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의 현대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통자수는 수출용, 혼수 및 예단용, 기념품용, 장식용 등 전통적 모티프를 소재로 한 자수품이 국내외로 인기가 높았다.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전통자수는 점차 기계자수, 컴퓨터자수, 저렴한 중국산 자수가 등장하고 아파트 중심의 서구식 생활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1984년에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어 유·무형 문화재가 국가적 보호대상으로 규정된 지 20여 년만에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로 자수장이 지정되었다. 전통자수의 계승과 현대화는 열정과 신념을 지난 이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으며, 동시대인들로 하여금 수공과 공예의 가치를 재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노안도는 평안한 노후를 의미하는 노안와 발음이 같아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이 즐겨 그린 화제이다. 수묵으로 그린 노안도에 비해 색이 선명하고 더욱 입체적이다.
새벽녘은 미술을 전공한 며느리가 그린 풍경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습지와 동틀 무렵의 하늘,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으로 표현된 하단의 풀을 배경으로 전통자수에 종종 등장하는 학의 무리가 이질적으로 조합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창덕궁 대조전의 부벽화로 그린 봉황도를 밑그림으로 한 작품이다. 붉은 해, 구름, 오동나무, 대나무, 난, 작약, 바위, 폭포, 바다 등을 배경으로 화려한 깃털을 지닌 열 마리의 봉황이 등장하는 진채의 장식적인 회화가 한상수의 손을 통해 독특한 질감과 색감의 자수로 재탄생했다.
조선시대 궁에서 의례에 쓰였던 의장용 궁중 진채화 병풍을 밑그림으로 삼아 수놓은 작품이다. 각 폭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과 장수를 의미하는 괴석을 배치해 궁중 미술의 호화로움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1970년대 당시 한상수의 자수병풍은 최고의 혼수 용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제일도솔래의상- 전생의 부처가 도솔천에서 내려와 잉태되는 모습
제이비람강생상-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는 모습
제삼사문유관상- 사문 밖을 나가 노인과 병자, 시체, 고행자를 목격하는 모습
제사유성출가상- 성을 벗어나 출가하는 모습
제오설산수도상- 설산에서 수도하는 모습
제육수하항마상- 보리수 아래에서 마귀의 항복을 받는 모습
제칠녹원전법상-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설법하는 모습
제팔쌍림열반상- 사리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는 모습
자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되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어떤 바람과 염원을 담아낼 것인가"를 늘 고민하며 바늘길을 이어나가야만 장이에 그치지 않고 비로소 작가, 예술가의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수놓은 기술자에 그치지 말고 혼을 불어넣어 주제 의식을 작품에 구현하는 작가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진정으로 임할 때 오늘날 자수가 하나의 독립된 예술 세계로 인정받게 될 것이며, 자연히 자수인 또한 한 명의 작가로서 받아들여 줄 것입니다. (최유현, 「최유현 자수자」 중에서, 2022)
작가의 말처럼, 자수를 하나의 독립된 예술작품으로 바라본 첫 번째 전시였다. 붓과 물감이 아닌 바늘과 실로 만든 작품, 자수. "너, 참~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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