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사박물관 구치감동
옛 북부법조단지가 도시재생을 통해 서울생활사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건물 뼈대는 그대로이지만, 외관과 내부는 싹다 갈아 엎은 듯 싶다. 법조단지는 사라졌지만, 단 한곳은 남아있다. 재판을 기다리던 미결수들이 머무르던 장소, 구치감동이다.
작품명이 후회합니다로, 공판을 마치고 피고인의 후회하는 모습과 이를 위로하는 변호사와 교도관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자동차는 신진지프로 우라나라 최초의 SUV차량으로 쌍용차동자 코란도의 전신이다.
구치감은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일반 교정시설(구치소 및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가 검사의 조사나 법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출정을 나와 검찰청 내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장소라고 한다. 그나저나 문부터 예사롭지 않다. 왜 열려있을까 했는데, 촬영을 위해 문을 닫고 다시 열려고 하는데 육중한 무게로 인해 문이 안 열린다. 그당시 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기온차는 달라도 너무 달랐을 듯 싶다.
구치소와 교도소가 인접해 있는 국민학교를 나왔던지라, 법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교육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6년내내 눈으로 보면서 배웠다. 하지만 그때는 외관만 봤지,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나름 시청각 교육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확실히 다르다. 역시 죄는 짓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누가봐도 교도관 복장만 체험할 거 같다. 수용자 복장은 딱히 그닥 별로 입고 싶지 않으니깐. 수용자 옷을 입으면, 옷만 입었는데도 왠지 어깨가 좁아지고, 하늘보다는 땅만 보면서 걸을 거 같다.
복장체험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치감동이 나온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면회실이고 그 옆에는 여러 사람이 지내는 혼거방이 있다. 그 뒤로는 좀 생뚱맞지만 서울의 옛 골목길을 재현해 놓았다.
오픈 주방은 들어봤어도, 오픈 화장실은 처음이다. 독방답게 정말 좁다. 요즘이 아니라 근현대 구치소의 모습이라더니, 확실히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과는 많이 다르다.
독거실에 비해 혼거실은 화장실에 문도 있고, 테이블에 텔레비까지 나름 구색이 갖춰져 있다. 독방을 보고 와서 그런지 꽤 넓다고 생각했는데, 3.9평이라고 한다.
면화실하면 영화 너는 내 운명이 떠오른다. 과히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면회실은 그저 그렇다. 조그만 창을 통해 가족을 만나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시 사람은 차카게 살아야 한다.
1960년~80년대 옛 골목길에서 마주했던 자취방, 만화방, 음악다방 등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 "아프면서 자라는 아이를 위한 감동적인 동심의 메아리" 달려아 만석아~ 빨간 우체통 옆에 있는 포스터에는 반공이념을 집대성한 거작이라고 나와 있다.
재현해 놓은 세트일 뿐인데, 어디선가 쾨쾨한 냄새가 나는 거 같다. 왜 자취방하면 그리 깔끔하지 못한 냄새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걸까? 옥의 티를 찾았다. 달력 비주얼은 70~80년대 느낌이 나는데, 확대해서 보니 2007년도 달력이다.
만화방은 자취방을 능가하는 쾨쾨한 냄새 집합소다. 책을 소독한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고, 실내에서 마음껏 담배를 필 수 있었을테니 상큼함을 바라는 건 무리다. 지금은 웹툰이 대세지만, 이때만 해도 남자는 무협지나 스포츠만화를, 여자는 순정만화와 로맨스 소설을 즐겨봤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있어~" 까치, 엄지, 마동탁 등 공포의 외인구단이 살며시 떠오른다.
카피추 버전의 담배가게 아가씨.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담배 펴요(예쁘다네). 짧은 머리 곱게 빗은 것이 계속 줄담배 펴요(정말로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모나도 기웃기웃기웃 그러면(그러다) 그 아가씨는 도너츠도 만들어요(새침떼기). 줄담배 피는 담배가게 아가씨가 있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커피보다는 코피가 더 어울리고, 얼음동동 냉코피에 커피, 프림, 설탕은 2, 2, 3. 노른자 동동 쌍화차는 코피 다음으로 인기메뉴. 잘생긴 디제이 오빠야가 있으면, 개근은 필수 부끄러움은 보너스였을 듯 싶다.
어릴때 먹었던 불량스런 식품은 죄다 문방구에서 팔았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야하건만, 고양이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문방구 앞을 서성거리며 아폴로에 눈깔사탕, 쫀득이 등을 사먹었다. 그당시 구멍가게와 문방구를 하는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 그 당시 집 앞 골목길은 우리들 놀이터였는데,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시절이 눈물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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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 서울생활사박물관 별책부록 구치감동 차카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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