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털이 2탄 | 강원 강릉 해성횟집
6일로 끝날 줄 알았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3일까지 연장이 됐다. 어느새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됐건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여기저기 떠나고 싶은데 미치긋다. 하드털이를 해보니, 역시 아는 맛이 무섭다. 생김새는 그리 맛나보이지 않지만, 먹으면 생각이 달라지는 삼숙이탕, 강원도 강릉에 있는 해성횟집이다.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중앙성남시장으로 향했다. 전통시장 구경은 늘 잼나지만, 이번에는 식후경이다. 왜냐하면 배가 매우 몹시 고프니깐. 메뉴는 참 많은데, 내 눈에 삼숙이탕 "너만 보인다 말이야~"
아침이라고 하기엔 늦은 시간이고 점심이라고 하기엔 이른시간인 오전 11시쯤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기 전까지 혹시 첫 손님일까 했는데, 방에도 테이블에도 먼저 온 손님들이 있다. 들어오기 아니 서울에서 출발할때부터 메뉴를 정하고 왔기에 앉기도 전에 주문부터 한다. "삼숙이탕 하나 주세요."
오후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트 타임, 3년 전이지만 지금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곤이와 알은 수입산, 나머지는 국내산이다.
보글보글 끓고있는 건, 삼숙이탕이다. 이때만해도 삼숙이탕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에, 얼큰한 동태탕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만약 시장 구경부터 하고, 이때 삼숙이를 탕이 아니라 생물을 먼저 봤다면 절대 못 먹었을 거다. 그 이유는 잠시후에...
커다란 냉면 그릇에 삼숙이탕이 하나 가득 들어 있고, 다섯가지 기본반찬과 밥이 전부다. 강원도 향토음식이라는 삼숙이탕, 드디어 먹는다. 혼밥을 시작해볼까나.
파래 아니고 짭짤한 김무침과 명태식혜인줄 알았는데 도리알젓이다. 젓갈 좋아하는 1인이지만, 시큼함과 쿰쿰함이 강하다보니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다.
코다리인데, 맛은 고구마맛탕같이 달고 단단하다. 삼숙이탕도 반찬도 다 지극히 강원도스럽다. 밥도 좋지만, 녹색이 생각도 났다. 하지만 낮술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회와 함께 혼술할 계획을 세웠기에 지금은 참기로 했다.
강원도는 된장보다는 막장이 유명한데, 이 국물의 진함은 그 막장인가 싶다. 계획을 수정하고 녹색이를 소환할까? 국물 한숟갈에 간절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해성횟집을 마지막에 와야 했는데, 가장 먼저 왔으니 정보수집 실패다.
원산지 표시를 봤기에 요건 삼숙이 내장이라기 보다는 러시아산인 곤이다. 동태나 대구탕을 먹을때도 내장을 선호하는데, 삼숙이탕도 마찬가지다. 살은 둘째, 내장이 첫번째다.
삼숙이에 가시가 많다고 하더니, 와우~ 엄청나다. 맨정신에는 잘 먹을 수 있는데, 얼큰하게 취한 다음에는 아무래도 힘들 듯 싶다.
가시도 많고 두툼한 살도 많다. 삼숙이 이 녀석, 사람을 들었나놨다 하는구나. 요런 매력쟁이~ 하지만 두툼한 살이라고 안심하면 안된다. 내 안에 너 있다가 아니라, 삼숙이 살 안에 가시 있다.
이제는 대형 뼈까지 참 다채롭다. 나름 생선가시 잘 발라내는 1인인데, 요건 주의요망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없다면, 이부분은 포기하시라. 하지만 혀와 입을 총동원에 잘 발라내면 살과 껍질은 뱃속으로 가시와 뼈만 입밖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맑은 국물의 해물탕을 좋아하지만, 삼숙이탕은 확실히 별미다. 장을 넣어 담백보다는 텁텁할 거 같은데 전혀 아니다. 묵직함과 개운함이 동시에 온다. 매운맛은 일절 없다. 가시가 많지만, 살이 어찌나 연한지 입안으로 들어가면 부드럽게 녹는다. 살도 좋고, 내장도 좋고, 껍질까지 좋다.
밥을 넣어 말아 먹고 싶지만, 가시가 많은 삼숙이탕은 밥에 국물을 살짝 묻혀서 먹는게 좋다. 만약 말았다가는 가시땜에 난감한 순간이 올 수 있다.
생물을 먼저 봤다면, 확실히 못먹었을 거다. 하지만 맛을 먼저 봤기에, 절대 두렵지 않다. 당장 KTX를 타고 강릉으로 가서 삼숙이탕 한그릇을 때리고 싶은데, 코로나19가 밉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이번주도 조신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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