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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중인데 자꾸만 톡이 날라온다. "왜 안와~ 빨랑 나와~ 그냥 나오나니깐." 거의 1분마다 울리는 톡으로 인해,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않아야 하는데, 나의 손가락은 시스템 종료를 클릭하고 나의 발은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고 요동을 친다. 인생 뭐 있어, 한번쯤은 내일로 미뤄도 되잖아(자기 합리화 중). 그런데 너는 매일 미루고 있잖아(마음의 소리). 후다닥 준비하고 나갔지만, 친구들보다 늦게 도착했고, 후래삼배는 아니지만 엄청난 벌을 받고야 말았다. 



신도림에 있는 선머슴 닭발이다. 가게명이 참 재밌다. 넌 머슴, 난 마님.ㅋㅋㅋ 이름때문인가? 여성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다. 닭발때문일까? 머슴때문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내부 사진은 담지 못했다. 



뼈 없는 닭발이 더 비싸다. 바싸니깐, 저렴한 뼈 있는 닭발을 먹어야 하는데, 늦게 도착한 벌로 인해 메뉴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무뼈닭발구이(가격 15,000원) 그리고 계란찜(5,000원). 그렇게 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건만, 늦게 왔다고 없는 걸로 주문을 해버렸다. 도착하니 벌써 음식이 다 나와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뼈없는 닭발을 먹어야만 했다. 



기본찬은 콩나물국, 단무지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다. 콩나물국은 국물보다는 콩나물만 먹는 게 좋고, 양배추 샐러드는 이가 시릴 정도로 시큼하다. 하지만 단무지가 있어 용서(?)해 주기로 했다.  



매운 닭발에는 언제나 계란찜을 함께 먹어줘야 한다. 치킨에는 치킨무를 먹어야 하는 거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계란찜 양이 장난이 아니다. 소주잔과 비교를 해보니, 엄청나다.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하니 씹을 필요없이 그냥 후루룩 목으로 넘기면 된다. 



국물이 없는 닭발은 내 취향이지만, 뼈가 없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닭발은 재미로 먹는다. 오도독 관절을 끊는 재미에, 탈곡기처럼 입 안에서 뼈만 쏙 발라먹는 재미 그리고 입술이 퉁퉁 부을 정도로 고통을 주는 재미. 이렇게 3박자가 딱 들어 맞아야 하는데, 관절도 없고, 탈곡기도 안되고, 고통스럽게 맵지도 않다.



별로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양념 맛은 참 좋은데, 여기에 좀 더 매우면 완전 좋은데, 아쉽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매운맛, 덜 매운맛 2가지가 있던데, 아무래도 덜 매운맛으로 주문을 한 거 같다. 늦게 도착한 벌이 커도 너무 크다.



니들은 안주를 먹어라, 나는 밥을 먹어야 겠다면서 주문한 김가루밥이다. 이름 그대로 딱 밥과 김가루만 있는 김가루밥이다. 다른 데는 날치알도 넣어주던데 여기는 딱 밥과 김가루 뿐이다. 



단무지 반찬으로만 밥을 먹자니 심심하다. 아무래도 편의점에 가서 고추참치 캔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닭발을 얹어 먹어보라고 친구가 권한다. 김가루 밥을 가뜩 담고, 그 위에 계란찜과 닭발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여기서 누군가 한입만을 외칠 거 같아, 바로 입 안으로 밀어 넣어줬다. 


어~ 이거 참, 신기하다. 먹는 재미가 없었던 뼈 없는 닭발이 밥과 함께 먹으니 괜찮아졌다. 김가루의 고소함과 계란의 부드러움 그리고 닭발의 양념이 참 조화롭게 다가왔다. 만약 뼈가 있었다면 결코 이렇게 먹을 수 없었을텐데, 없으니 근사한 밥반찬이 되었다. 닭발이 안주가 아니 반찬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소중한(?) 날이었다. 늦게 도착한 벌치고는 꽤 괜찮은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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