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 경희궁이 있는데 공원이 또 필요했을까 싶지만, 공원이 아니라 옛새문안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박물관마을이라서 좋다. 단순히 박물관마을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마을이라서 더 좋다.
작년에 갔던 곳이지만, 그때는 독립운동가의 집 지금은 박에스더의 집이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시관을 변경한 듯 싶다. 박에스더는 최초로 서양식 의학을 공부한 여성 의사다. 그녀는 미국 유학 후, 당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부녀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의료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무상으로 진료를 해주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당나귀를 타고 직접 찾아갔다. 24살에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되었지만, 10년간 매년 3,000~5,000명의 환자들 돌보며 과로로 인한 폐결핵과 영양실조로 34세 짧은 생을 마쳤다.
박에스더는 보구여관에서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들 중 유일한 조선인 의사였다. 서양인 의사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에, 한국 여성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에스더와 같은 한국인 여의사였다. 한국인 의사가 여러명만 있었더라도, 그녀의 삶은 34세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보구여관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원해 주는 여성의 병원, 또는 여성 환자의 집이란 뜻으로 왕실에서 격려의 의미로 하사한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용 병원이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부속병원의 전신으로 정규간호교육이 처음 이루어진 곳이다.
폐결핵으로 인한 박에스더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셔우드 홀은 폐결핵 치료 모금을 위한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어 박에스더를 기렸다. 국민학교 시절 겨울이며 꼭 샀던 크리스마스 씰, 폐결핵 치료 모금을 위해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박에스더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박여선은 에스더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셔우드 가의 농장에서 홀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로와 딸을 잃은 충격으로 인해 그는 폐결핵을 앓게 되고, 에스더의 졸업을 한 달여 앞둔 1900년 4월 생을 마감한다. 에스더는 미국에서 딸과 남편을 잃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문의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가 살던 그 시절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이다. 덫은 이해하겠는데, 굳이 어떤 덫인지 꼭 보여줘야 했을까 싶다. 가까이 다가가서 부엌을 보려고 했는데 갈 수가 없다. 모형인데도 싫은 건 싫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그때 그시절, 누가 살고 있는 거처럼 하나하나 다 생생하다. 여기서 살며시 미소를 짓는 분이 많을 거 같다. 그나저나 자개장에 이불 그리고 재봉틀에 테레비까지 좀 살던 집이었나 보다.
생활사전시관처럼 새문안극장도 19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한 공간이다.
2층 상영관에서는 그 시절 추억의 영화를 볼 수 있다. 매달 25일에 영화가 바뀐다는 데, 5월에는 로맨스빠빠, 날아라 슈퍼보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맨발의 청춘, 떠돌이 까치 등이 상영 중이다. 사진 속 영화는 장마인데, 1979년 개봉작으로 이대근, 황정순, 김신재, 선우용여가 주연 배우로 나온다. 장마는 소설과 윤흥길이 1973년에 발표한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유현목 감독 작품이다.
오락실 입구에 추억 소환 아케이드 게임 베스트 5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팩맨, 갤러그, 너구리, 버블보블, 테트리스라는데, 팩맨을 제외하고는 다 아는 게임이다. 그런데 지독한 겜알못이라서 3판 이상을 넘어가 본 적이 없다. 고로 내 기억 속 오락실은 친오빠를 찾으로 다니던 곳이다. 참, 오락실이니 그저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짜로 게임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2층은 만화방이다. 한때 순정만화에 흠뻑 빠져서 오락실보다는 엄청 자주 갔다. 요즈음 웹툰이 대세지만, 자고로 만화책은 종이를 한장한장 넘기면서 보는게 찐맛이다.
근대 사교장과 1980년대 결혼식장 콘셉트로 조성된 공간이다. 다른 곳에도 상주하는 직원이 있지만, 여기는 진짜 전문사진사가 있다. 고로 응답하라 1980컨셉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흑백 폴라로이드도 한다고 하던데, 임시 휴관이 끝나면 관람도 하고 사진도 찍고(무료 아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면 좋을 거 같다.
1960~70년대 아버지들이 자주 찾았던 이발소를 재현한 공간이다. 너무나 생생하고 사실적이라 이발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저 관람만 가능하다.
돈의문박물관 마을전시관마다 안내하는 직원이 있는데, 보는 순간 흠칫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복장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박에스더의 집은 그당시 간호사 복장한 직원이, 삼거리이용원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이발사(직원)가 그리고 돈의문구락부에는 클럽을 꽤나 자주 드나들었던 모던보이(직원)가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부모 세대는 추억을 되새겨서 좋고, 요즘 세대는 추억을 만들어서 좋다. 부분개관으로 인해 교육, 체험, 투어프로그램을 할 수 없지만, 마을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볼거리 가득한 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2017년에 처음 갔을때는 뭔가 어색했는데, 2019년에 다시 가니 그때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박물관마을은 맞는데, 그때는 그저 마을이었다면, 지금은 볼거리 가득한 마을로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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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면 가 볼곳이 많습니다..ㅋ
아여기 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여태 못 갔네요~!
볼거리 많고 넘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시절로 되돌아간 시간여행
참 좋네요^^
시간여행한것만 같아요
추억을 걷는곳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글 잘 보고가요 ^^~ㅎㅎ
정성스런 글~~ 자주 올려주세요 :-)
저도 어제 엇비슷한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ㅎㅎ
이 곳도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지네용 ^^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돈의문박물관마을 풍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연식이 좀 되는가 보네요. 마음은 어린이인데 .. ㅋㅋ
극장에서 영화 본 기억도 나고, 오락실 간 기억도 나고요.
코로나가 6월이면 사라진다고도 했는데, 아직도 쌩쌩해요.
코로나 사라지고, 휴관도 끝나고해서 자유롭게 관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보고 싶습니다. ^^
우와 여기 가보고싶어요
저 이런곳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주말에 남편이랑 다녀오고싶네요!!
새로운곳 알고 갑니다. ^^
시간여행하는 기분이겠어요 ^^
우와 참 정겹네요 사진들 ^_^
요즘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들이 다 휴관해서 참 아쉬워요 ㅠㅠ
이런 곳들이 너무 좋습니다.
추억할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괜히 이런 곳들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살짝 센치,,해지면서.^^ㅎ
추억의 장소네요
가끔 이런곳도 가면 좋죠
다녀 오고 싶어지는데요
이런곳은 오래도록 있었으면 해요
여기도 한번 가봐야지~했는데 아직이거든요~
언니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겁나더라구요
그래서 코로나 이후 대중교통은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지 뭐에요.ㅎㅎ
역시 다시봐도 추억의 공간을 보는것 같아 참 좋네요..^^
추억돋는 사진이 많이 있네요^~^
여기는 전에도 몆몆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았어요. 드디어 가셨네요~^^
복고가 좋긴한데, 여기에 둘 마음이 점점 없어지는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서울 살때나 서울 밖에 사는 지금이나 서대문 방향은 갈일이 없어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
요즘 휴관한 곳이 많아서 저도 좀 답답합니다^^;
얼마전에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프로에서도 소개되었던 곳이라서 가본다고했는데..
게으름과 일상에 쫒겨서 먼저 포스팅하신 것으로 만나는군요.
당시에 여성전문병원을 '보구여관'으로 명명지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처음 이름을 들으면 여행자가 묵는 집 즉 여관(旅館)으로 알았는데.. 여성의 집이라는
뜻으로 여관(女館)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박에스더님 진정한 의료인의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이런 분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분이라고 하지요. 남편과 자녀의 죽음도 안타깝고 이런 힘든 상황에도 자신의 몸 보다 환자를 먼저 챙기신 요즘 보기 드문 의료인입니다. 그러게요. 에스더 같은 한국 여자 의사분들이 있더라면 이런 죽음을 피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