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돌담길 그리고 국립고궁박물관 은행나무
돌담길과 커다란 은행나무는 덕수궁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경복궁 돌담길도 낭만 가득이며, 국립고궁박물관 옆 주차장에 있는 은행나무는 노란 물결이 넘실거린다. 가을은 스치듯 지나간다고 하지만, 가지 말라고 붙잡고 있는 중이다. 대신 멀리 갈 수 없어, 수목원같은 궁궐 주변을 맴돌다.
효자동삼거리에서 시작했으면 더 오래 즐길 수 있었는데, 통인시장에서 영역표시(?)를 하고 나와서 경복궁역을 향해 걷다가 무심코 좌회전을 했다.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중인데, 이왕이면 새로운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청와대로 향하는 도로라서 차가 별로 없겠구나 했더니, 역시 없다. 대신 사람이 많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경복궁 영추문은 가을에 해당하는 서쪽 문이라서 가을 추를 붙였다. 주로 승지와 관료들이 일상적으로 출입하는 문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전차 노선을 부설하면서 주변의 담벼락과 함께 철거되었다가, 1975년 원래의 자리에서 약간 이동해 지금의 성문을 콘크리트로 복원했다.
비기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하늘색은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날이 좋을 때는 삼실에 있고, 날이 안 좋을 때는 밖에 있고, 가을하늘은 나와 밀당 중인가? 하늘은 아쉽지만, 자연이 그린 노란 물감 놀이는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영추문으로 이동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들어가는 사람은 없어도 나오는 사람은 꽤 있다. 근데 여기도 한복, 저기도 한복, 온통 한복 물결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겁나 많다. 그들에게 한복은 어떤 의미일까? 부끄럼이 많아서 못 물어봤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밝다. 궁궐 나들이에 한복 입기, 그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가 보다.
경복궁 돌담길을 걷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야 하지만, 건너편에서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도 온통 노랑 물결이다. 열매는 다 떨어졌고 말끔하게 치웠는지, 몹쓸 냄새는 나지 않는다.
국립고궁박물관 옆 주차장에 어마어마하게 큰 은행나무가 있는지 몰랐다. 박물관에서 여기까지 온 적이 없고, 경복궁에서 외진 곳이라서 딱히 관심이 없었다. 여기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들어 올 수 있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 은행나무는 잠시 후 다시 등장합니다~
유화문 그리고 그 옆에 작은 전각은 기별청이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지붕은 근정전이다. 기별청은 조선시대 신문의 일종인 조보를 발행하던 곳이라고 한다. 조보의 또다른 이름은 기별지로 승정원에서 발행한 관보였다.
경복궁을 여러번 방문했지만, 유화문과 기별청은 알지 못했다. 근정전을 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나 보다. 다음에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
저기 보이는 산은 북악산일 듯 싶고, 저 벽 너머에는 경회루가 있다. 지금은 사진 속에 있는 경회루로 만족해야겠다. 그나저나 하늘이 거시기(?)하다 싶더니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서 본 경복궁 매표소가 있는 공간과 홍례문이다. 사람이 없어 보이는 듯 하나, 이는 공간이 넓어서다. 궁궐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한적한 경복궁 나들이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듯 싶다. 경복궁에서 짧은 가을을 짧게 즐겼으니, 이제는 만추를 즐기러 덕수궁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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