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털이 1탄 | 전남 장흥 명희네음식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된 후,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음식이 나오면 그때서야 마스크를 벗고, 말없이 재빨리 밥만 먹는다. 음식사진은 찍고는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이번주 일요일까지 카메라는 잠시 꺼두고 개인 방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허나 포스팅은 쉴 수가 없다. 지금이 아닌 과거로의 여행, 하드털이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 첫번째는 전남 장흥 명희네음식점이다.
얼마되지 않은 거 같은데, 장흥을 다녀온지 벌써 3년이 지났다. 한달에 한번꼴로 남도지방으로 여행을 하던 때라, 여기 저기 많이 다녔었다. 장흥은 처음 갔는데, 꿈에서라도 다시 먹고 싶은 장흥삼합을 만났다. 장흥삼합으로 유명한 명희네, 1박2일을 보고 꼭 먹고 싶었던지라 장흥에 가자고 했을때, 여기는 필수였다. 그나저나 식당 옆에 한우직판장이 있는 이유는, 삼합 중 하나인 한우는 직접 구입을 해야한다.
지금은 시스템이 어떻게 바꿨는지 모르지만, 3년 전에는 한우직판장에서 원하는 부위의 한우를 산 후 식당으로 간다. 나머지 재료인 관자와 표고버섯는 식당에서 다 준비를 해주고, 여기에 세팅비를 추가하면 됐다. 먹고 또 먹을 생각으로 우선 채끝살만 구입을 했다.
한우를 산 후, 식당으로 와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그럼 직원분이 빠르게 세팅을 해준다. 시간은 1시쯤이었는데, 유명한 곳답게 사람이 참 많았다. 여러 방송에 나왔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박2일이다.
3년 전 메뉴판이라, 지금과는 가격 차이가 있을 듯 싶다. 매생이도 엄청 유명하다는데, 이때는 여름이라서 겨울에 한번 더 오자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힘들 거 같고, 내년에는 기필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All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다. 장흥삼합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자세한 안내문. 그나저나 왜 장흥삼합일까? 장흥 특산물이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이다. 이를 삼합으로 만들어 먹어서 장흥삼합이라고 한다.
한우직매장에서 삼합에 어떤 부위가 좋냐고 물어보니, 차돌이나 등심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채끝살이다. 관자와 표고버섯은 산지라 그런지 상태가 매우 좋다. 신선도가 워낙 좋으니 그냥 먹어도 될 거 같지만, 불에 구워야 한다.
고기 기름 혹은 육즙이 나와야 하니, 먼저 채끝살부터 굽는다. 때깔이 겁나 좋으니 채끝살만 먹어도 충분할 거 같은데, 여기에 관자와 표고버섯을 더하면 반칙이 아닐까 싶다.
굳이 바싹 익힐 필요가 없으니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먹을 준비를 하면 된다. 뜨거운 돌판 위에서 맛나게 익은 채끝살, 관자, 표고버섯,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훅 치고 들어오는 진한 향기에 벌써 포로가 됐다.
따로 먹어도 일당백을 하는 녀석(?)들인데, 함께 먹으니 기가 막힌다. 절인깻잎없이 그냥 먹어도 맛나고, 깻잎을 더하면 더 맛나다. 쌈장은 일부러 넣지 않았다. 다른 맛과 향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재료만 보면 서울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지만, 산지라 그런지 맛이 더 깊다.
절인깻잎이 강하다 싶으면 상추를 추천한다. 채끝살의 육즙, 관자의 야들야들함 그리고 표고버섯의 향까지 장흥베젼스 탄생이다. 삼합만으로도 이렇게 좋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등심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장흥은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새로운 메뉴로 추가주문을 했다.
고녀석, 때깔 한번 기가막히게 좋다. 그동안 육회에 육사시미는 먹어봤지만, 한우물회는 처음이다. 물회는 당연히 생선인 줄 알았는데, 한우도 가능하다. 시원, 아삭, 새콤 먹지 않고 바라만 봐도 알 거 같다.
섞기 전에 육회부터 먹어야 한다. 한우가 진리이듯, 한우육회 역시 진리다. 영롱한 빛깔처럼 맛도 아니 좋을 수 없다. 한우는 삼합으로도 물회로도 대만족이다.
된장한우물회이지만, 된장맛이 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신맛을 좋아하는데, 꽤나 새콤하니 완전 내취향이다. 깆은 채소에 꼬시래기까지 식감은 물론 맛까지 물회를 더 돋보이게 한다.
물회만 먹으려고 하니 살짝 아쉽다. 이럴때 푸짐하게 준 국수가 나서야 한다. 찬밥을 말아먹어도 좋을 거 같은데, 국수를 워낙에 많이 줘서 다 먹으려고 하니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장흥삼합을 먹을때만 해도 배부름을 몰랐는데, 역시 탄수화물이 들어가야 하나보다. 서서히 포만감이 차기 시작한다.
반찬으로 나온 매실장아찌를 더하면, 시큼함이 3~4배가 된다. 왜냐하면 매실장아찌 신맛이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국수를 많이 먹으면 되니깐. 된장한우물회라 쓰고 한우냉국수라 읽고 싶다. 이렇게 호사스런 한우국수를 또 먹을 수 있을까나. 봄에는 키조개가 제철이고, 겨울은 매생이가 제철이다. 여름은 한우냉국수가 제맛일테니, 일년에 3번 정도는 장흥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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