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 롱블랙 (faet. 강문해변)
바다는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곳이다. 운동화 속으로 모래알이 난입하는 해안가를 걷기 보다는, 편안히 앉아서 커다란 통유리로 시청(?)해야 한다. 이때, 부드럽고 고소한 빵과 얼음동동 아메리카노가 있다면 베리베리 감사. 커피를 마시면 바다멍을 하는 지금 이순간, 행복하도다. 강원도 강릉 강문해변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롱블랙이다.
강릉 카페거리는 안목해변이지만, 2018년에도 2023년에도 강문해변으로 왔다. 여기를 더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이동동선이 안목보다는 강문이 더 짧아서다. 제법 서늘해진 가을바람을 맞으면 카페로 바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구경이 먼저다.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서해와 잔잔한 남해와 달리 동해는 상남자인듯 저돌적이다. 우렁찬 파도 소리를 들으니,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서울역에 도착해 강릉행 KTX를 탄 보람이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거세게 몰아쳤던 파도는 모래를 뚫지 못하고 부서진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 줄 아는데도 파도는 계속 몰아치고 부서지고, 또 몰아치고 부서지고, 또또 몰아치고 부서진다.
운동화 속으로 모래가 침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본다. 대신, 왔다갔다 하면 더 많이 침투하기에 이동은 하지 않는다. 캠핑용 의자를 갖고 온 커플이 있었고, 무지 부러워서 한참을 바라봤다.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앉고 있던 의자를 부러워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바다는 거들 뿐이라고 해야 할까나?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이다. 이날, 강릉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단다. 아침에는 흐렸다고 택시기사가 알려줬는데, 아무래도 나는야~ 날씨요정인 듯. 바다에 하늘까지 다 좋은데,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더니 피곤하다. 더구나 커피 수혈(?)도 아직이다. 뒤를 돌아 눈에 띠는 카페를 향해 직진모드 발동이다.
명인이 만드는 빵집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글루텐분해유산균을 첨가해서 빵을 만든단다. 이로인해 빵은 먹은 후, 느껴지는 거북함이 덜하고 속도 편하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그나저나 진열대가 아담하네 했는데, 소량으로 제품을 만드는지 가짓수는 꽤 많다.
롱블랙이 카페이름인 줄 알았는데, 메뉴판에 롱블랙이 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에 비해 물이 적게 들어가서 커피가 더 진하다고 한다. 가격도 동일하고 같은 원두를 사용한다고 해서, 롱블랙으로 갈까 하다가 커피애호가로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익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5,500원)를 주문했다.
카페는 1~3층까지 있으며, 엘리베이터가 있어 굳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바닷가 옆 카페답게 바다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분위기가 한적하다고 해야 맞는데, 창가석만은 예외다. 빈자리가 있어도 앉기에 거시기(?) 했는데, 이내 자리가 생겨서 이동을 했다. 주말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텐데, 평일이라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롱블랙으로 나왔나 했다. 커피애호가이니 사약같은 쓴맛이라고 표현하면 안되지만, 좀 아니 많이 진하다. 예전에는 마시기도 전에 "겁나 써~"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벌컥벌컥 마신 후 "아~ 살겠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순수크림치즈롤 딸기(6,500원)는 빵부분은 살짝 메마른 느낌이지만, 크림에 치즈를 더했는데 아니 부드러울 수 없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빵부터 허겁지겁 해치운 후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딸기 모양은 귀엽기는 한데 맛은 그닥이다.
지금은 바다멍 타임으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더더 오래오래 보고 또 볼 수 있을 테니깐. 그런데 배꼽시계가 계속 아우성이다. 순수크림치즈롤 하나로 양이 차지 않는다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넣어 달란다. 두어시간 죽치고 있어야 하는데, 배고픔 앞에 장사없다. 아쉽지만 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2018.09.06 - 강원 강릉 해파랑물회 일등공신 멍게
그때는 커피보다 초록이가 먼저였는데, 지금은 커피가 우선이라니 놀랍군!
2018.09.05 - 강원 강릉 강문해변 바다는 멀리서 봐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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