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끝은 있다? 없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in 서울역사박물관)
제목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전쟁의 끝은 있다. 하지만,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 여기서 전쟁이 끝나면, 저기서 전쟁이 시작된다. 고로 전쟁의 끝은 없을 거다. 전쟁은 어른들이 하는데, 그 피해는 아이들의 몫이다. 자주 느끼지만, 세상 참 불공평하다. 전쟁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의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전쟁의 무서움과 끔찍함을 단번에 보여주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참, 전시회는 8월 25일까지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보스니아이 수도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현대 역사상 가장 포위전을 겪은 어린이들의 38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425일 동안 세상과 단절된 도시 속에서 평범한 어린이들과는 다른 일상을 보낸 사라예보 어린이들의 삶은 전쟁의 고통과 일상의 소중함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언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물에 전기 심지에 약도 없는 모든 것이 차단된 생활 속에서도 일상은 계속된다. 포격을 피해 지하실에 교실을 만들고, 구호품으로 받은 공책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아이들을 통해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사라예보는 보스니아의 수도로, 5세기에는 국가의 행정, 문화, 교육, 경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1984년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지 불과 8년 만에 도시는 가장 어두운 시기인 사라예보 포위전을 겪어야 했다.
사라예보 포위전은 현대 인류 역사상 가장 긴 1,425일(1992~1995) 동안 지속되었다. 민간인 5,434명을 포함한 13,952명이 사망했다. 포위전 직전 사라예보와 주변지의 인구 조사에서 525,970명으로 나왔는데, 포위전 기간의 인구 조사에서는 도심지 인구가 435,00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학교 가는 길에 나와 내 친구는 뭐라도 건져볼 수 있을깍 하는 생각으로 며칠 전 불에 타버린 비예니카(사라예보 시청) 건물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이 책을 찾아냈고, 친구는 종이 몇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중간생략) 그것은 전쟁이 일어난 첫 해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오래된 카메라에서 남아 있던 전쟁 중의 필름을 현상한 것입니다. (중간 생략) 사진에는 우리 집 뒤쪽에 있는 안드레예비치 쿠나 거리(현재는 하산 수체스카 거리), 보이니츠코 폴레와 네자리치 부근 그리고 유명한 오슬로보제니에 신문사 건물(현재는 라돈플라자 호텔)과 전쟁 직전에 완공된 노인 요양원이 보입니다."
"나의 헝 아멜은 예술가였습니다. 그는 1995년 5월 3일 살해당했습니다. 휴전 중에 스피카스타 스티예나(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절벽)로부터 날아온 저격수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날 그의 책상에 미완성인 채로 놓여 있었습니다."
"핸드메이드 커피포트 제즈바는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돌아옥기만 기다릳던 시간을 떠오르게 해 줍니다. (중간 생략) 하루하루는 언제나 길었고 커피포트는 늘 비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나의 아버지와 커피포트는 지금 모두 내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책들을 인도주의적 지원품으로 받았습니다. (중간생략)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한 페이지에 여러 벌의 드레스를 그리면서 공책을 최대한 아껴 썼습니다. 나는 훗날 상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늘날까지 드레스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오렌지 한 알은 나에게 너무 소중해서 일기장에 오렌지 조각을 붙이고 대문자로 <11개월 만에 처음 맛본 오렌지>라고 적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맛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나를 빼로 발레반 친구들이 모두 진짜 분홍색 토슈즈를 받았습니다. 나만 흰색 토슈즈를 받아서 슬프고 질투가 났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흰색 토슈즈가 어떤 것인지 내게 알려주셨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 도시에서 생산되었던 사라예보 토슈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993년 사라예보의 버려진 아파트에서 이 드레스를 발견했습니다. 포위된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밝은 색깔은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언덕에 숨은 저격수들의 표적이 되기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시작되자 나의 장난감은 땔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간 생략) 토끼인지, 곰인지, 고양이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형은 포격이 있을 때 나의 피난처이자 친구였고, 말벗이자 끌어안고 함께 잘 수 있는 동반자였습니다."
"다른 부모님처럼 나의 아버지도 아이들 몰래 사탕을 숨겨놓고 전쟁 중에 사탕 한 개씩을 깜짝 선물로 꺼내 주곤 하셨습니다. 1994년, 아버지는 출근길에 돌아가셨고, 이 막대 사탕은 아버지의 다른 물건들과 함께 분실된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우연히 이 막대 사탕을 발견했고, 나는 이것을 고이 간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993년 새해를 맞이하기 하루 전 날, 유엔 보호군으로부터 이 눈사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눈살람을 보고 얼마나 신이 났던지! 그런데 이 눈사람은 보통 장난감이 아니라 양초였습니다. 당시 양초는 정말로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나는 어둠이 무서웠지만, 절대로 눈사람에 불을 붙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정말 양초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심지에 불을 붙여본 적은 있습니다."
"오빠가 이 배지를 받았을 때 그는 매우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중간 생략) 하지만 그는 배지를 지닐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짧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유엔 휴전 기간 중 단 하루... 그날의 단 한순간... 한 걸음...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개의 수류탄... 단 한 조각의 파편에...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1992년 5월 어느 날, 이웃인 네보샤, 타미라 형제와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데 다시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가까운 어디선가 포탄이 터지면서 큰 파편 두 조각이 방의 벽을 뚫고 들어왔지만, 스트립 아트 책들이 막아 주었습니다. 포탄 파편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보호막 역할을 한 만화책입니다."
사라예보 전쟁 동안 수많은 어린이들을 포함해 1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그들에게 죽음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지만, 이 전시는 죽음이 아닌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것이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정전은 전쟁 중인 나라들이 전투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 휴전은 당사국 간의 협상을 통해 전투를 잠시 멈춘 상태 그리고 종전은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현재는 휴전 상태다. 이는 언제든 전쟁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에, 반드시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 고로 3년은 너무 길다.
준비 중이라서 놓친 기획전 '서울의 지하철'이다.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기념 전시회로 11월 3일까지 한다. 이눔의 무더위가 잠잠해지면 가야겠다.
2024.08.11-"그때는 이발소 지금은 바버샵" 서울의 이용원 (in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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