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우주를 수건 삼아"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광복 후 국가 재건과 조국 근대화가 사회적 화두가 된 시기에 자수는 만족 정체성의 회복, 왜색 탈피, 현대화, 전통의 현대적 계승 등 문화예술계 전체의 기치에 적극 동참했다. 이 시기 자수는 한편으로는 추상화,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의 부활이라는 형태로 전개됐다. 제3전시실에서는 아카데미 안팎에서 진행된 이른바 창작공예=현대공예로서 자수의 면모를 살펴본다. 

 

제3전시실은 요런 분위기!
박을복 "표정" 1962, 마직에 자수

뒤엉킨 군상이라는 소재가 참신하고, 당시 화단에서 시도되던 큐비즘 스타일을 도입해 화면을 과감하게 분할하는 현대적인 조형성을 보여준다. 도톰한 천과 실의 소재적 차이와 평수, 난십자수, 삼각수, 무늬목수 등 다양한 기법으로 수놓인 화면으로 표면의 밀도를 높였다.

 

박을복 "정" 1961, 모직에 자수
박을복 "작품A"와 "작품B" 1961, 마직에 자수
김인수 "다람쥐" 1949, 섬유에 자수
김혜경 "산" 1968, 섬유에 자수
정인수 "정" 1962, 비단에 자수
엄정윤 "민들레" 1953, 섬유에 자수

다소곳한 봉오리, 활짝 핀 노란 꽃, 바람에 날아가거나 탐스러운 홀씨, 꺾인 줄기와 거친 잎 등 민들레의 다양한 모습을 한 화면에 생동감 있게 구성하고 이를 실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엄정윤 "들꽃" 1954, 섬유에 자수
엄정윤 "유리창에 서려든 성애의 자연" 1985, 섬유에 자수
엄정윤 "대청봉" 1980년대, 섬유에 자수

기존의 자수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때로는 대범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실로써 표현했다. 햇빛을 받아 부분적으로 밝게 빛나는 바위와 단풍 들여 미묘한 색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상수 "삶" 1962-1964, 섬유에 자수
최유현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1968, 비단에 자수

새의 형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화면을 다채로운 색으로 촘촘하게 매운 실이 새의 깃털을 연상시키고, 힘차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부드러운 속도감이 느껴지는 곡선은 화면 전체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전통자수를 제작하면서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추상 영역까지 시도했던 당시 자수가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장봉 "번뇌" 1995, 비단에 자수
김소진 "환상" 1962, 섬유에 자수

당시 미술계를 풍미한 뜨거운 추상을 자수로 표현했다. 이미지는 회화와 비슷하지만 몇 번의 붓질로 완성되는 회화와 달리 한 땀 한 땀 공들여 수를 놓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송정인 "무제" 1970, 섬유에 자수
송정인 "벽걸이" 1967, 마대에 염색, 자수

사각형, 삼각형, 원, 마름로 등 기하학적인 형태들과 비정형적인 형태들이 다양한 변화를 생성해 가며 거대한 다성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조화로운 색과 형태의 배치로 리드미컬한 공간이 만들어진 위에 섬세한 디테일이 더해져 화면은 다채롭고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송정인 "작품0-2" 1972, 비단에 자수
송정인 "작품0" 1969, 비단에 자수

분명히 평면인데 가운데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정필순 "구성" 1976,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명주실
최수정 "사각_프리즘2"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자수
강선희 "봄숲"과 "드러남: 사물의 파토스" 2020, 재활용 담요에 자수
이영숙 "무제" 1970년대, 섬유에 염색, 자수
손인숙 "성화" 1988, 마직에 염색 / 김혜순 "봄향기" 1985, 섬유에 자수
최한성 "불가분의 유동" 2023, 면직에 혼합 자수
이장봉 "길"과 "파도" 1995, 비단에 자수
이신자 "노이로제" 1961, 면직에 자수

한국 섬유예술의 1세대 작가인 이신자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절에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소개하고, 국내 섬유예술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주역이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아이와 태양을 표현한 것으로 아아들이 즐겁게 꿈을 펼쳐나간다는 주제의 긍정적인 의미와 달리, 작품을 제작할 당시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 대한 심정을 담아 노이로제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내 눈에는 아이가 안 보여~

3부는 여기까지, 4부 전통미의 현대화 하단 링크에~

2024.07.27-"전통미의 현대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통미의 현대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통미의 현대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i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전통자수는 수출용, 혼수 및 예단용, 기념품용, 장식용 등 전통적 모티프를 소재로 한 자수품이 국

onion02.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