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우동가게
우동은 국물? 우동은 면발? 둘 중 뭐가 더 우선일까를 생각하려다, 굳이 따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뭐가 됐든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다.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을때는 뜨근한 멸치우동을, 쫄깃한 면발이 먹고 싶을때는 국물없는 냉우동을 먹으면 된다. 쓸데없는 고민따위 하지 말고 그냥 먹자. 당산동에 있는 우동가게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는 영등포구청역을 지나 당산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 중간 어디쯤에 우동집이 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가 아니라, 기차길 옆 우동가게다.
우동가게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야 더 좋다. 왜냐하면 아주 추운 겨울날, 당산역에 내려 여기까지 10분 정도 걷다보면 머릿속에는 뜨끈한 국물 생각뿐이다. 갈증이 심할때 차가운 맥주를 마시듯, 언몸을 녹일때는 담백한 멸치국물이 딱이다. 하지만 지금은 느무느무 더운 8월이다. 지금 이순간에는 뜨거움보다는 차가움을 선택해야 한다.
바테이블은 공간활용에 있어 괜찮은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특히 공간이 좁다면 더더욱 바테일블은 진가를 발휘한다. 주방이 바로 옆이니 주인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고, 혼밥이지만 상대방이 있는 거 같아 혼자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밥이나 혼술이나 바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게 되고, 어느새 단골이 되어 간다.
우동집이니 당연히 우동뿐이다. 사이드메뉴 중에서는 단연코 새우튀김이다. 그리고 녹색이가 삼천냥이다. 뜨겁게 먹을까? 차갑게 먹을까? 늘 고민을 했는데, 이번에는 멸치우동(4,500원)과 냉우동(5,000원) 둘 다 주문했다. 더불어 빠지면 서운할 거 같아, 새우튀김(5,000원)도 주문했다.
주인장 혼자 운영을 하는 곳이니, 계산부터 다 셀프다. 조그만한 기계에 뭐 먹을지 선택하면 된다. 메뉴가 많지 않으니, 키오스크 사용도 쉽다. 먼저 매장과 포장으로 선택을 한 후, 어떤 우동을 그리고 어떤 사이트와 음료를 선택하면 된다. 결제는 카드로 해서 직접 긁거나 안으로 넣으면 끝이다. 주문이 끝나면, 주인장은 기계에서 면을 뽑고 삶는다. 그리고 몇 분 후, 음식이 나오면 테이블로 갖고 오면 된다. 그전에 김치와 단무지 그리고 물은 셀프이니 미리 세팅해 놓는다.
쑥갓을 국물 속으로 넣기 전과 후 국물맛은 확연히 다르다. 고로 쑥갓을 좋아해서 바로 먹거나, 싫어해서 빼면 안된다. 은은한 멸치향이 흐르는 담백한 국물에 쑥갓이 더해져 향긋한 국물맛으로 변한다. 멸치향이 강하게 느껴질때, 쑥갓이 고걸 또 적절하게 눌러준다. 그리고 쑥갓과 더불어 고춧가루 역시 절대 빠지면 안된다. 후추같다고나 할까? 매운맛까지는 아니지만, 단조로울 수 있는 국물맛을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국물 우동인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면의 쫄깃함은 사라지지만, 워낙 국물이 좋으니 괜찮다.
여기서 잠깐, 멸치우동은 9시 마감무렵에 가면 진하디 진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계속 끓여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은 단골팁이다.
비빔우동(국수)이라 하면 빨간맛이 연상되지만, 이집은 간장이 베이스다. 간무와 김가루, 쪽파 그리고 튀김부스러기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여기서 잠깐, 별맛 없을 거 같은 튀김부스러기는 냉우동을 더 고소하게 만드는 엄청난 씬스틸러다. 비빔답게 잘 섞이도록 비비면 된다. 시원한 우동이니 후~하고 불 필요없이, 바로 먹으면 된다. 국물이 없으니 뭔가 빠진 듯 서운할 거 같지만, 면발이 일당백 아니 일당천이다. 기계로 뽑은 면발이 맞나 싶을만큼 저세상(?) 쫄깃함이다. 여기에 간장이 갖고 있는 감칠맛과 튀김부스러기의 고소함이 더해져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사이드 주제에 멸치우동보다 몸값이 비싸지만 먹으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새우 본연의 탱글한 식감은 기본, 튀김의 바삭함이 더해지니 이건 절대 실패할 수가 없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거라는 말, 사실일 거 같다. 우동에 빠지다보면 튀김은 살짝 식었을 무렵에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튀김은 너무 뜨거울때보다는 두어박자 쉰 다음에 먹을때를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새우의 향과 맛 그리고 바삭함이 더 살아나는 거 같기 때문이다. 즉, 멸치우동은 뜨겁게, 냉우동은 차갑게 그리고 새우튀김은 살짝 식었을때가 가장 좋다.
집으로 가는 길이 한시간 정도 늦어졌지만 괜찮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8월의 어느 여름날, 배부름과 함께 찾아온 행복때문일까? 덜 더운 느낌은 그냥 느낌이겠지. 그나저나 계절은 속이지 못한다더니, 하룻밤만에 열대야가 사라졌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단 날은 가고, 잠귀 어두운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선선에서 서늘로, 서늘에서 추위로 변해갈때, 뜨끈한 멸치우동 먹으러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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