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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 동아냉면

매운 닭발을 잘 먹던 시절에는 해주냉면이 두렵지 않았다. 거뜬히 한그릇을 비웠는데, 이제는 매운 음식 앞에서는 후덜덜하다.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얼음 동동 매운 물냉면을 놓칠 수 없다. 매운맛 조절이 가능하다고 하니, 송파구 잠실에 있는 해주냉면이 아니라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동아냉면으로 향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동아냉면 공덕점!
온육수와 물은 셀프

누가 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동아냉면은 서울 3대, 혹은 5대 매운 냉면집이라고 한다. 본점은 용산구 보광동에 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다. 주출몰지역에 동아냉면 공덕점이 있으니깐. 노포 느낌이 나는 본점과 달리, 여기는 방금 신장개업을 한 듯하다. 늦은 점심이 아니라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5시 언저리에 도착했다. 혼밥이라서 혹시나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한산하다. 

 

누가 매운 냉면집 아니랄까봐, 메뉴판에 대놓고 "동아냉면은 맵습니다"라고 나와 있다. 직원도 주문 전에 매운 냉면임을 재차 강조한다. 조절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덜 맵게 해주겠단다. 그렇다면, "물냉면(10,000원) 하나 주세요." 참, 결제는 선불이며 주문은 테이블이 아닌 저 앞으로 나가야 한다. 

 

동아냉면 매운 물냉면 등장이요~

주문과 결제를 끝내고 테이블로 돌아와, 앉지 않고 바로 온육수를 가지러 간다. 덜 맵게 해달라고 했지만, 맵(순)둥이라서 온육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생채는 직원이 가져다 주고, 테이블에는 파란색 식초병과 노란색 겨자병이 놓여 있다. 그리고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은 매운 양념으로 직원이 따로 갖다줬다. 혹시나 덜 매우면 추가하라는 의미일텐데, 글쎄? 

 

매운 물냉면이 아닌 듯~
오이 속에 삶은 계란이 숨어 있어요~

매운냉면이라고 해서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한 얼음 동동 물냉면이다. 안에 빨간 양념이 숨어 있지만, 감칠맛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나? 겁나 조금 들어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무시하지 말아야 했는데, 괜히 덜 맵게 해달라고 했나? 이딴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너무 밉다. 

 

살얼음 동동 인정!

평양과 함흥 중 함흥냉면에 가깝다 볼 수 있지만, 그건 질긴 면발 때문일 거다. 냉면과 가위가 같이 나왔지만, 면 음식을 먹을때 절대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 메밀면은 툭툭 끊어지는 맛으로, 질긴 냉면 면발은 계속 올라오는 맛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덜 맵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거, 한번 더 강조를 한다. 왜냐하면, 원래 이런 냉면이라고 착각하면 안되니깐. 육수 때깔을 보니, 확실히 덜 매운 냉면이 맞다. 그래서 과감히 육수를 들이켰는데, 어라~ 끝에 매운맛이 살짝 올라온다. 덜 맵게 했어도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싶었나 보다.

 

식초는 두바퀴 / 겨자소스는 살짝~

평양냉면은 본연의 맛을 고수하지만, 요런 스타일의 냉면에 식초와 겨자는 필수다. 여기까지만 했어야 했는데, 끝에 살짝 올라온 매운맛을 무시했다. 따로 나온 매운 양념을 본 순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넣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양 조절을 했는데, 아까와 달리 국물이 겁나 맵다.

 

생김새는 살짝 칼칼한 냉면처럼 보이지만, 쌓이는 매운맛이라 혀와 입술이 아리다. 국물에 비해 면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똑같다. 고농축 세제는 들어봤어도, 고농축 매운 양념은 첨이다. 벌컥벌컥 온육수를 마셨지만, 매운맛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때 필요한 건, 찬육수를 더해 매운 농도를 잡아야 한다. 

 

찬육수 추가요~

찬육수를 온육수처럼 따로 마시지 않고 왜 부었을까? 저렇게 하면 매운맛이 잡힐 줄 알았는데,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양만 많아졌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살얼음 동동 시원한 국물을 마시면서 면발을 흡입해야 하는데, 면만 골라먹고 있다. 덜 맵다고 자만했나 보다. 다음에는 식초와 겨자만 추가하고, 매운 양념과는 거리두기를 해야겠다. 

평양냉면은 겨울이 시즌이지만, 요런 느낌의 살얼음 동동 냉면은 지금이 시즌이다. 매운 양념대신 열무김치를 더하면 더 좋을테니,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열무냉면집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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