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 동안 먹어라가 아니고 마셔라는 처음이다. 뭘 먹어야 하나가 아니라, 뭘 마셔야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촉박해졌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몸값이 비싼 걸로 골랐다. 연남동에 있는 이자카야로 딘딘이 아니라 단단이다.
연남동 단단
1층도 아니고, 지하도 아니고, 살짝 애매모호한 곳에 있다. 빈티나는 폴로 광고처럼 자전거가 있고, 안으로 들어가며 주방 옆에는 바테이블이 건너편에는 일반 테이블이 있다. 혼자 왔으면 당연히 다찌에 앉았을텐데, 혼자가 아니므로 테이블에 앉았다.
주류 무한리필이라니, 쌈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5천원의 차이로 일반과 고급으로 나뉜다. 고급이 종류가 많아서 끌리지만, 둘이서 고급이면 4만원이다. 그냥 녹색이만 마셨을 경우, 10병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비싼 녀석(?)들로 포진되어 있긴 하지만, 확 와닿지 않아서 그냥 일반으로 선택했다. 일반에 포진되어 있는 녀석(?)들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은 무한리필이 아니무니다.
하이볼로 가볍게 시작~
명란 오믈렛(8,000원)
명란 is 뭔들이랄까? 어디에 들어가도, 그 맛을 내니 마법의 식재료인 거 같다. 계란의 고소함과 명란의 짭조롬함이 만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명란계란찜은 밥반찬인데, 명란오믈렛은 술반찬이다.
궁금해서 주문한 언더락 소맥, 주인장이 직접 말아서 준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듯, 목넘김이 부드럽다. 단골이 되면, 비율을 알려줄까나. 황금보리 소주가 있어 주문했는데, 병채로 주는게 아니라 도쿠리에 담아져 나온다. 시작은 하이볼로 같았지만, 취향에 다르니 선택도 다르다.
탄탄스타일 해물야끼우동(15,000원)
보기와 달리 매운맛은 약했지만, 불맛은 좋았다. 우동면보다는 소바면을 더 좋아하지만, 없으니깐 우동으로 만족했다. 새우, 게, 홍합, 가리비, 주꾸미, 오징어 등 해물이 많아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녀는 붐베이 사파이저 진을 나는 미도리 샤워를 주문했다. 시간제 무한리필이니, 늘 마시던 거보다는 색다름을 추구해야 할 거 같아서 칵테일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미도리 샤워를 마셨는데 역시 색상만 좋을뿐이다.
야끼교자(4,000원)
시간제 무한리필이니 말없이 마셔야 했는데, 이런저런 말을 많이하다보니 속도가 늦어졌다. 10분이 남았다는 주인장 말에, 화들짝 놀랐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생맥주를 주문했다. 좀 더 달려야 했는데, 다른때와 달리 여기 시간은 쏜살같다.
화장실을 가다 발견했다. 바테이블인데, 심야식당 전권이 비치되어 있다. 미래의 내 지정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조건 무한리필은 아니니깐, 혼자 올때는 녹색이 하나만 주문해서 독서를 해야겠다.
담에 올때는 저들처럼 저기 앉아서 맥주 한잔하자고 했는데, 이제는 추워서 못할 듯 싶다. 경의선숲길이라 쓰고 연트럴파크라 읽는, 회색빛 도심 속에서 만난 푸른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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