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동양화점
예스러움보다는 새삥을 선호한다. 특히,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카페라면 레스트룸이 좋은 곳으로 가야한다. 그걸 알면서도 가끔은 예스러움을 찾을 때가 있다. 분위기는 기본,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당산동에 있는 동네박물관이자 디저트카페 동양화점이다.
입구에서부터 그저 그런 평범한 카페가 아니라는 게 팍팍 느껴진다. 우선, 이름이 그렇다. 동양화점, 카페치고는 이름이 꽤나 난해한다. 점은 점포의 그 점이 아닐까? 여기서 점포의 사전적 의미는 작은 규모의 가게로 쓰는 집이다.
베이커리카페 동양화점이라고 하지만, 카페이기 전에 이곳은 수제구두를 제작하던 장인의 구두가게였다. 그때는 멋쟁이들이 찾는 구두가게였지만, 지금은 기분 좋은 커피향과 달달한 케이크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카페로 변신했다. 찾는 이가 없으니 업종변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다. 하지만, 신축이 아니라 도시재생으로 곳곳에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다.
동양화점은 2개 점포를 하나로 합친 듯하다. 여기는 주방이 있고, 케이크가 있는 진열대가 있고 그리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처음에는 앉는 공간이 여기뿐인가 싶어,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좁구나 했다. 하지만, 공간이 옆으로 이어진다는 거, 안 비밀이다.
주문은 옆 공간에서 하지만, 여기에도 음료 메뉴판이 있다. 종류가 꽤나 많지만, 늘 그러하듯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3,500원)를 마실 거다.
베이커리카페라 쓰고 디저트카페로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빵보다는 케이크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왼쪽은 동양화점의 디저트 조상님이라는 바나나브레드이다. 반죽의 절반이 바나나라는데, 4,5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내려놨다. 가격대비 크기가 너무 작아요~
쿠기는 얼그레이 갈레트부르통, 갈레트브루통, 레몬얼그레이 그리고 다크초콜릿 스모어가 있다. 요런 쿠키류는 달아 달아 너무 달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케이크는 바스크치즈, 갸또오쇼콜라, 딸기생크림, 블루베리빅토리아가 있다. 홀케이크가 끌리지만, 혼자서 먹기 힘들기에 조각으로 먹을 거다. 맘은 하나씩 다 먹고 싶지만, 그중에서 가장 끌리는 딸기생크림(7,500원)을 골랐다.
이어지는 옆공간으로 이동하니, 이제야 동양화점의 과거를 만났다. 벽면의 사진(혹은 그림)에서 과거 흔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뿐만 아니라 그때 그시절의 흔적이 박물관처럼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다.
기성복이나 기성화가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는 처음이다. '옷이 아니라 구두를 만드는데도 재봉틀이 필요하구나.' 혼자서 티 내지 않고 놀라는 중이다.
더불어 사람 발 모양의 라스트(구두골, 검색했다는 거 쉿~)는 겁나 신기하다. 지금도 누군가가 저 유리문을 열고 한 땀 한 땀 구두를 만들 거 같은데, 멈춰버린 시계처럼 고요하다.
한 땀 한 땀이라는 말이 와닿는 공간이다. 구두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나 많은 도구가 필요한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망치와 가위, 자, 컴퍼스, 솔은 알겠는데 나머지는 하나도 모르겠다. 동네박물관 동양화점이라고 하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다. 이름만이라고 적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수제구두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아 놓았다. 아까 도구 진열장보다 나은 점이라면, 이름표는 있다. 담배포장지로 도안을 만들고, 계랑지에는 어떤 이의 발도장과 원하는 구두 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구두깔창과 실, 부자재와 액세서리에 이어, 완성된 구두와 그 구두를 만들기 위해 먼저 제작한 구두골도 있다.
때깔로 느껴지듯, 겁나 진하고 고소하다. 더블샷인데 잔이 크지 않아서 물을 덜 넣었나 보다. 쓴맛까지는 아닌데, 너무 진해서 밤에 잠이 안 와서 혼났다. 믹스커피만 좋아하던 커알못에서 커피애호가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카페인에 약한 1인이다.
커피가 진한 부드러움이라면, 딸기생크림 케이크는 달달한 부드러움이다. 그저 부드럽기만 하면 자칫 느끼함으로 빠질 수 있는데, 새콤달콤한 딸기가 브레이크가 되어 맛을 딱 잡아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조각 케이크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그럼 홀케이크는 겁나 부담스럽다.
동양화점은 이야기가 있는 카페라서 좋은데, 화장실이 협소해서 1시간이 마지노선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시면 장실이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으니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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