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
2017년에 처음 갔을때는 뭔가 어색했는데, 2019년에 다시 가니 그때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박물관마을은 맞는데, 그때는 그저 마을이었다면, 지금은 볼거리 가득한 마을로 변했다. 박물관보다는 살아있는 마을같아서 좋았다. 더불어 추억 속 파스타집도 찾았다. 서울나들이 목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근대 건물 총 30여개 동을 리모델링해 도시재생방식으로 조성한 역사문화마을이다. 초창기에는 그저 겉모습만 살려서 딱히 볼거리가 없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가니 확실히 달라졌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제대로 못보고 왔다.
커다란 회색 건물(서울도시건축센터)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치 딴세상에 온 듯하다. 분명 차소리가 요란하게 났는데, 마을마당은 꺄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린다. 한가로이 가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저들처럼 나도 좀 즐겨야겠다.
2년 전에는 없었는데, 색다른 포토존이 생겼다. 독립운동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아이디어가 좋다. 돈의문박물관에는 마을전시관과 체험교육관 등이 있다. 마을전시관에는 돈의문전시관를 비롯해 독립운동가의 집, 돈의문구락부, 생활사전시관, 새문안극장, 서대문사진관 등이 있다고 하는데, 다 둘러보지 못했다. 체험교육관은 한지, 서예, 자수, 복식 등 다양한 체험이 있지만 딱히 하고픈 맘이 들지 않아 패스했다. 영천시장에 가야했기에, 마을전시관 중 3곳만 둘러봤다. 이렇게 확 달라진 줄 모르고 한시간 정도 둘러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놓친 곳을 중심으로 다시 가야겠다.
실제로 독립운동가가 살던 곳은 아니고, 영화세트장처럼 꾸민 곳이다. 이곳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테마 전시관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 분들을 소개하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으며, 특별 전시회가 있을때에는 2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남의 방을 기웃거리면 안되는데, 자꾸만 보게 된다. 테마전시관이라고 하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잘 살려낸 거 같다. 오른쪽 방의 왼편에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사진과 함께 자세한 소개가 나와 있다. 때마침 어린 친구들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사진을 더 담지 못하고 나왔다.
경희궁은 고종대 경복궁 중건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전각과 궁장들이 파괴됐다. 경희궁 궁장의 전체 길이는 약 1.8km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중 현재 남아 있는 구간은 경희궁 북서측 지역으로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다. 경희궁 궁장의 위치를 찾는 일은 경희궁의 고증 및 복원의 중요한 시작이다. 궁장 앞쪽으로는 조선시대 온돌과 일제강점기 건물터 등도 함께 보이는데, 이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동안 건물터가 중첩된 것이다. 서울에 있는 5대 고궁 중 경희궁은 늘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져던 이유는 다른 궁에 비해 현재 남아 있는 규모가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이다.
유적전시실에서 이어진 통로를 따라 들아오니, 돈의문전시관이 나왔다. 잠시 의자에 앉아 액자같은 유리창을 바라보는 중이다. 저 나무 뒤편에 경희궁이 있다는데, 겨울쯤 되면 보일까? 현재는 안 보인다.
돈의문전시관에서 인왕산 정상까지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 올 가을 실행에 옮겨 볼까나? 월암바위에 켐벨사택, 황학정, 선바위 등 볼거리도 많으니깐. 1시간 코스로 나오는데, 개인차가 있으니 2시간으로 잡고 어느 멋진 가을날 걸어봐야겠다.
전차는 처음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만 운행됐지만, 1901년에는 남대문에서 용산, 돈의문에서 마포에 이르는 노선이 추가됐다고 한다. 성문을 그대로 두고 전차선로를 부설했기에, 전차는 돈의문을 통과해야했다. 이로 인해 파루와 인정에 맞춰 성문을 여닫던 제도는 폐지됐다.
돈의문은 의를 두텁게 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북문인 숙정문과 서북문인 창의문은 풍수상의 이유로 닫아 놓았기 때문에, 서울의 서북쪽 지역을 통과하는 사람과 물자는 돈의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보존하면서 돈의문만 철거한 것은 임진왜란 당시 왜장들이 이 두 문으로 들어온 이유도 있었지만, 러일전쟁 이후 의주로와 연결되는 돈의문 밖의 교통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915년 돈의문을 헐고 목재는 단돈 205원(쌀 17가마)에 경매로 팔아버렸다고 한다.
경희궁의 전각과 문은 약 190여개에 이른다고 하던데, 현재는 빨간 네모 속 전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경복궁이나 창경궁은 땅이라도 남아 있어 복원을 할 수 있을텐데, 경희궁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거 같다. 사유지가 되어버린 곳들이 많으니깐.
영조는 경덕궁에서 경희궁으로 궁명을 고치고, 19년 동안이나 경희궁에 머물렀다. 경희궁에서 태어난 숙종에서부터 숭정전에서 즉위한 정조대까지 경희궁은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고종대에 와서, 전각을 헐어 경복궁 중건의 건축자재로 사용했고, 잠업 육성을 위해 공터에 뽕나무를 많이 심어 뽕나무 궁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학교인 경성중학교를 이곳에 지으면서 경희궁이라는 이름조차 사라져 버렸다.
1층은 경희궁과 돈의문에 대해서 다뤘다면, 2층은 박물관마을로 변하기 전 새문안 동네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짜증이 났다. 정동길과 더불어 도심에서 보기 드문 좁은 골목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파스타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광화문이나 종로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이곳에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 그 곳은 사라졌다. 2년 전에 왔을때도 그집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식당명조차 기억나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 집에 이름까지 찾았다.
창 넘어 경희궁을 볼 수 있다는데, 나뭇잎땜에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지금이 아니라 겨울에 오면, 볼 수 있을 거 같다.
모형을 보고나서야 그집을 찾을 수 있었다. 2층으로 된 건물만 기억하고 있을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는데, 모형 아래에 있는 자세한 안내문을 보고 찾았다. 그때 그 파스타집은 아지오였다. 이태리풍의 레스토랑으로 양쪽에 타라스가 있어 데이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단다. 아지오로 검색을 해보니, 인사동에 있는 아지오가 나온다. 혹시 여기서 영업을 하다가, 인사동으로 옮긴 것일까?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다.
좀전까지 있었던 돈의문 전시관, 바로 이곳이 아지오가 있던 건물이다. 이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이제 파스타와 피자는 먹을 수 없지만, 추억은 되찾았다. 그때 혼자 오지는 않았을텐데, 누구와 같이 왔는지 이건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 동성은 아니었을 거 같은데, 누구냐 넌?
구락부는 클럽을 한자로 음역한 근대 사교 모임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개화파 인사 등이 파티, 스포츠, 문화교류 등이 이루어졌던 공간이다. 이곳은 프랑스인 부래상, 미국인 테일러 등 마을에 주소지를 둔 외국인들과 20세기 초 무도 열풍을 일으킨 무도학관 등 근대 돈의문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1920년 9월 21일자 매일신보에서는 "조선에서 최초로 자동차 영업을 창시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테일러가 당시 한국 자동차 보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때에 자동차를 소유했다면, 지금의 재벌처럼 엄청난 부자였을 거 같다.
여름에는 신나는 팝이나 가요가 그렇게 좋더니, 가을이 오니 클래식이 끌린다.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가지 않고 마을마당에 모여 있다. 왜 그럴까 싶더니, 잠시 후 멋진 가곡이 들려온다. 마을안내소에서 음악을 틀었나 했는데, 생생한 라이브다. 알고보니, 10월 돈의문 정오의 음악회다. 모르고 갔는데, 이런 행운이 오다니. 짧은 마을 탐방이지만, 마무리는 퐌~타스틱했다. 볼거리를 남겨두고 왔으니, 10월이 끝나가기 전에 한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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