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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니깐, 매운맛을 먹어야 하는 법. 그런데 아직까지 먹지 못한 매운맛이 있다.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엄청난 매운맛이라는 풍문만 듣고 그동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먹고 죽지는 않겠지 라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결과는 죽지 않았으나, 살짝 겁이 나서 편법을 동원해 도전했다.


■■ 잠깐만~ 매운맛을 안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거!!(이 글땜에 먹었네. ㅡㅡ;)   



알싸한 청양고추(약 4,000~10,000 SHU)에 버금가는 초강력 매운맛이란다. 여기서 스코빌 단위(Scoville Heat Unit 스코빌 매움 단위, SHU)는 고추류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말한다.(출처- 위키백과. 자세한 스코빌 척도가 나와 있어요) "매운맛에 강한 분만 도전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솔직히 겁이 났다. 단독으로 먹기에는 아무래도 내 위가 구멍이 날 거같아, 포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불현듯 짜파구리가 생각이 났다.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만나 짜파구리 됐으니, 너구리대신 불닭볶음면을 활용하면 어떨까?



자파게티는 없지만, 다행히 짜왕이 있다. 요즘 자파게티를 먹는 일요일이 짜왕으로 바뀌면서, 어머니는 늘 짜왕을 사오신다. 어머니도 밥하기 귀찮을 때가 있으시니깐. "니가 있어 참 다행이다"를 외치면서, 함께 준비를 했다.



짜파게티보다 더 맛나다고 하는 짜왕. 면발이 달라서 그런가, 흡사 칼국수 면발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언제나 안성탕면과 짜파게티만 사오던 어머니가 변하셨다. 요즈음 안성탕면과 짜왕을 사오신다. 먹고 싶은 다른 라면들이 참 많은데, 어머니의 선택은 언제나 안성탕면이다. 짜장라면도 언제나 짜파게티였는데, 그래도 요건 변했다. 아무래도 우리집 서열 1위인 조카가 "할머니, 난 짜왕을 좋아해요"라고 말해서 그런거 같다. 서열 1위의 위엄이 참 무섭구나.



짜왕은 동그란 모양으로 칼국수 같은 면발과 커다란 건더기가 매력적인 후레이크, 분말로 된 짜장 스프 그리고 야채 풍미유로 되어 있다.



불닭볶음면은 기존에 보던 라면면발에 볶음참깨와 김이 들어있다는 후레이크는 그 존재의 의미가 너무 미비하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들어있다. 그리고 매운맛의 정체는 분말이 아닌 액상스프로 되어 있다. 



불닭볶음면과 짜왕은 끓이는 방법은 똑같다.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5분정도 더 끓인 다음에 물을 버리면 된다. 그런데 나는 버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물을 적게 넣고, 냄비 뚜껑을 열어 놓고 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인다. 번거롭게 뜨거운 냄비를 들고 다니기도 싫고, 이렇게 끓이다 보면 면이 다 익을 때쯤에 물은 거의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물이 없어지면 우선 짜왕 스프를 넣는다. 참, 짜왕 후레이크는 면과 함께 넣었다. 물을 버리지 않으니깐, 처음부터 같이 넣는다. 그래야 건더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짠맛을 싫어하는 1인이라서 짜장스프는 2/3만 넣었다. 



불닭볶음면 액상스프는 스프 봉지를 탈탈 털어서 다 넣었다. 빨강 아니 검붉은 빨간색이다. 티도 안 나는 불닭볶음면 후레이크 스프까지 다 넣고, 어느 정도 비벼주니 완성이다.



원래는 냄비채로, 면은 냄비뚜껑에 올려서 먹지만, 포스팅 한다고 요렇게 그릇에 담았다. 오이나 삶은 계란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없어서 짜왕에 들어있던 완두콩으로 플레이팅을 완성했다. 


경건한 맘으로, 믹스했으니 덜 맵겠지 하는 맘으로, 파스타를 먹듯 젓가락으로 돌돌 말았다. 그리고 입 안으로 넣었는데, 이런~~ 맵다. 느끼한 짜장면에 고추가루를 넣으면 살짝 칼칼하면서 개운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칼칼함을 넘어서는 맛이다. 맵다. 불닭짜왕이 됐음에도 많이 맵다. 만약 불닭볶음면만으로 먹었다면,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아니다. 진짜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만 먹어야 하는 라면이다. 스트레스가 엄청 많은 날, 혼자서 풀어야 할때, 그때쯤에나 도전해 볼 수 있을까나? 불닭볶음면은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라면이 아니라는 걸 바부같이 몸으로 또 체험을 하고 난 후에야 알았다. 



버릴 수는 없고, 누구도 내가 끓인 불닭짜왕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커다란 참치캔을 하나 땄다. 잘 익은 깍두기가 있었지만, 도저히 고추가루가 들어간 반찬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느끼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때 내 눈에 보인 참치캔, 어찌나 고맙던지 그 덕에 다 먹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누가 먹니, 갖다 버려." (우리집 외무장관님 말씀)

"음식물 쓰레기 만들면 가만 안 둔다, 다 먹어." (우리집 내무장관님 말씀)

"이건 짜장면이 아니잖아, 매워~" (우리집 서열 1순위 왈)

"음 괜찮지만, 그냥 짜왕만 먹는게 더 낫다." (평범한 40대 남성 왈)

"이거 너무 매운데요. 이걸 어떻게 먹어요." (매운거 못먹는 30대 여성 왈)

'나도 솔직히 먹기 싫다구. 그런데 내가 끓였으니 어쩔 수 없이 먹는 거야.' (마음의 소리)


아무래도 불닭볶음면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 같다. 차라리 불닭을 먹는 게 훨씬 낫다. 계란찜, 주먹밥, 쿨피스가 함께 있으니깐 말이다. 불닭볶음면, 넌 내가 아픔만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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