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백령도냉면 가을면옥
처음이라면 주저했을 테지만, 경험이 있어 가뿐하게 들어간다. 평양은 물, 함흥은 비빔, 진주는 육전이라면 백령도는 까나리액젓이다. 모양새는 평양에 가깝지만, 맛은 전혀 다른 백령도냉면을 맛보러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백령도냉면가을면옥으로 향했다.
냉면은 겨울이 제철이라 생각하지만, 시원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여름도 제철에 속한다. 12시 무렵이고 냉면 전문점인데 사람이 없으면 더 이상할 거다. 앞에 한팀이 있지만, 단체가 빠지는 바람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백령도냉면은 고구마전분대신 메밀로 면발을 만들지만, 평양냉면은 아니다. 왜냐하면 육수가 다르다. 돼지뼈를 우려서 육수를 만들고, 콩 재배가 어려워서 간장대신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백령도냉면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황해도냉면이라고 한다. 해방 이전 백령도는 황해도 땅이었기 때문이다.
참, 반냉면은 짬짜면이 아니라 냉면비빔 소스에 냉면육수를 더한 냉면이라고 한다. 주인장 강추라지만, 평양처럼 백령도도 물을 좋아해서 물냉면(10,000월)을 주문했다.
국내산 메밀이라고 해서, 강원도 봉평이냐고 물어보니, 백령도 메밀이라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예전에는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했다던데, 요즈음 호불호가 있어 약하게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다른 백령도냉면집에서 들었다. 그래서 식초나 겨자처럼 까나리액젓을 따로 준비해둔다.
냉면을 워낙 좋아해서, 곱빼기가 되는지 물어봤다. 메뉴판에는 따로 없지만, 처음부터 사리추가를 해서 곱빼기로 나온단다. 추가를 할까 말까 하다가, 일반도 양이 많지 않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주인장은 덤으로 답을 해줬다. 중앙에 돌돌 말아진 면발 옆으로 삐져나온 면발이 덤이 아닐까 싶다.
평양냉면을 먹듯, 가장 먼저 육수부터 들이킨다. 까나리액젓이 주는 진한 감칠맛을 기대했는데 예상을 깨고 평범하다. 지금은 밋밋할지 모르지만, 까나리액젓을 더하면 맛이 확 달라질 것이다.
100% 순면인지 모르지만, 때깔을 보아하니 메밀 함량은 꽤 되는 듯 싶다. 껍질까지 그대로 갈아서 면발이 거뭇거뭇하다. 메밀 수확철은 늦가을이라 지금은 묵은쌀처럼 묵은 메밀이다. 고로, 때깔만큼 향은 그리 진하지 않지만, 특유의 투박함은 살아있다. 탱탱한 듯하나 힘없이 툭 끊어지는 이 느낌을 좋아한다.
까나리액젓의 쿰쿰함은 아니더라도 감칠맛은 나야하는데, 별반 차이가 없다. 맛이 진해질까봐 엄청 조심했는데, 아무래도 과감함이 필요할 듯 싶다. 그나저나 간을 맞추다 보니, 면은 아직 개시도 안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과감함으로 인해 감칠맛이 터지는 백령도냉면으로 거듭났다. 방송으로 인해 까나리액젓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지금은 냉면의 맛을 살리는 치트키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양조절은 실패한 듯 싶다. 감칠맛은 좋은데, 많이 넣었는지 살짝 짜다. 육수를 추가할 정도의 과한 짠맛은 아니라서 감칠맛이라 생각하고 그냥 먹기로 했다.
냉면 고명으로 나오는 고기는 먹지 않는데, 이번은 예외다다. 누린내는 물론 잡내도 일절 없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고기가 한 점뿐이라서 매우 아쉽다. 그 아쉬움을 생오이가 아닌 아삭한 절임오이를 더해서 후루룩 흡입 중이다.
삶은계란에 깍두기를 올려서 마무리를 한다. 평양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만, 백령도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물론 당일치기는 힘들테지만, 기회가 되면 현지에 가서 진짜 백령도냉면을 먹고 싶다. 백령도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생각만 하고 있는 1인이다.
2020.09.11 - 백령도 냉면을 찾아서 인천 변가네옹진냉면 & 사곶냉면
실제 방문은 2018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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