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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털이 5탄 | 인천 변가네옹진냉면 & 사곶냉면 

함흥, 평양, 진주는 먹었다. 분식집도 칡도 먹었다. 헌데 백령도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 지역명이 들어가는 냉면 중 백령도냉면이 있다. 백령도에 직접 가서 먹어야 하는데, 배멀리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 고로 섬이 아니 육지를 택했고, 그나마 백령도에서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인천에 있는 변가네옹진냉면과 사곶냉면을 골랐다.

 

2018년 3월 방문

백령도 냉면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원래는 황해도냉면이라고 한다. 해방 이전 백령도는 황해도 땅이었기 때문이다. 백령도는 콩의 재배가 어려워서 간장대신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췄다. 평양냉면처럼 황해도냉면도 고구마전분대신 메밀로 면을 만들지만, 육수는 돼지뼈를 우려서 만든다. 돼지뼈 육수라면 혹시 순댓국처럼 강한 냄새를 품기는 기름 둥둥이 아닐까? 먹기 아니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떨림이 온다. 냉면을 좋아하지만, 백령도냉면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봄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은 난로의 온기가 필요할 때다. 검색을 하니, 현재 물냉면 가격은 7,500원, 비빔냉면은 8,000원이다. 

 

난로에서 은근하게 끓고 있던 면수가 가장 먼저 나왔다. 계속 끓이다보니, 면수가 진하다 못해 걸쭉하다. 그저 구수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농축됐다고 할까나, 완전 진국이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양념통들, 겨자, 식초, 설탕, 후추, 간장이다. 참고로 까나리간장은 따로 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 

 

기본찬은 무김치뿐!

돼지육수라고 해서 사실 많이 쫄았는데, 어라~누가봐도 평양냉면이다. 순대국집 앞을 지날때 풍기는 냄새, 일절 없다. 순댓국밥 못먹는 1인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다.

 

백령도냉면이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면, 평양냉면으로 생각할 거 같다. 비주얼로는 구분이 안되기 때문이다. 

 

삶은계란은 디저트로 먹어야 하니 무김치 그릇에 옮겼다. 고명으로 돼지고기 편육이 한점 올라가 있는데 비계가 없는 살코기다. 그리고 오이가 여러개 있다.

 

메밀껍질까지 모두 넣은 듯, 때갈이 진하다!
육수리필 가능

냉면이니 면보다는 육수부터 마셔야 한다. 숟가락이 아니라 그릇을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그나저나 이거 돼지뼈로 우린 육수가 맞나 싶다. 동치미 맛은 아닌데, 맛깔나고 깔끔한 물김치 맛이 나기 때문이다. 육향은 강하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묵직한 무언가가 있다. 간장대신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한다고 했기에, 혹시나 싶어 주인장에서 물어봤다. "백령도에 가면 그렇게 하던데, 우리는 안한다. 왜냐하면 까나리로 간을 하면 쿰쿰한 맛이 아는데, 이게 호불호가 심하다."

 

백령도냉면은 처음이라 먹는 방법을 물어보니, 처음에는 그냥 먹고, 식초와 겨자를 넣어서 먹고, 마지막에 까나리를 넣어서 먹어 보란다. 겉껍질까지 넣어 만든 메밀면답게 목넘김이 엄청 까끌까끌하다. 탄력도 있고 씹을때마다 까실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먹는 방법을 알려줬으니, 식초와 겨자를 더했다. 이런 이런 나의 실수다. 깔끔하고 개운했던 육수가 뻔하고 익숙한 냉면으로 변했다. 평양냉면처럼 백령도냉면도 그냥 먹는게 가장 좋은 듯 싶다. 아껴둔 고기는 면과 함께 먹으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백령도냉면답게 먹기 위해서 까나리간장 투하~

많이 짜다고 해서 조금만 넣었더니 맛차이를 모르겠다. 얼마나 넣어야 진짜 백령도 냉면 맛이 날까? 좀 더 넣어볼까 하다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국물에 간장이 희석되는 거 같아서, 면을 덜어서 까나리간장을 첨가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주인장이 말한 쿰쿰함이 살짝 느껴진다. 사실은 쿰쿰함보다는 감칠맛이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듯 싶다. 백령도냉면은 처음이라서 주인장에게 또 물어봤다. 육수에 물김치 맛이 난다고 했더니, 오로지 고기 육수란다. 육수를 만들때 고기랑 감초를 넣는단다. 다른 재료도 들어간다는데, 안 알려주기에 비법인 거 같아서 더이상 묻지 않았다. 평양, 백령도 둘 다 같은 냉면인데, 맛은 완전 다르다. 

 

변가네옹진냉면을 다녀온 후, 일주일 후 이번에는 사곶냉면을 찾았다. 백령도 냉면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다.

 

입구에 있는 백령도 냉면 맛나게 먹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백령도냉면이 처음이라면 다 따라했을텐데, 비법양념(1번)과 까나리 액젓(3번)만 넣을거다. 검색을 하니, 현재 물냉면 가격은 8,000원으로 나온다. 

 

신발 벗기 귀찮으니 테이블 선택!

지난번처럼 여기도 메밀 겉껍질을 사용해서 그런지, 면수가 엄청 구수하다. 간은 되어 있으니, 굳이 더할 필요는 없다. 항아리에는 냉면용 무김치가 들어있고, 양념통 사이로 까나리액젓이 보인다. 

 

기본반찬은 무김치와 배추김치
육수가 달라도 너무 달라~

둘 다 백령도냉면인데, 변가네옹진냉면과 사곶냉면은 육수가 완전 다르다. 평양냉면에 가까웠던 변가네에 비해 사곶은 육수가 맑지 않고 탁하다. 그나저나 이걸 감칠맛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육수를 먹고나면 입안에 달큰한 맛이 가득이다. 그렇다고 단맛은 또 아니다. 설탕보다는 과일, 채소 또는 간장의 단맛이랄까? 달큰하면서 자꾸만 먹고 싶게 만드는 사곶냉면 육수는 감칠맛 폭탄이다.

 

삶은계란은 빼고 먹어요~

면을 먹기 전에 육수부터 들이키는 건, 나만의 루틴이랄까? 역시나 육수 리필 가능하다. 입 안 가득 감칠맛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면을 만날 차례다.

 

곱빼기 아니고, 보통인데도 면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즉, 말하지 않아도 면을 많이 주는 거 같다. 그런데 육수가 넘 강한 탓일까? 겉껍질을 사용한 메밀면인데도 면의 감촉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까끌까끌한 목넘김은 약했지만, 면발은 쫄깃하니 탄력이 매우 좋다.

 

찐~ 백령도 냉면이 되는 순간!

혹시 몰라서 앞접시에 테스트를 했다. 지난번처럼 또 실패하면 안되니깐. 비법양념장을 넣고, 까나리액젓도 넣는다. 왜 호불호가 심하다고 하는지 알 거 같다. 감칠맛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까나리가 주는 쿰쿰함이 확 느껴진다. 고기육수인데 살짝 해물맛도 나는 거 같고, 비법양념장에 까나리액젓이 마법을 부렸는지 서해 백령도가 아니라 동해 강원도로 순간이동을 하게 만든다. 백령도 냉면에서 막국수 맛이 나기 때문이다. 

 

비법 양념장보다는 까나리액젓을 좀 더 넣었는데, 테스트를 해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다. 고명에 고기 한점 없지만 상관없다. 솔직히 냉면 고명으로 나오는 차가운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백령도냉면스럽게 까나리액젓을 많이 넣고 싶은데, 그러다가 소태육수가 될 거 같다.

 

리얼 백령도냉면은 아직이지만, 그 언저리는 가봤다. 둘 다 맘에 들었지데, 또 가고 싶은 데를 고르라고 한다면, 100%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은 변가네웅진냉면이다. 깔끔하고 개운한 육수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평양냉면을 찾아 떠날텐데, 이번에는 백령도냉면도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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