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미사리밀빛초계국수 코엑스점
풍요 속의 빈곤은 아니지만, 여기만 오면 늘 선택장애에 빠진다. 이유는 많아도 너무 많아서다. 그저 걷고 또 걸으면 코엑스몰 한바퀴를 하던 중, 시선은 고정 걸음은 멈췄다. 내 눈앞에 초계국수가 나타났는데 그냥 지나치는 건 범죄다. 왜냐하면 좋아하니깐. 삼성동에 있는 미사리밀빛초계국수 코엑스점이다.
메뉴판이 밖에 있으면 들어갔다가 실망하고 나오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국밥과 칼국수는 여름이니깐 탈락, 시원한 국수에서 초계국수(11,000원)를 고른다. 그리고 국수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어 만두 2알(3,000원)을 주문할 거다. 느낌적인 느낌상, 만두 1알 가격이 나와 있으니 개당 주문이 가능할 듯 싶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난 후 도착을 하니, 널널하다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혼밥하기 좋은 분위기다. 2인 테이블에 가방을 두고 자리에 앉은 다음, 아까 밖에서 결정한 음식을 주문한다. 원산지표시판 주위로 연예인 사인이 많지만, 원산지에만 관심있는 1인이다.
테이블에는 겨자와 식초병 그리고 앞접시와 종이컵이 있다. 코로나는 잠잠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종이컵을 사용하는 식당이 많다. 미리 예상하지 않았으나, 요즈음 텀블러를 늘 챙겨 다닌다. 물은 텀블러에 가득 담아서 시원하게 마신다. 참, 첫 김치는 직원이 가져다 주지만, 리필은 셀프다.
초계국수이니 당연히 센터는 닭(가슴살)이고, 그 주위로 백김치와 무김치 그리고 오이가 있다. 고기와 아삭하고 새콤한 고명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은 살얼음 동동 육수다.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바라만 볼 수 없다.
벌컥벌컥 마시기 전에, 직원에게 육수 추가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가능하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시원하게 들이킨다. 어라~ 육수가 나왔는데 때깔이 다르다. 직원 왈, 그릇이 다를 뿐 같은 육수입니다~
육수를 더하고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하는데, 만두 2알이 나왔다. 뜨거운 만두는 잠시 두고, 초계국수부터 공략이다. 그나저나 리필 육수는 살얼음 동동이 아니라서 얼음이 많이 사라졌지만, 시원함은 여전하다.
중면을 사용해서 입 안에 들어가면 그립감(?)이 좋다. 면발이 두툼하니 끝까지 탱탱함을 유지한다. 국수만 먹어도 좋지만, 고명을 올려서 먹으면 더 좋다는 거, 안 비밀이다.
육수 자체에 새콤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런 국수나 냉면을 먹을때 식초 추가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양이 많으니 식초병을 3바퀴 정도 돌려준다. 적당히 잘 익은 김치는 국수에 없는 빨간맛과 함께 또다른 시원함을 준다. 배추김치에 오이, 이 조합 대만족일세!
다 좋은데 딱 하나, 육향이 강한 닭가슴살은 내 취향이 아니다. 평양냉면 먹을때도 이와 같은 이유로 고기 고명을 먹지 않는다. 평냉은 고기가 2점뿐이지만, 초계국수는 아니다. 골라내면 나만 손해이기에 양장피처럼 겨자소스를 듬뿍 추가했다. 냄새는 살짝 잡은 듯한데, 넘 과했나 보다. 코가 찡긋, 눈물이 찔끔 난다.
직접 만든 만두일까? 그렇다고 하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맛이다. 적당히 식은 만두에 짠맛이 덜한 간장을 더해서 먹는다. 국수 양이 부족할까봐 주문했는데, 괜한 짓을 한 듯 싶다. 육수 추가도 되고 양도 넉넉하니 국수만 먹어도 충분하다.
만두에 김치 조합도 무조건이다. 살얼음 동동 시원한 육수는 더위를 잊게 만들고, 오동통한 면발과 고명은 포만감을 준다. 닭고기가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잘 먹었다.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유생크림보다 민트초콜렛크림 도넛이 좋은 여의도동 카페노티드 (in IFC몰) (20) | 2023.08.16 |
---|---|
순백의 순두부를 1인 정식으로 즐겨~ 영등포동 숨쉬는순두부 타임스퀘어점 (30) | 2023.08.11 |
밤식빵의 건강한 변신 공주통밤깜빠뉴 소공동 여섯시오븐 롯데백화점본점 (feat. 한입소반) (25) | 2023.08.07 |
까나리액젓이 주는 진한 감칠맛 인천 백령도냉면 가을면옥 (27) | 2023.08.04 |
고기 치뽈레 살사 부리또볼은 멕시코식 샐러드가 아니라 덮밥 공덕동 도스타코스 (27) | 2023.08.02 |
여름이니깐 매운 물냉면 공덕동 동아냉면 (31) | 2023.07.28 |
까눌레와 황치즈휘낭시에가 좋았던 정릉동 카페기웃기웃 (27) | 2023.07.26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뭐먹지! 경천사탑 둘레 (feat. 청양 장곡사 괘불) (27) | 2023.07.24 |
여름이니깐 묵사발 & 건진국수 정릉동 봉화묵집 (43) | 2023.07.21 |
비 오는 날 머피의 법칙 "목동 현대백화점 글라스하우스 & 현경" (37) | 2023.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