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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창경궁

단풍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는 어디를 갈까? 고민에 고민의 거듭하다, 3년만에 고궁으로 떠났다.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을 고궁을 제일 좋아한다. 창경궁을 시작으로 창덕궁, 종묘 그리고 덕수궁까지 깊어가는 가을 고궁을 담다.

 

창경궁 주변 도로는 마치 차벽을 세운 듯, 대형버스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어느 마을 부녀회 모임까지 일렬로 서있는 차를 보니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힐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거 같다. 다시 되돌아갈까 하다가, 들어왔는데 주차되어 있는 차에 비해 창경궁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단체로 온 거 같은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3초동안 멍을 때린 후, 원인을 찾았다. 차는 창경궁 앞에 있지만,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여기가 아니라 옆집에 있는 거 같다. 창경궁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창덕궁과 비해서는... 개인적으로 아픈손가락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경복궁이나 창덕궁보다는 창경궁, 덕수궁 그리고 경희궁을 더 좋아한다. 특히 창경궁은 정조와 혜경궁홍씨 그리고 사도세자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 더 애잔하다. 게다가 일제때는 궁궐이 동물원이 되는 수모까지 겪었기에, 더 애처롭고 더 애틋하다. 

 

명정문은 보수중

명정문이 보수 중인 듯, 옥천교 중간에 가림막이 되어 있다. 창경궁이 처음이라면 전각을 먼저 보고 춘당지로 향했을테지만, 자주 오기도 했고 가을 창경궁의 매력은 따로 있기에 춘당지로 향했다. 그나저나 9월 25일 서울 단풍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듯. 

 

5월과 10월의 나뭇잎은 연한 녹색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5월은 정점을 찍기 위해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고, 10월은 그 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은 싱그럽고, 10월은 고혹적이다.

 

회화나무와 느티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뒤엉켜 자라고 있다.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이 살얼음판 같은 궁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그때부터 있던 나무는 아니겠지만, 남편이자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죽은 후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을 것이다. 

 

이른감이 있지만, 가을은 단풍은 서서히 우리곁으로 다가왔다. 봄, 여름 그리고 초가을까지 나비와 벌들처럼 우리도 잎보다는 꿏을 찾아 다닌다. 나름 조연급인데, 엑스트라 취급까지 받으면서도 나뭇잎은 타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연으로 급부상을 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채비를 위해 나무는 그동안 함께 한 나뭇잎을 놓아줘야 한다. 꽃과 열매에 비해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뭇잎은 단풍으로 화려한 피날레의 주인공이 된다. 단풍을 보면 쓸쓸하고 슬프고 우울했는데, 이제는 기립박수를 치며 웃으면서 보내줘야겠다. "주인공이 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렴~"

 

춘당지로 불리지만, 진짜는 여기가 아니다. 원래 이곳은 왕이 몸소 농사를 짓던 논이다. 일제가 창경궁을 파괴할 때, 여기에 연못을 파서 보트를 타고 놀이를 즐기는 유원지로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다. 멋진 반영이지만, 씁쓸한 반영이다.

 

꽃보다 잎이 아름다워~

나무가 아파서 약을 발라놓은 줄 알았다. 소나무 종류 중 하나인 하얀 껍질이 특징인 백송이다. 어릴때는 초록색이 들어간 푸른빛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흰 얼룩무늬가 많아진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이 고향인데, 조선시대 사신으로 간 관리들이 귀국할때 솔방울을 가져다 심은 것이 여기 저기 퍼졌다. 

 

이른감.jpg
창경궁 대온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일본인이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건축 당시 동양최대 규모였다고 하는데, 굳이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덕수궁 석조전은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는데, 창경궁 대온실은 낯설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고로 외관만 보고 돌아선다. 

 

 문 너머는 창덕궁 후원
진짜 춘당지는 여기
재두루미일수도

한적한 숲길같지만, 여기는 창경궁이다. 단풍을 보기 위해 왔는데, 푸르름 가득이다. 그래도 괜찮다. 잘 보면 알록달록 피날레 주인공으로 변신한 나뭇잎을 만날 수 있으니깐.

 

햇살은 그저 건들뿐
여름과 가을사이
성종태실 및 태실비

창경궁이 아픈손가락인 이유. 덩그러니 전각만 있기 때문이다. 구중궁궐이라는데, 썰렁하다 못하 휑하다. 옆집처럼은 아니더라도, 궁궐답게 보수를 했으면 좋겠다. 

 

왕비의 침전 통명전

저 문으로 나가면 창덕궁이 나오고, 계단으로 내려가면 창경궁 전각을 만나게 된다. 창덕궁은 후원 예약을 하지 않았으니, 다시 창경궁으로...

 

궁에서 즐기는 우리 춤, 우리 음악이라는 공연을 한단다. 텅 빈 공간을 음악과 춤으로 채운다. 어떤 공연인지 직관을 하고 싶지만, 경쟁이 치열할 거 같아 급 포기다.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눕지 말라는 안내문은 있지만, 뛰지 말라는 안내문은 없다. 3~4살 정도 될까, 어린 아이가 침전에서 뜀박질을 한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해도 뛰는 건 쫌... 

 

양화당은 왕의 편전이나 내전의 접대공간

후궁들의 처소인 영천헌과 집복헌이다. 정조가 승하한 곳이 영춘원이며, 사도세자와 순조가 태어난 곳은 집복헌이다. 정조는 후궁인 수빈 박씨를 아낀 나머지 집복헌을 자주 출입하다가, 영춘헌을 독서실 겸 집무실로 사용했다고 한다.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경춘전(왕비나 세자빈의 생활공간)

드라마 대장금의 무대가 창경궁 환경전으로 왕의 생활공간으로 사용된 침전이다. 중종은 이곳에서 마지막까지 의원이 아닌 의녀인 대장금에게 진료를 맡겼다고 한다. 중종과 소현세자, 효명세자 모두 환경전에세 숨을 거두었다.

 

함인정
벽 너머에는 낙선재

문정전은 비극의 장소다. 왜냐하면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음을 당한 곳이 문정전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는 정말 큰 잘못을 했을까? 어떠한 사건을 확대 생산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숨쉴틈 조차 주지 않고, 죽음만이 살 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을 거 같다. 누가?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

 

사진은 순간의 기록

화려한 피날레의 주인공답다. 붉게 물든 나뭇잎과 그를 사랑한 까치. 창경궁에서 만난 단풍 중 단연코 으뜸이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온다더니, 한시간이 넘도록 궁궐을 거닐다가 이제야 만났다. 

 

창경궁 정전인 명정전

가을이 익어가고,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그널이지만, 짧다고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또다시 봄이 오면 꽃을 찾아 다니겠지만, 요맘때 주인공은 단풍이다. 꽃은 떨어지면 볼품이 없지만, 떨어진 단풍은 노란 카펫이 되고, 붉은 카펫이 되는 매직을 보여준다. 다음 가을여행지는 어디? 석파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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