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핑크뮬리
핑크뮬리 명소는 참 많은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안양천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명소에 가는 건 멀어서 귀찮고, 여기는 겁나 가깝기 때문이다. 군락지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붐비지 않고 조용하니 좋다.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핑크뮬리,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구나.
고척교에서 바라본 안양천이다. 초록이 아니라 온통 핑크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안양천 핑크뮬리는 왜소하다. 작년에 처음 만났고, 올해 다시 찾으니 그저 반갑다. 그렇지 않다면, 너를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할테니깐.
핑크뮬리는 벼목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불린다. 지난해 핑크뮬리를 알았고, 올해도 너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사실 대표 군락지인 제주도 휴애리나 경주 첨성대, 순천만국가정원 중 한곳에 가려고 했지만, 결론은 안양천이다. 왜소(?)한 군락지이니, 자연 조명의 힘을 받고자 아침 8시에 도착을 했다. 넓지 않은 곳이니, 무조건 아주 느리게 천천히 걸을 예정이다.
아침햇살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핑크뮬리, 늦잠을 포기하고 나오기 잘했다 싶다. 나름 바랬던 장면이라 보자마자 찰칵찰칵 셔터 누르기 바쁘다.
여기서 10분을 보냈다. 더 멋진 장면은 담기위해 카메라 설정을 이리저리 다시하고, 위치를 옮기면서 계속 찍었다. 그러다보니, 요런 장면을 건지게 됐다. 햇살은 사선으로 비추고, 그 아래 핑크뮬리는 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래서 자연광 사진을 담고자 할때, 아침과 해질녘이 좋다고 하는구나.
바람결을 따라 움직이는 핑크뮬리, 초점 잡기 참 힘들다. 차라리 동영상으로 담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초점이 나가도 멋진 거 같아 계속 찍어댔다. 앙고라 털이 생각나는 건, 나혼자 뿐일까?
빛의 구간을 지나 양쪽으로 펼쳐진 핑크뮬리 구간이다. 구간이라고 해서 꽤나 먼거리일 거 같지만, 실상은 겁나 가깝다. 워낙 왜소한 군락지라 더딘 이동은 필수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으니, 맘껏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저 안으로 들어가 들어누으면 포근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워낙 약한 녀석(?)이라 만지기만 해도 꺾일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선을 지키면서 담고 있다.
왔던 길 다시 보는 중. 왜냐하면 꼭 끝나가니깐. 확실히 짧긴 짧다. 그래도 멀리 가기 귀찮으니, 겁나 많이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억새는 아직 이른 듯 싶다. 억새는 가을이 깊어져야 제모습을 갖출 듯 싶다. 어차피 주인공은 핑크뮬리이니깐.
핑크뮬리 보러 왔는데, 백일홍에 반할 듯. 하염없이 바라보는 중이다. 사람이 없으니 사진을 맘껏 찍어도 되고, 혼자왔으니 가자고 재촉하는 이도 없어 마치 내세상같다. 백일홍이 이리도 아름다운지, 새삼 알게 됐다.
마지막은 그림자 인증사진. 나름 브이까지 했는데, 티가 안난다. 셀카봉을 어서 사야 셀피를 남기지, 그림자는 뭔가 아주 많이 어색하다. 멀리 가지 않아 좋지만, 왜소한 군락지라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만났으니, 더이상은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 단, 내년에는 여기보다는 좀 더 넓은 군락지에서 핑크뮬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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