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경천사탑 식당by둘레 (feat. 청양 장곡사 괘불)
박(물관 바)캉스를 하려면 먹어야 한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안에 식당이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꽤 비싼 곳에 푸드코트 그리고 한식당이 있다. 마지막에 답안지를 고치면 틀린다는 명언(?)은 식당과 메뉴에도 적용된다. 가고자 했고 곳을 놓치고, 먹고 싶은 메뉴를 놓치니 아쉬운 박캉스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탑 식당by둘레에서 묵은지 고등어가 아닌 명란 가마솥 덮밥을 먹었다.
이때는 비가 억수로 내렸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너무 덥다. 폭염은 매미도 힘든지, 낮에 울지 않고 새벽에 맴맴하고 운다. 장마가 끝나면 매미가 우는데, 올해는 장마에서 태풍으로 단락을 바꾸지 않고 바로 몰아칠 듯 싶다.
그나저나 비오는 날, 박물관 관람은 탁월한 선택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평일인데도 국립중앙박물관은 북적북적했다.
두레는 밀양에서 시작해 1988년 부터는 인사동에 자리해 온 2대에 걸친 전통있는 한국음식점이라고 메뉴판 첫장에 나와있다. 혼밥이고 전시를 보느라 1시가 넘어서 왔는데, 웨이팅이 있다. 이때 푸드코트로 갔어야 했는데, 귀찮기도 하고 남은 전시를 보려면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
참, 푸드코트는 상설전시장이 아니라 기념품매장을 지나 어린이박물관까지 꽤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메뉴가 다양한 곳인데, 다음에 또 박캉스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조건 푸드코트에서 먹을 거다.
뭘 먹을까? 폭풍검색으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찾아냈다. 평도 나쁘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주문을 했는데, 품절이란다. 박물관에 사람이 많다 했더니, 음식이 동이 날 정도로 많았나 보다.
묵은지 고등어 조림 위에 있는 코다리백반에 눈길이 갔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직원에게 베스트를 물어봤다. 이때, 묻지 말고 바로 나와서 푸드코트로 가야했다.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코다리백반을 골라야했다. 직원은 명란과 전복 가마솦 덮밥이 시그니처라 했고, 명란 가마솥 덮밥(16,000원)을 주문했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매콤한 부침개, 오징어 젓갈 그리고 동치미가 나왔다. 메인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부침개를 2번이나 리필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두번째 리필때, 겁나 많이 달라는 말까지 했다.
메뉴판에 정확히 명란 가마솥 덮밥이라 나와있는데, 왜 명란 가마솥밥으로 생각했을까? 주문을 하고 솥밥이니 당연히 누룽지가 있을테고 숭늉까지 먹으면 나쁘지 않겠구나 했다. 그런데 음식이 나왔는데 명란이 들어있는 돌솥비빔밥이다.
솥이라고 하지만, 솥밥을 하는 솥이 아니라 솥모양의 플라스틱이 아니길 바라면서 가벼운 그릇이다. 밥을 따로 하고, 여기에 옮겨담으면서, 명란에 양파, 당근, 새싹채소 그리고 완숙에 가까운 계란후라이를 올렸다.
K-디저트 숭늉은 불가능이지만, 분식집에서 먹던 돌솥밥에 비해서는 고급스럽다. 고추장 범벅 비빔밥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밥 안에 있는 참기름과 양념이 되어 있는 명란으로 밥을 비볐다. 고추장 없이 비비니 슴슴하니 명란을 시작으로 양파에 당근 등 본연의 맛이 다 느껴져셔 좋다. 그런데 맛에 허점이 많다고 해야 할까나? 오징어 젓갈로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다.
점심밥으로 16,000원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방세(?)를 얼마나 내는지 알 수 없지만, 저 가격에 이 퀄리티는 아니다 싶다. 그나마 뜨끈하고 매콤한 부침개가 있어 본전 생각이 덜 났다. 딱 3점만 나오기에, 두번째 리필을 할때, 먆이 달라고 요청했다. 해물부추전인가? 따로 메뉴가 있던데, 리필만으로 부침개를 통째로 다 먹은 듯 싶다.
테이블에 고추장이 있어도 무시했지만, 특단의 조치로 녀석(?)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역시, 고추장이 답이다. 본연의 맛은 개뿔, 비빔밥에는 고추장이다. 그래도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먹었어야 했다. 아니면 걸어서 하늘 끝까지도 아닌데 푸드코트로 가야했다.
먹을때는 부침개가 아쉬움을 달래줬다면, 포스팅을 할 때는 청양 장곡사 괘불이 아쉬움을 달래주길 바라면서... 박물관에 도착해 사물함에 짐을 맡기는데 "부처의 뜰 청양 장곡사 괘불" 안내 포스터를 봤다.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 청양 장곡사 괘불 앞에서 한참을 서서, 그리고 앉아서 보고 또 봤다. 우선 어마어마한 크기(전체 897.6×585.7cm, 화면 805.5×556cm)로 놀랐고, 디테일함과 웅장함 그리고 생생한 인물 묘사에 넋이 빠졌다. 모태불교이지만, 요즈음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하고 있다. 그런데 괘불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멀리했던 이유가 한낱 티끌이 되어 버렸다.
괘불은 부처님 오신 날 등 사찰에서 의식을 베풀 때 마당에 거는 거대한 불화라고 한다. 평소에는 보기 힘들다고 하던데, 이렇게 볼 수 있다니 박캉스하기 정말 잘했다.
국보 청양 장곡사 괘불은 1673년(현종 14) 철학을 비롯한 5명의 승려화가가 왕과 왕비, 세자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부처의 설법이 펼쳐지는 영산회에 보살과 천인들이 모여든 것처럼, 괘불이 걸린 대웅전 마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들었을 거다. 그곳은 참되고 청청하며 바른 설법이 넘치는 부처의 뜰이다.
사찰의 앞마당이 아니라도, 괘불이 펼쳐진 곳은 어디든 부처가 설법하는 청정한 땅이 된다고 한다. 청양 장곡사에서 공수해온 괘불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은 부처의 뜰이 됐다.
운 좋게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는데, 어느 절에 갔는데 대웅전 한 켠에 긴 나무 궤짝을 발견했다면, 저 안에 괘불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단다. 왜냐하면, 괘불을 보관할 때 나무 궤짝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본 전시는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서 만날 수 있다.
ps... 센터는 당연히 석가모니일 줄 알았는데 아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이렇게 나와있다. 인간세계에 내려와 중생을 구제한다는 부처인 미륵불은 용화수 가지를 들고 사각형의 얼굴에 머리에 4구의 작은 불상이 화려한 보관을 쓰고, 풍만하고 살찐 모습으로 유난히 긴 팔과 커다란 상체를 가지고 있다. 미래불인 미륵을 본존으로 삼고 있지만, 그림의 내용은 현세불인 석가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영산회상도와 비슷한 것으로 등장인물들과 배치구도가 독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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