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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길상사

길상사의 가을은 꽃무릇이다. 단풍은 그 다음이다. 일년을 기다린만큼 개화시기를 놓칠까봐 검색에 검색을 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놓쳤다. 꽃무릇 개회시기는 추석즈음인데 9월의 마지막 전날 혹시나 하는 맘으로 찾았다. 영롱한 빨간꽃을 만날 수 있을까?

 

4년 전 가을, 꽃무릇이란 꽃을 보기 위해 길상사를 찾았다. 그 독특하고 영롱한 생김새에 반해 가을이 오면 무조건이야 하면서, 길상사(2016), 영광 불갑사(2017), 분당 중앙공원(2018)으로 돌아다녔다. 올해도 무조건인데 개화시기를 놓쳤다. 아니다. 9월말쯤 꽃이 피니깐, 아직 여유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작년과 재작년에 포스팅한 글을 보니, 착각을 지나 이건 망각이다. 다시 일년을 기다릴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맘에  일요일 아침 성북동으로 향했다. 일찍 일어나는 꽃이 있듯, 늦잠꾸러기 꽃도 있지 않을까? 3년만에 다시 찾은 길상사, 양력으로는 일요일, 음력으로는 초하루 사람이 많을텐데 했는데 마을버스부터 만원이다. 

 

길상사의 꽃무릇 군락지는 대웅전인 극락전 앞과 법정스님을 모신 진영각으로 가는 길이다. 애당초 극락전은 포기를 했다. 햇살이 좋은 곳이라 시기를 놓쳤으니 꽃대만 남았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다. 일요일 아침 늦잠까지 포기하고 깄건만, 현실은 예상과 너무 똑같다. 어쩐지 절에 온 사람은 많은데 엄청난 카메라 군단이 없어 이상하다 했다. 군단이 없으니 사진 찍기는 좋은데, 문제는 너(꽃무릇)가 없다.

 

길상사 극락전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예상을 했기에 첫번째 포인트는 버리는 카드다. 진영각으로 가는 도중 작은 다리를 만났다. 저 건너에는 길상사의 원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길상화보살 공덕비가 있다. 다리를 건너가려고 했는데, 칠주의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어쩐지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 화학냄새가 강하게 난다 했다. 그럼 원래대로 진영각을 향해...

 

길을 보여주기 위해 나중에 찍은 사진을 먼저 공개

진영각을 나올때 찍은 사진이다. 즉, 공덕비를 지나 진영각으로 갈때는 전체샷을 담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과 함께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아까와 달리 그나마 많은 꽃무릇은 10분 정도 지난 후에 보게 된다.

 

군락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화단에 꽃무릇이 군데군데 피어있을 뿐이다. 물론 진영각 앞에서 꽤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공덕비 주변은 잘 찾아봐야 한다. 그나마 절정일때는 군데군데도 멋진데, 시기를 놓친 후라 숨음그림 찾기하듯 찾아야 한다.

 

일찍 일어난 꽃무릇은 일찍 피곤하다.

차라리 꽃무릇을 포기하고, 작고 작은 보라꽃을 보러 왔다고 할까? 고민을 했지만, 너의 이름을 모르겠다. 꽃무릇만큼 많이 폈는데, 작아서 담는데 힘이 든다. 역시 이쁜 것들은 사람을 힘들게 해~

 

꽃무릇하면 이런 사진 하나쯔음 있어야 한다. 혹시나 못 찍을까봐 겁이 났는데, 드디어 찍었다. 한번 보면 무조건 일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꽃무릇, 석산, 상사화다. 늦잠꾸러기 꽃무릇, "너땜에 드뎌 목적 달성을 했다."

 

하지만 요런 꽃무릇이 더 많았다는 건, 안 비밀 ㅜㅜ

드디어 활짝 핀 석산을 만났다. 길상사는 도심 속 수목원인듯 나무가 정말 겁나 많다. 나무가 많아 길은 온통 그늘이지만, 그 사이사이로 비친 햇살은 마치 핀조명같다. 자연 조명을 받아 꽃무릇은 더 영롱하고 더더 신비롭다.

 

지금은 감상중~
일년을 기다린 보람
일년을 기다릴 보람

개화시기를 놓치면 포기했는데, 이제는 늦어도 와야겠다. 길상사에는 늦잠꾸러기 석산이 많으니깐. 꽃무릇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이유는 꽃이 져야 잎이 나기 때문이다. "네가 좋긴 해도, 너처럼 사랑하고 싶지 않아."

 

진영각 오른쪽에는 법정스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핀조명 아니고 핀햇살
옹기종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무릇은 사라져 간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 아님을 알기에, 일년을 기다릴 것이다. 내년에는 지각하지 말고, 제때 찾아와야겠다. 

 

길상사에 올때마다 늘 모기에게 강제로 헌혈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기퇴치 앱을 실행해서 다녔다. 그늘에 습한 곳이 많아서 모기가 극성인데 이번에는 뺏기지 않았다. 별로 믿음이 안갔는데, 앞으로는 애용해야겠다. 

 

길상사에는 꽃무릇만 있지 않아요~

하루하루 초록은 서서히 알록달록 단풍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렇게 가을은 점점 깊어져 가고, 곧 겨울이 찾아 올 것이다. 그전에 두루두루 가을 추억을 꼭꼭 챙겨둬야겠다.

 

아까 봤던 그 보라꽃과 같은 꽃인 거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다. 구글 검색도 했는데, 너무 작은 꽃이라 그런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코스모스인 줄 알았는데, 데이지가 아니라 해국

여름내내 못 만났던 연꽃 수련을 이제야 만났다. 길상 7층보탑 옆, 작은 웅덩이에 핀 연꽃 하나. 역시 연꽃 주변에는 그늘이 없다. 어찌나 햇살이 강하던지, 사진만 찍고 후다닥 그늘 속으로 피신(?)했다. 

 

가을에 길상사에 오면 도토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리사욕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절에서 준비해둔 바구니에 넣는다. 한 움큼의 유혹, 여기서는 안됩니다.

 

길상사는 도심에 있는 사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깊은 산속 옹달샘같은데, 여기는 서울시 성북동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은데, 특히 꽃무릇이 있는 가을이 가장 좋다는 건, 안 비밀이다.

 

꽃무릇하면 떠오르는 사진. #2019 #길상사 #꽃무릇 #대성공 #낮잠을_포기하기_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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