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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그냥 건강한 맛이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하다면 불편할 거 같은데, 오래오래 천천히 먹으면 서서히 참맛이 느껴진다. 우리 할머니였다면, 분명 이렇게 만들어 줬을거다. 나쁜 건 제로, 몸에 좋은 것만 넣어, 할머니의 사랑과 손맛이 더해진 맛이다. 도화동에 있는 밥스앤 팝스다.



마포역 2번 출구 옆으로 마포 한화 오벨리스크가 있는데, 이곳 지하 식당가는 이용하려면 밖으로 나오면 안된다.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오픈된 공간인 밥스 앤 팝스가 나온다. 우동이나 라면같은 분식집일 거 같은데, 분식보다는 밥집에 가깝다.  



처음 갔던 날, 당황 했었다. 왜냐하면 호호할머니같은 주인장이 반겨줬기 때문이다. 욕쟁이 할머니는 절대 아니고, 인자하고 따뜻한 할머니 사장님이다. 음식값은 선불, 카드는 안되고 오로지 현금만 된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듯.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는 입간판을 보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먹지 말까? 내용을 하나씩 읽을때마다 맛보다는 건강만 잡은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진 촬영 양해도 구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했는데, 담에 올게요라고 말하고 가는건 아닐 거 같아 앉았다. 그나마 가장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김밥을 주문했다. 



야채김밥 3,500원


김밥에서도 건강맛이 느껴진다. 재료들을 기름에 달달 볶아야 더 맛있는데, 아무래도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거 같다. 밖에서 사먹는 김밥이 아니라, 엄마표 김밥같았다. 김밥만 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떡볶이 국물같은 자극적인 맛이 필요할 거 같다.  



본초떡볶이 4,000원


설마했는데 역시 밀떡이 아니라 쌀떡이다. 그것도 굵디 굵은 가래떡이다. 국산 한약재를 넣은 소스로 만든 매콤한 떡볶이라고 하는데, 매콤함의 기준이 지하에서부터 시작하나보다. 한개도 안매웠다. 이렇게 건강한 떡볶이는 참 오랜만이다. 자극적인 맛은 1도 찾을 수 없다. 



이색수제비 6,500원


건강한 맛의 끝판왕이랄까? 이름처럼 정말 이색수제비다. 하얀색 밀가루 수제비를 주로 먹었는데, 이건 참 컬러풀하다. 단순하게 색만 있는게 아니라, 초록색은 쑥, 검은색은 검은깨로 반죽을 해서 만들었다. 밀가루 맛은 하나도 나지 않아 좋은데, 녹색 수제비가 거시기(?)하다. 녹색 수제비를 먹으니, 쑥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국물을 마시면 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쑥이 반죽은 물론 국물까지 지배하고 있다. 그에비해 검은색 수제비는 정말 무난한 맛이다. 



청양고추가 있지만, 매운맛은 아주 많이 약하다.


이름처럼 이렇게 이색적인 수제비는 정말 처음이다. 쑥맛이 지배적이라서 먹을때는 힘들었지만,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데 이번에는 전혀 없다. 먹을때는 선택을 잘못했구나 했는데, 지금은 한번 더 먹어볼까? 이러고 있다.



먹을때 "와~ 맛있..."에서 멈추게 되는데, 먹고 나면 이상하게 생각이 난다. 속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똑같이 만들어 주셨을 거 같다. 야채와 버섯으로 만든 비타덮밥, 다음에 도전할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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