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조개성집
육향이 가득한 중국식 만두, 허전한 만두소가 매력인 분식집 만두, 파스타인듯 만두인듯 이태리 라비올리, 김장김치로 만드는 엄마표 만두에 이어 꽉찬 속과 담백함으로 승부하는 이북만두까지 만두를 매우 몹시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만두에 대한 평가기준이 높다. 그 기준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원조개성집이다.
원래 목적은 만두가 아니라 치킨집에서 파는 오징어튀김이다. 그런데 정기휴무일도 아닌데 영업을 안한다. 안에 누군가가 있는데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라고 물어볼 자신이 없다.
이번에는 플랜b가 있기에 고민없이 시장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신포야채치킨 오픈시간이 오후 2시다. 사진 파일을 확인해보니, 오후 2시 12분. 좀 기다렸으면 치맥이 아니라 오맥을 했을 텐데 아쉽다.
사실 플랜b는 신포야채치킨이고, 처음부터 가고 싶던 곳은 원조개성집이다. 신포국제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시장구경부터 하고 왔다. 옆집은 스지탕으로 유명한 대전집인데, 못 먹기도 하지만 아직 영업 전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살짝 당황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알바생이나 직원없이 주인장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도 한다. 고로, 음식이 더디게 나올 수 있다.
원조개성집,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북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만둣집이다. 마침 비가 오고 있어 바지락칼국수가 끌렸지만, 처음 왔으니 이집의 시그니처를 먹어야 한다. 혼밥이지만 만두를 워낙 좋아하므로, 사골만두국(8,000원)과 찐만두(6,000원)를 주문했다.
배추김치와 석박지 느낌의 깍두기가 반찬으로 나왔다. 둘 다 매우 잘 익은 김치로 시큼함이 꽤나 강하다. 익은 김치는 만둣국보다는 칼국수에 더 어울리는 반찬이 아닐까 싶다.
개성집이니 당연히 이북식 만두이고, 요런 만두는 대체로 고기만두인데, 이집은 김치만두다. 때깔을 보아하니 매운만두는 아닐 듯 싶은데, 빨간 이북만두는 처음이다. 떡만둣국이니 야들야들한 떡국떡이 들어 있다.
만두 킬러에게 3개는 부족할 수 있어 찐만두를 주문했다. 이북식 김치만두랄까? 때깔도 그렇고, 속을 확인하니 더더욱 김치만두에 가깝다. 김치만두인데 맵지 않고 고기만두처럼 겁나 담백하고 슴슴하다. 마치 당면이 빠진 엄마표 만두같다.
우리집 연례행사 중 하나는 김장시즌이 돌아오면, 지난해 김장김치로 김치만두를 만든다. 김장김치와 두부, 다진고기 그리고 당면 등을 넣고 만드는데, 만들면서 찌고, 찌면 먹고, 또 만들면서 찌고, 찌면 먹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어무이는 만두피를 만들고 딸내미는 만두를 빚는다. 지금은 사라진 연례행사이지만, 한때 200개 이상을 만들기도 했었다.
김치만두이지만 이북만두답게 자극은 단 1도 없다. 쫄깃한 만두피에 꽉 들어있는 만두소는 아니 좋을 수 없다. 근데 만두에 대한 평가기준이 높다보니, 가격은 매우 몹시 맘에 들지만 맛은 와우~ 대박~ 이정도는 아니다. 잘 익어서 시큼한 김치보다는 식초를 더해 적당히 새콤한 간장이 만두의 맛을 더 살린다.
만두피가 메마른 찐만두보다는 촉촉한 만둣국 속 만두가 더 괜찮다는 거, 안 비밀이다. 떡만둣국이니 만두 먹고, 떡 먹고, 따로 먹고, 같이 먹는다. 사골인데 후추로 인해 사골스럽지 않은 국물은 완전 취향저격이다. 왜냐하면 사골 육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다.
건조한 찐만두보다는 촉촉한 만둣국 속 만두가 좋아서 찐만두를 사골육수에 투하했다. 3개뿐이던 만두가 이제는 5개가 됐다. 밀가루 음식에는 무조건 김치가 딱인데, 이번만은 식초와 고춧가루를 더한 간장이다.
만두가 2개 남았다면, 으깨는 작업에 돌입한다. 슴슴한 사골육수에 만두를 으깨면 맛이 풍성해지고, 풀어진 만두피는 수제비인 듯 쫄깃함을 자랑한다. 만두뿐만 아니라 칼국수와 수제비도 꽤나 좋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바지락수제비를 먹을테다.
2023.09.15 - 공갈빵과 함께하는 시장 한바퀴! 인천 산동만두 (in 신포국제시장)
신포야채치킨의 오징어튀김 비주얼이 궁금하면 터치 혹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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