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덕수궁
첫눈도 왔고 얼마 전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많이 내렸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을 만추라 부르고 싶다. 은행잎이 떨어지면서 자연이 만든 노란 카펫을 걷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만추를 만끽하고자 덕수궁으로 향했다.
덕수궁 월대는 경복궁에 비해 규모가 작다. 월대 장식인 서수상이 없다면, 그냥 계단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듯싶다. 매표소에서 키오스크로 결제(성인은 1,000원)를 했다.
결제도 기계가 하더니, 입장도 비대면으로 QR코드 인식이다. 들어오는 문을 통해 덕수궁으로 입장 완료. 이제 자연이 만든 노란 카펫을 만나러 가자.
그나저나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달리 덕수궁은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근처에 한복을 대여해 주는 매장이 없기도 하고, 덕수궁은 궁궐인 듯 궁궐 아닌 공원 같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한복보다는 개화기 시대 의상 대여점은 어떨까 싶다.
자연이 만든 노란 카펫이 깔려있는 지점에 도착을 했다. 여전히 가을을 뽐내고 있는 다른 나무와 달리, 은행나무 잎은 다 떨어졌다. 살짝 인위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노란 카펫을 만들기 위한 작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작년에는 깨끗이 바닥 청소를 해도 은행나무가 있는 공간은 남겨뒀는데, 올해는 카펫은커녕 쓰레기가 됐다. 암튼 관리를 너무 잘해도 문제다. 아쉽지만,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저 옛 사진을 보면서, 그땐 그랬지 하면서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노란 카펫이 다 사라지지는 않고, 중화전이 보이는 여기는 남아있다. 근데 카펫이라고 하기에 은행잎이 너무 없고, 때깔도 흐릿하다. '가을의 마지막은 덕수궁에서'는 나만의 루틴이었는데 아무래도 바꿔야 할 듯싶다.
한복보다는 개화기 의상이 더 어울린다고 했던 이유는 다른 궁궐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건물이 있어서다. 그중 하나가 석조전 그리고 그 뒤로 살짝 보이는 돈덕전도 있다.
여기가 100년 만에 복원된 돈덕전이다. 석조전처럼 덕수궁의 이국적인 공간이며, 조선보다는 대한제국이 어울리는 건물이다. 함께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분량 초과로 돈덕전 이야기는 커밍 순~
작년 만추에는 돈덕전 공사로 인해 덕수궁 오솔길을 걸을 수 없었다. 노란 카펫의 아쉬움을 여기서나마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 그럼 가을을 즐기러 걸어보세나!
나무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잎을 다 제거해야 한다. 시들해질 때까지 말려서 죽이면 될 텐데, 그래도 정이 들었다고 화려하게 보내고 싶나 보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순간, 겁나 행복하다.
여기는 정관헌으로 가기 전, 화장실이 있는 부근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너는 어김없이 화려하구나!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색감이 정말 기똥차다는 거, 안 비밀이다.
덕수궁도 경복궁 못지않게 복원을 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고 확신한다. 딸랑 전각만 있지 않을 거고, 중명전도 동떨어져 있지 않아도 될 거다. 그런데 지금은 창경궁과 덕수궁은 궁궐 같은 공원처럼 느껴진다. 문화재청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경복궁만 100% 복원하지 말고, 다른 궁도 복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덕수궁 궐내각사 터인데, 여기에 노란 카펫가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전히 200% 부족하지만 올해도 놓치지 않고 노란 카펫을 만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공개하는 그림자 셀피.
덕수궁 연지는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와야 멋진 가을 반영을 만날 수 있는데, 노란 카펫이 우선이라서 늘 놓쳤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못의 가을을 메인으로 해서 11월의 어느 날이 아니라 10월의 어느 날에 와야겠다.
아쉬운 가득이지만, 2023년의 가을을 이제는 보내야 한다. 안녕~ 우리 2024년에 다시 만나자!
2022.11.30 - 은행잎이 만든 노란 카펫 덕수궁의 만추
2020.11.17 - 늦가을 낙엽 밟으러 덕수궁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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