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단련한 바늘을 수놓고"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회는 지난 6월에 다녀왔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제야 올린다. 원래 계획은 베스트만 선정해서 한 번에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고르지 않고 업로드를 하려고 한다. 4개의 테마로 전시를 했으니 거기에 맞춰서 4부작으로 할 생각이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첫 번째 테마는 "백번 단련한 바늘을 수놓고"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늘 스쳐지나 갔는데 이번에는 네가 주인공이야~ 관람 후 덕수궁 한 바퀴를 하려고 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밥 먹으러 갔다는 거, 안 비밀이다.
24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 대학생,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 자격 취득자, 예술인패스 소지자, 장애인 및 동행보호자, 국가유공자,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학교폭력예방교육 이수증 소지자 등 무료관람 대상자가 다양한데, 하나도 속하는 게 없다. 고로, 덕수궁 관람료(1,000원)에 미술관 관람료(2,000원)를 지불했다.
바늘을 도구 삼아 다채로운 색실로 직물을 장식하는 자수는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 중 하나다. 이천 년 역사를 지난 한국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시대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웠다. 다만 훼손되기 쉬운 재료 특성상 현전 하는 고대와 중세 유물은 그 수가 지극히 적고, 전통자수로 불리는 유물 대부분은 명칭과 달리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고 미술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자수 실천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본다라고 안내문에 자세히 나와있다.
제1 전시실,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는 일상용품을 장식하는 생활자수, 의복을 장식하는 복식자수, 공양을 목적으로 제작된 수불 그리고 혼례 등 각종 잔치나 의례에 사용되거나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된 감상자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시대 자수는 제작 주체에 따라 크게 도홧서 화원이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수방 소속 궁녀들이 수놓은 궁수와 민간 여성들이 제작한 민수로 나뉜다. 수방 내인의 숙련된 솜씨로 만들어진 궁수는 정제된 문양의 도안 위에 다채롭게 물들인 색실을 사용해 고아한 기품을 풍긴다면, 대중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게 담은 민수는 상대적으로 세련된 맛은 적지만 자유분방한 구도와 강렬한 원색대비가 두드러진다.
다양한 꽃과 나무를 배경으로 한 쌍의 새를 그린 화조도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어 주로 안방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였다. 이 작품은 10폭의 화면에 소나무와 학을 시작으로 석류와 꿩, 연꽃과 원앙, 오동나무와 봉황, 불수감과 공작 등 전통적으로 장수과 부귀, 부부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소재들을 각각의 화면에 짝지어 배치했다.
십장생수 이증농은 조선조 23대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 가례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동나무로 농틀을 짜고 전면에는 홍색전 바탕에 오색실로 자수해 꾸민 화려한 농이다.
주나라 문왕이 부인들에게서 100여명의 아들을 얻은 일화에서 유래한 백동자 고사를 비단에 수놓은 10폭 병풍이다. 백동자도는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복제는 중국 명나라와 같은 형태의 복식을 착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대한제국과 함께 일대 변혁을 맞는다. 황제와 신하 모두 황제국 체제에 걸맞은 복제로 개편되면서 서구식 복제를 수용했다.
남송대 유학자 주희가 무이산 야홉 계곡의 정경을 묘사해 득도에 이르는 과정을 구도자적 관점에서 표현한 무이구곡시를를 수놓은 자수 병풍이다. 제첨에 따르면 글씨는 중인 이기복이 청대 서예가 하소기의 서체를 따라 쓰고, 수는 평안도 안주 사람이 놓았다. (자수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보고 또 봄.)
화면 중앙에는 장대하게 뻗은 매화 나무에 두 마리의 학이 노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좌우 양 쪽에는 행서로 쓴 제발이 있는데 중국 송대 범성대가 쓴 매보의 서문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화면 왼쪽 아래 '신김규진경사'라고 적혀 있어 대한제국 황실에 헌상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부는 여기까지, 2부 그림 갓흔 자수는 아래 링크에~
2024.07.23-"그림 갓흔 자수"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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