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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포장마차가 대세인 요즘, 진짜 포장마차를 만났다. 어둠이 내려오는 대림동의 한적한 골목길에서 말이다. 진짜 포장마차는 모기와의 싸움, 불편한 의자, 좁은 공간, 멀리 떨어진 화장실 등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은 곳이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사회 초년생 시절 선배따라 갔었던 그 포장마차가 생각나, '오늘은 추억을 안주삼아 한 잔해야겠구나'하면서 들어갔다. 지금도 포장마차가 있다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참 반가웠다.  

 

주변 상가의 조명은 하나 둘 서서히 꺼지지만, 포장마차는 지금이 피크타임이다. '그냥 집에 가지 말고, 와서 소주 딱 한 잔만 하고 가~~', 기분좋은 무언의 압박이다.

 

예전 포장마차는 주방과 먹는 공간이 같이 있었는데, 여기는 떨어져 있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내포차가 아니므로 살짝 변형된 포장마차라고 해야겠다. 왼쪽이 먹는 공간, 오른쪽이 주방이다.

 

딱 봐도 깔끔, 깨끗은 전혀 아닌데, 이상하게 끌린다. 

 

안으로 들어봐서 보니, 정말 포장마차가 맞다. 여름에는 모기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면서 먹고 마셔야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완전 아날로그 이니깐 말이다. 지금은 모기(날벌레는 있지만^^)도, 추위도 없으니, 제철(?)이라고 해야할 거 같다.

 

지금은 2015년인데, 난 1985년으로 백 투더 퓨쳐했다. 이런 가격의 메뉴판 참 오랜만이다. 음~ 그런데 포장마차의 대표 메뉴인 잔치국수와 우동이 없다. 물어보니, 여기는 조개칼국수란다. 잔치국수가 그리웠지만, 칼국수라고 하니 주문을 했다.

 

아니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기본찬으로 나오는 콩나물국이 너무 칼칼해서 바로 취소하고, 다른 메뉴들을 주문했다. 참 기본찬은 콩나물국과 오이 그리고 초고추장이다. 포장마차의 대표 메뉴인 오돌뼈(가격 8,000원) 그리고 이슬이를 주문했다. 

 

오도독 오도독 오돌뼈 씹는 재미에, 상큼한 깻잎 향 그리고 다양한 채소까지, 역시 오돌뼈는 포장마차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또 다른 대표 안주이자, 젤 좋았던 닭똥집 볶음(가격 8,000원)이다. 기름 소금장과 함께 나온다. 참, 양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먹다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이고, 바로 다른 안주를 주문하며 완전 스피디하게 나오니, 처음부터 한꺼번에 주문할 필요는 없다. 하나씩 맛을 음미하면서 한 잔, 한 잔 마시면 좋다.

 

오돌뼈도 아닌데, 어쩜 이리도 식감이 탱글탱글한지. 청양고추와 닭똥집을 함께 집어서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쫄깃한 식감에 알싸한 매운 맛 그리고 고소한 맛까지 입 안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먹다보면, 살짝 누린내가 날 수도 있는데 여긴 전혀 그렇지 않다. 탱글, 쫄깃, 알싸, 고소, 음~ 또 먹고 싶다.

 

혼자 닭똥집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뼈없는 닭발(가격 8,000원)을 좋아하는 지인이 어느새 주문을 해버렸다.

 

그래 나는 닭똥집을 먹을테니, 그대는 뼈없는 닭발을 드시구려.

 

마지막 안주로 칼국수를 선택하려고 했으나, 나중에 합류한 지인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생선구이(=고등어구이, 가격 10,000원)를 주문했다. 몰랐는데, 지인이 들어오면서 봤단다. 포장마차인데 생선구이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구이용 조리기구를 말이다. 

 

역시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짭쪼롬 하니, 뜨끈한 흰밥이 생각날 정도였다. 이래서 고갈비, 고갈비 하나보다. 지글지글 생선 굽는 소리까지 참 맛났던 고등어 구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또 가려고 한다. 그때는 닭똥집을 시작으로 고등어구이 그리고 이번에 못 먹었던 칼국수와 왠지 안 먹으면 서운할 거 같은 계란말이를 정복해야겠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실내포장마차보다 확실히 음식 양이 적다. 그래도 둘이서 4개는 너무 많으니, 포장마차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을 다 불러서 오랜만에 아날로그 모임을 가져야겠다.

포장마차라서 주소가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롯데슈퍼 대림점으로 찾아가면 바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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