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동 효가옥
고물가 시대에 국밥 한 그릇에 만원이면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하나? 그냥 국밥도 아니고 한우가 들어있으니 갓성비라고 해야 하나? 고기 양은 섭섭하지만, 우거지는 푸짐하다. 효창동에 있는 효가옥에서 만원의 행복보다는 든든함 한우우거지탕이다.
독립운동가의 묘역이 있는 곳에 운동장이라니 언발란스한데, 이유가 있다. 1956년 효창공원에 있는 독립운동가의 묘를 다른 곳으로 이장하고 그 자리에 운동장을 건립할 계획을 했는데 사회기관단체, 여론,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 그해 6월 아시아 축구 선수권대회 유치가 확정되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 이곳에 축구 경기장을 짓도록 지시했다.
효가옥은 효창운동장 1층에 있는 밥집이다. 혼밥을 할 때, 가능한 12시는 피하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기도 하고, 혼자서 테이블을 독차지하고 싶지 않으니깐.
그런데 어쩌다 보니 12시에 도착을 했다. 밖에 줄은 없지만 안에는 북적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비어 있는 2인테이블을 발견하고 눈치 보지 않고 바로 앉았다. 여유가 있어 좋구나 했는데, 잠시 후 단체가 들어왔고 순식간에 자리가 꽉 찼다. 혼밥인데 12시에 와서 다행이라고 느낀 건, 처음이다.
자고로 사이드 메뉴는 메인을 뒷받침하는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로 알고 있는데, 효가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고기에 갈비찜을 사이드로 먹기에는 겁나 과하다. 고로, 한우가 들어 있다는 한우우거지탕(10,000원)만 주문했다.
물미역무침인가? 미역은 국과 줄기볶음만 좋아할 뿐 나머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덜 익었지만 통으로 나온 배추김치와 알맞게 잘 익은 무생채만 공략했다. 참, 반찬은 리필이 가능한데, 무생채만 추가했다.
순댓국, 내장탕, 소머리국밥 등 육고기가 들어 있는 국밥은 멀리하지만, 선지나 살코기가 들어 있는 국밥은 멀리하지 않는다. 한우우거지탕이라는 이름으로 유추했을 때, 우거지보다는 한우가 더 많이 들어있나 했다. 왜냐하면, 이름 순서가 그러하니깐.
하지만, 양이 아니라 가격으로 이름을 정했나 보다. 우거지에 비해 한우는 무지 비싼 녀석(?)이니깐. 첫인상은 추어탕 같았지만, 우거지 사이로 한우가 숨어(?)있다.
걸쭉하고 얼큰한 국물일 줄 알았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하니 맑은 편이다. 우거지는 많이 들어 있어 좋은데 한우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나 들어있나 싶어 하나씩 건져서 밥에 올렸다. 조각난 고기는 제외를 했는데, 예상대로 아주 많이 섭섭하다. 급, 고기가 그득그득 들어있는 뼈해장국이 먹고 싶다.
우거지뿐만 아니라 버섯과 콩나물도 들어 있지만, 우거지에 묻혀서 맛이나 식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우는 큰 덩어리라기보다는 장조림 고기처럼 자잘하다.
고기 양이 아쉬울 뿐, 맛은 맵거나 짜거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다. 뚝배기에 나와서 처음에는 뜨겁지만, 밥을 말아서 후루룩 빠르게 먹기 좋다. 왜냐하면, 과하게 저작운동을 할 건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라면에 김치이듯, 국밥에도 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밥을 말아서 간이 약해진 한우우거지탕에 덜 익은 배추김치와 잘 익은 무생채는 부족했던 아삭한 식감에 맛도 높여준다. 대체로 국밥에는 깍두기가 나오는데, 무생채는 아삭한 식감은 그대로인 채 올려 먹기에 겁나 안정적이다.
효가옥 맞은편으로 기사식당이 포진되어 있다. 건너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한우우거지탕을 먹었으니 다음에는 무조건 길을 건너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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