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우동가게
일본식 우동 면발보다는 덜 오동통하고, 잔치국수의 면발보다는 오동통하다. 굵기도 길이도 자유로운 손칼국수와 달리, 다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면발이 일정하다. 당산동에 있는 우동가게는 기계로 면을 뽑아 우동을 만드는 우동집이다.
식당명만 듣고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인지 모를 때도 있지만, 우동가게는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이름 그대로 우동을 파는 밥집이다. 예전에는 혼밥에 혼술까지 자주 했는데, 어쩌다 보니 4년 만에 왔다. 너무 오랜만에 왔지만 그래도 단골이었으니 주인장이 기억해줄까?
참, 우동가게는 주인장이 혼자 운영을 하는 곳이라 물만 셀프가 아니라 주문부터 계산, 반찬, 음식 운반까지 다 직접해야 한다.
점심시간 즈음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려야 했지만, 짜증보다는 반가움이 더 컸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으니깐. 이내 바테이블에 자리가 생겨 앉았는데, 4년이란 시간은 길어도 너무 길었나 보다. 예전 단골이 아니라 처음 온 손님으로 전락했다.
인스타 친구인데 바빠서 못 알아본 것일까? 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등등 별별 생각을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먹고 나왔다. 저렇게 했는데도 못 알아보면 더 비굴할 테니깐.
우동가게의 시그니처는 냉우동(붓카케우동)이지만, 맨 앞에 있는 멸치우동(6,000원)을 먹을 거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왔으니깐. 사이드로 꼬마김밥과 새우튀김 중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추가옵션에 다 있다. 그렇다면 새우튀김(2,000원)과 꼬마김밥(1,500원) 추가요.
세트로 주문할 경우, 새우튀김은 따로가 아니라 우동과 같이 나온다. 튀김부스러기가 고명으로 들어 있기에, 새우튀김은 나오자마자 사진을 후다닥 찍고 꺼냈다. 촉촉함 보다는 바삭한 튀김이 먹고 싶으니깐.
고명은 튀김부스러기와 김가루, 약간의 고춧가루 그리고 쑥갓인데, 고물가의 영향인지 쑥갓은 예전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 가락국수 스타일의 요런 기계식 우동은 진한 쑥갓향으로 먹어야 하는데 아쉽다.
멸치우동이지만, 맹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국물이 맑고 깔끔하다. 우동 혹은 국숫집은 육수를 계속 끓이기에 늦게 갈수록 진한 국물을 먹을 수 있다고 했었다. 요즈음 어떨지 모르지만, 저녁이 진함이라면 점심은 맑음이다.
키오스크로 주문이 끝나면, 우동 면발을 뽑기 위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이다 보니 흠잡을 데 없이 굵기가 일정하다. 일본식 우동에 비해 면발은 가늘지만, 어릴 때 대전역에서 먹던 가락국수를 떠올리게 한다.
국물에 빠져있던 부분은 고소한 눅눅함,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바삭한 고소함이다. 그리고 그 안에 감칠맛이 가득한 새우 한 마리가 숨어있다. 한 개라서 아쉽지만, 꼬마김밥이 남아있어 괜찮다.
멸치육수의 연한 맛을 쑥갓의 진한 향으로 채워야 하는데, 너무 부족하다. 쌀국수 먹을 때 고수 추가를 하듯, 쑥갓 추가가 있었다면 무조건 했을 거다. 단무지로 대신하려고 했지만, 쑥갓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김밥 하나 먹고, 멸치우동 국물 먹고, 요건 반복을 아니할 수 없다. 참, 단무지 추가는 필수 아니고 선택이다. 멸치국물도 좋았지만, 매콤한 떡볶이 소스가 더 끌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처음 그대로 끝까지 가도 상관없지만,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다면 변주는 필수다. 그런 사람이 많은지, 테이블에 후추와 고춧가루 통이 놓여있다. 각각 2번씩 톡톡~ 욕심을 더 내고 싶지만, 맵(순)둥이라서 약한 모습은 어쩔 수 없다.
3차는 고명으로 나온 튀김부스러기를 추가한다. 이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주인장에게 더 달라고 하면 된다. 2차는 향과 매콤이라면, 3차는 극강의 고소함이다. 알갱이는 작아도 저 안에 적당한 기름과 바삭함이 살아 있다. 멸치우동으로 시작해 튀김우동으로 마무리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다시 단골로 기억해줄 때까지 종종 찾아가야겠다.
2020.03.27 - 당산동 우동가게 국물은 매콤 면발은 탱글 어묵우동
2019.08.19 - 당산동 우동가게 뜨겁게 혹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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