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천동 베트남시장쌀국수 (feat. 달인꽈배기)
쌀국수를 자주 먹는다면, 한 번은 뜨겁게 또 한 번은 차갑게 먹었을 거다. 하지만 가끔 먹다 보니 늘 뜨거운 국물이 있는 쌀국수를 선택하게 된다. 다름을 추구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것일까? 아니다. 용기(?)를 내면 가능하다. 독립문 영천시장에 있는 베트남시장쌀국수에서 드디어 분짜를 먹는다.



지난 1월에 왔을 때는 위치를 몰라서 한참을 헤맸는데, 이번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베트남 국기부터 찾았다. 그때는 베트남식당에서 편육과 머리고기도 파는구나 했는데, 아니다. 베트남시장쌀국수는 편육을 파는 가게 뒤편에 있다. 고로, 베트남 국기를 찾았다면, 안쪽으로 들어가야 식당이 나온다.



혼밥 하기 딱 좋은 한산한 시간(오후 1:30)에 왔는데,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여전히 사람이 많다. 그래도 지난번과 달리 줄이 없어 바로 입장했고 자리에 앉았다. 들어왔을 때는 북적북적하더니, 서서히 사람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때를 놓치면 후보정이 필요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밥을 먹다 말고 카메라를 들었다. 밖은 우리네 전통시장이지만, 내부는 베트남스럽다.




밥을 먹고 디저트로 코코넛열대과일과 베트남냉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디저트는 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분짜를 먹으러 왔건만, 또 국물 쌀국수에 끌린다. 하지만,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기에 비빔쌀국수이자 분짜(8,000원)를 주문했다.

테이블에는 꽤나 매콤한 칠리소스를 시작으로 해선장과 레몬즙 그리고 더 매운 고추양념이 놓여있다. 이쑤시개가 저기에 있다니 기발하다. 쌀국수를 먹을 때는 칠리와 해선장이 필수인데, 분짜는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찬 코너에 고수를 필두로 양파절임과 단무지 그리고 배추김치가 있다. 셀프이니 알아서 갖고 오면 되는데, 고수는 무조건 많이 그리고 양파절임은 적당히 가져온다. 남은 반찬은 먹지 않기에 가져오지 않는다.

베트남식당쌀국수에서는 분짜 = 비빔국수라고 한다. 분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만, 처음 먹는다. 만약 아무 정보가 없었다면, 양념이 아니라 비빔국수를 먹을 때 나오는 어묵국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양념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국물이니깐.
하지만, 먹어보면 국물이 아니라 양념임을 알게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맵(순)둥이 기준으로 새콤 80%, 매콤 20%이다. 그리고 피시소스(우리식으로 액젓) 특유의 꿈꿈함은 거의 없다. 안에 들어있는 건더기는 볶음 돼지고기이다.





분짜에는 불향을 가득 머금고 있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다고 하던데, 베트남시장쌀국수 분짜는 돼지고기가 아니라 짜조가 들어있다. 그리고 오이, 깻잎, 상추, 새싹채소, 삶은 숙주나물 등 푸르름을 담당하는 녀석(?)들이 겁나 많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지만, 한참을 뒤적인 후에야 삶은 쌀국수면을 찾았다.


짜조는 고기튀김이랄까? 바삭함이 먼저 느껴지고 그 뒤로 고기의 고소함이 훅 치고 들어온다. 분짜에 나오는 국물 같은 양념보다는 칠리소스와 더 어울린다는 거, 안 비밀이다. 고수는 개인취향이지만, 극호라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 그래서 고수 추가 시 돈을 받는 곳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장에게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양념을 국수에 부어서 먹으란다. 분짜는 양념(혹은 소스)을 붓지 않고, 국수에 찍어서 먹는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만의 방식인가 싶어 따라 했다.
그런데 비빔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거시기(?)하다. 고추장이나 된장 혹은 간장처럼 양념과 국수가 잘 섞어야 하는데, 이건 물이다 보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뿐이다.



짜장면이나 비빔냉면을 먹을 때처럼 정성을 다해 비볐는데 그닥 차이가 없다. 새콤과 매콤에서 매콤(국수 양이 많아서)은 사라진 소스(양념) 맛은 느껴지는데, 비빔이라 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아무래도 우리식 비빔국수에 익숙해서 그런 듯싶다.
피시소스라서 채소가 숨을 죽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소스에 짠맛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도 파릇파릇하다. 채소가 너무 많아서 사라진 매콤은 칠리소스로 채웠다.

아무래도 먹는 순서가 잘못된 듯싶다. 우선 짜조부터 먹어치우고, 채소와 쌀국수를 잘 섞은 다음에 소스를 넣었어야 했다. 제대로 섞지 못한 상태에서 면만 골라 먹다 보니, 나중에는 채소만 가득 남았다.

깻잎은 향으로 절대 죽을 채소가 아닌데, 고수 앞에서는 하수가 된다. 둘을 같이 먹었는데 고수 맛만 나기 때문이다. 분짜는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먹던 우리네 비빔국수와는 정말 다르다.
끼얹어 먹는 쌀국수랄까? 뜨끈한 국물 쌀국수만 먹다가, 시원한 쌀국수는 새롭고 낯설다. 좋은 점이라면 다 먹을 때까지 고수가 파릇파릇하니 살아 있다는 거, 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좋았다.




채소가 가득한 분짜를 먹으면서 면을 추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디저트를 먹어야 하기에 꾹 참았다.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무엇을 먹듯, 디저트는 항상 달인꽈배기이기 때문이다. 2시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팥도너츠는 솔드아웃이란다. 아쉽지만 갓나온 꽈배기로 천 원어치 샀다.



시장 건너편에 있는 스벅에 와서 꽈배기를 먹는다. 왜냐하면 별다방은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한 곳이니깐. 겉은 튀김 같은 바삭함을 유지하고, 속은 겁나 쫄깃하다. 광장시장 꽈배기도 엄청 유명하다지만, 나의 원픽은 달인꽈배기이다. 줄 서서 기다리기 싫다는 거, 쉿~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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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양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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