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육영정육점 토종한우전문 - 고기도 구워본 자가 잘 굽는다!!

옛말(?)에 고기도 구워본 자가 잘 굽는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단코 진리이다. 올만에 한우 먹으러 갔다가, 남이 구워주는 고기만 먹던 이에게 집게를 맡겼더니, 웰던이 되어 버렸다. 편히 고기 좀 먹으려고 했다가, 절대집게(?)는 다시 내 손으로 들어왔다.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구로역방면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곳, 육영정육점 토종한우전문 구로점이다.

육영정육점 토종한우전문 구로점은 정육점직영 한우구이 전문점이다. 식당명 참 길다. 정리하자면, 정육점 스타일 한우구이 고깃집이다. 정육점이니 다른 곳에 비해 고기 가격이 저렴하다는 말인데, 여기는 글쎄 저렴한지 잘 모르겠다. 요즘 한우 무한리필 고깃집도 있으니 말이다.

룸으로 된 곳. 개인적으로 고기 기름때문에 신발 벗고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데, 나와 같은 사람이 많나보다. 사람이 없다. 

원래는 빈 테이블이 없었다. 나오는 사람과 들어가는 우리가 아다리가 맞은 바람에 딱 하나 남아 있던 테이블을 차지 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신발을 벗을뻔 했다. 사람이 많으면 사진을 잘 못찍는데, 다행히 나올때 사람이 없어서 찍을 수 있었다. 참 입구쪽에 정육점코너가 있다. 대형냉장고에 고기를 써는 기계 등등 누가봐도 정육점이다. 그러나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이렇게 룸과 테이블이 있다.

모듬구이도 있고 분위별 구이도 있고, 육개장 같은 탕도 있고, 다양한 메뉴가 있다. 우리의 선택은 한우모듬구이(가격 61,800원)다. 테이블 요금으로 해서 세팅비 6,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세팅부터 시작.

살짝 느끼할때 먹으면 좋은 마늘과 고추 장아찌. 전혀 손을 대지 않아 고스란히 음식물 쓰레기가 됐을 거 같은 김치.

파무침과 소금. 참기름 맛나는 기름소금으로 주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후추가 살짝 들어간 소금이라서 좋았다. 

입이 텁텁할 때 먹으면 좋은 샐러드와 마늘, 쌈장 그리고 동치미, 쌈채소. 여기까지가 세팅비 즉, 테이블 요금인 거 같다.

아마도 탕을 먹을때 나오는 거 같은데, 된장찌개 주문할때 같이 달라고 해서 나온 깍두기. 아삭하니 잘 익었다. 배추김치는 안 먹으면서 깍두기는 참 잘 먹는다. 

불이 준비되면,

한우모듬구이가 나온다. 부위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직원이 바로 가는 바람에 계산할때 물어봤다. 한우모듬구이는 등심, 업진, 치맛살 차돌박이로 되어 있단다. 오른쪽 허연 기름이 많이 보이는 건 차돌, 접시 아래로 고기가 내려가 있는 건 등심, 여기까지는 확실히 알겠다. 이제부터 찍어야 한다. 왼쪽에 직사각형 모양은 업진살이고, 등심 위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돌돌 말려져 있는 건 치맛살(고기를 구울때 진짜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말려있던 고기가 풀어졌기 때문에) 같다. 아니면 치맛살, 업진살이겠지.

사진 찍느라, 절대집게를 맡겼더니 글쎄 삼겹살처럼 이렇게나 많은 고기를 한꺼번에 올려버렸다. 아~ 이걸 어쩔!!

개인적으로 겉은 살짝 익고 속은 빨간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건 완벽한 웰던이다.

그나마 일찍 구했는데도, 역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웰던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절대집게를 다시 가져오고, 촬영을 포기했다. 그랬더니 이제서야 한우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한 입 깨물어 육즙이 쫘악~ 퍼지면서 부드러운 육질의 식감이 느껴진다. 그래 이렇게 먹었어야 했는데, 남은 고기은 차돌뿐이다. 아쉬움에 추가로 고기를 주문할까 했지만, 남겨둔 차돌박이를 이용한 특제 된장찌개를 만들어야 하므로 참기로 했다.

특제 된장지개 만들기. 일반 된장찌개을 주문하고, 여기에 차돌박이를 반 정도 넣는다.

전부다 된장찌개에 넣으면 엄청 느끼해지므로 남은 차돌은 구워 먹는다.

가끔 불쑈가 펼쳐지기도 한다. 

불쑈가 끝나고 고소한 기름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차돌은 바로 먹으면 된다.

된장찌개에 넣은 차돌이 익어갈 때쯤.

여기에 공깃밥 반 공기를 넣는다. 한꺼번에 다 넣으면 넘치기 때문에 반 공기가 딱 좋다.

딱 먹기 좋게 끓고 있지만, 지금 먹으면 안된다. 특제 된장찌개를 위해서는 시간 투자를 더 해야 한다.

먹고 싶지만, 조금 더 참아야 한다. 

국물이 줄어들고, 밥이 죽처럼 뭉게지면 끝. 특제 된장찌개 완성이다.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된다. 사실은 그냥 밥만 먹어도 좋다. 차돌의 기름과 된장의 깊은 맛이 밥알마다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만, 그만큼 맛은 더 풍부해진다. 차돌을 남기고, 된장찌개를 주문할때, 우리의 눈빛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 알지?', '그럼 당근이지.' 그렇게 해서 만든 특제 된장찌개, 웰던 등심을 잊게 해주는 맛이다. 

특제 된장찌개의 최대의 단점은 짠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룽지로 마무으리가 필요하다. 

분명히 한우를 먹기 위해 들어 갔는데, 탄수화물 중독자가 되어서 나왔다. 한우는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먹었는데, 어떻게 둘다 특제 된장찌개를 알고 있었을까? 역시 고기도 구워본 자가 잘 굽듯, 음식도 먹어본 자가 잘 먹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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