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김재운 초밥사랑
벌써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 남쪽마을과 달리, 서울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2월 28이면 봄이라고 해야 할까나?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봄은 확실히 오고 있다.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는 겨울과 안녕을 해야 한다. 공덕동에 김재운초밥사랑에서 대방어회를 먹으며 겨울을 보냈다.
입구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메뉴판을 바라보면서, 맨 윗줄에 있는 사랑초밥을 먹어야지 했다. 살짝 부족하다 싶으면, 사이드메뉴에 있는 새우튀김이나 감자고로케 중에서 하나는 선택해야지, 이때만 해도 오직 초밥만 생각했다. 거대한 녀석(?)이 등장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혼밥이니 바쁜 점심시간은 피하는 게 매너라 생각하는 1인이다. 한가하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지만, 붐비는 밥집을 주로 가기에 12시가 지나면 움직인다. 김재운초밥사랑은 첫 방문이지만, 공덕에서 꽤나 알아주는 초밥집이라서 1시가 넘어서 오니 예상대로 한산하다.
밖에서 메뉴판을 보고 왔으니, 테이블에 있는 메뉴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운명이랄까? 메뉴를 정하고 들어왔으니 앉기도 전에 주문하는 습관을 버리고 무심코 메뉴판을 봤고 대방어개시 페이지에서 얼음이 됐다. 중과 대만 있다면 무시를 했을 텐데 혼술(29,000원)이 있다.
방어는 2월까지가 제철이다. 고로, 아직은 기름이 좔좔 넘치는 대방어회를 먹을 수 있다.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초밥이란 두 글자는 어느새 사라지고, 직원에게 "대방어회 혼술 주세요."
샐러드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야 메인으로 쓰이는 항공샷이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소금기름장은 샐러드와 함께 직원이 가져다주고, 간장과 초생강은 테이블에 있기에 직접 담았다.
회만 먹으면 서운하니 매운탕을 추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유부가 가득 들어 있는 우동이 나왔다. 오호~ 주인장 센스 인정! 고춧가루를 넣어서 칼칼하게 먹으면 좋겠지만, 곁들임 음식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대방어회를 맞이해야 하니깐.
궁채(상추대) 절임은 대방어회가 느끼해서 나온 것일까? 원래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초생강이 있어 미안하다~ 회나 초밥을 먹을 때, 초생강을 무지하게 많이 먹는 1인이라는 거, 안 비밀이다.
왼쪽 사진에서 빨간 부분이 있는 건 대뱃살이고 그 뒤는 중뱃살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등살일 거다. 붉은 부분이 많아서 기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연하디 연한 핑크다.
때깔이 참 아쉽다 했는데, 선어회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흰살생선 같아 보이지만, 숙성으로 인해 넘치도록 기름이 흐르고 저작운동을 별로 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육고기와 달리 회는 로이가 없으면 안된다.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대방어회 한 점을 먹자마자 바로 (새)로이를 소환했다. 날 것을 먹을 때 소독은 무조건 필요하니깐(개똥철학). 대방어회 한 점을 간장에 찍었을 뿐인데, 바로 기름층이 생겼다.
둘 다 등살부위인데 식감이 전혀 다르다. 왼쪽은 기름은 적지만 꼬들꼬들하니 식감 깡패이고, 오른쪽은 식감은 약하지만 기름이 과하다. 숙성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양이 많지 않으니깐. 매운탕이라 생각하고 먹으려고 했는데, 많이 짜다. 그래도 배를 채워야 하기에 꾹 참고 먹었다. 역시 회에는 매운탕이 정답이다.
혼술 대방어회라서 좋아했는데, 회킬러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땀 한 땀이 아니라 한 점 한 점 음미하면서 먹었는데, 15점에서 4점이 남았다. 늘 그러하듯, 와사비+간장만 더하고, 느끼하다 싶으면 초생강과 로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겨울 대방어를 떠나보냈다.
초밥전문점에 왔는데, 초밥 하나는 먹어야 한다. 한 점씩 주문도 가능하지만, 네이땡 영수증 리뷰를 하면 초밥을 준단다. 영수증을 받아야 하니 먼저 계산부터 하고, 리뷰를 올리고 확인을 받는다. 계란, 유부 그리고 새우불초밥 중에서 새우불초밥을 선택했다.
불향이 감돌고, 새우 위에 허니머스터드인가? 소스가 있다. 그 영향으로 정작 중요한 새우맛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김재운초밥사랑은 브레이크타임이 없단다. 대방어회로 인해 놓친 초밥 먹으러 늦은 오후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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