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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털이 4탄 | 전남 광양 섬진강믿음재첩

광양숯불구이(불고기), 닭숯불구이, 망덕전어, 초남장어구이 그리고 섬진강 재첩은 광양 5味다. 3년 전 광양으로 떠났고, 숯불구이와 섬진강 재첩으로 끓인 재첩국을 먹었다. 나머지 3미는 아직이지만, 언젠가 다 먹어보리라~ 광양5일시장에 있는 섬진강믿음재첩이다.

 

광양5일시장 / 2017년 12월 방문

언제나 전통시장 구경은 신나고 잼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컬러를 물씬 느낄 수 있어 좋다. 광양은 바닷가 마을답게 해산물이 풍부하다. 먹기 좋게 손질이 끝난 횟감에 눈길이 가지만, 낮술은 몰라도 아침부터 술타령(?)은 거시기할 거 같다. 굴시즌답게 즉석에서 굴을 까서 판매를 하는 곳이 많다. 한아름 사고 싶었으나, 서울로 들고 갈 생각이 하니 아찔하다. 건어물이나 미역, 멸치는 부담이 없는데, 확실히 생선이나 육류는 부담이 된다. 차를 가져왔다면 아무 문제없을텐데, KTX를 타고 왔다. 그저 바라만 봐야하니 느무느무 아쉽다.

 

이곳으로 들어선 순간, 시각이나 촉각보다는 후각이 먼저 작동을 한다. 개코는 아니지만, 냄새만으로 너의 존재를 알 거 같다. 개인적으로 순댓국을 즐겨 먹었더라면,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순댓국집은 거의 다 가봤을 거다. 아쉽게 먹지 못하니,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만 찍었다. 겁나 맛나 보이는데, 먹을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깝다.

 

광양5일시장은 꽤 규모가 큰 시장이다. 안도 밖도 시장이라서 구경만 하는데 족히 힌시간은 걸린다. 이러저리 기웃거리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슬슬 배가 고프다. 여기서 만나자고 했던 여행친구도 도착을 했으니 밥을 먹어야 한다. 뭐가 좋을까? 광양5미 중 하나인 섬진강 재첩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여행친구가 선택한 곳에서 실패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 걍 따라간다. 광양5일시장 안에 있는 섬징강믿음재첩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수상을 받은 곳이니 가벼이 보면 안된다. 

 

3년 전 메뉴판, 지금은 인상이 됐을거다!

재첩에 관한 재미난 설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삼시세끼 강조개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 할아버지가 살았고, 그는 일주일에 3명 이상의 애인을 만나야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특이체질을 가졌다. 할아버지의 바람기는 강조개가 나지 않는 상강부터 이른 봄까지는 맥을 못췄고, 어느 해 여름 섬진강에 물난리가 나서 강변 사람들이 강조개를 먹지 못하게 되자 할아버지의 바람기도 갑자기 멈췄다. 이 소문이 동네 남정네들에게 퍼지자, 너도나도 강조개를 먹기 시작했고, 온 동네가 부부싸움으로 조용한 날어 없었다. 그때부터 강변 사람들은 '첩을 여럿 거느리고 하룻밤 사이에 3대를 본다'고 해서 강조개를 재첩이라고 불렀다. 조그만 녀석(?)에게 그런 힘이 있다니...

 

남도답게 기본찬이 다 좋아~

시금치, 어묵볶음, 배추김치, 깍두기, 감자볶음에 이어 갈치조림이 기본반찬으로 나오다니, 역시 남도는 다르다. 따로 공깃밥을 추가해서 먹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게 너무너무 후회가 된다. 재첩국이 나오기 전, 반찬만으로도 밥한공기 뚝딱이다.

 

청양고추는 재첩국용, 더 바랄게 없을 만큼 충분한데 주인장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나보다. 재첩국을 먹는 중간에 따끈따끈한 동그랑땡이 나왔다. 

 

재첩국 한상이오~

재첩국을 받자마자 든 생각, 추어탕처럼 재첩을 갈아서 만든 걸까? 지금 보이는 건, 쌀뜨물같은 국물에 부추만 두둥 떠있다. 원래 재첩국은 건더기가 아니라 국물을 먹는건가? 재첩국을 처음 본 서울촌사람의 첫느낌이다.

 

포커페이스가 안되는 얼굴이라 여행친구가 이상함을 감지했나보다. 갑자기 숟가락을 국에 넣고 휘저으니 엄청난 양의 재첩이 올라왔다. 아하~ 부끄러움이 많은지 아래 숨어 있었나 보다. 죠리퐁을 좋아하지만 몇개가 들어있는지 세어본 적은 없다. 재첩국도 몇개의 강조개가 들어있는지 모르지만, 암튼 엄청 많다.

 

3년 전에는 맵부심이 살짝 있었나 보다. 지금은 청양고추없이 그냥 먹을텐데, 이때는 처음부터 고추 팍팍이다. 사실 담백하니 좋았는데, 살짝 심심했다. 이럴때는 칼칼함이 답이다.

 

재첩국은 밥과 국을 따로 먹으면 안된다. 밥을 말아서 후루룩 후루룩 마시듯 먹어야 한다. 밥에 갈치조림을 올려 조금 먹긴 했으나, 국이 나온 후 다 털어 넣었다.

 

하룻밤에 3대를 본다는 녀석이 너로구나. 강력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고 구수하고 담백하다. 청양고추가 주는 칼칼함이 있지만,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재첩국을 먹을 줄 알았다면, 전날 과음을 했을텐데 아쉽다. 해장은 아닌데도, 속은 무지 편안하다. 3대까지는 모르겠고, 재첩국을 매일매일 먹는다면, 술을 매일매일 마셔도 간이 생생해질 거 같다. 

 

아삭한 깍두기도 올리고, 갈치조림에, 시금치, 김치 등등 그 어떤 반찬을 올려서 먹어도 다 어울린다. 그나저나 재첩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먹어도 먹어도 화수분처럼 계속 나온다. 

 

동동주인 듯 아닌듯 숭늉이다. 재첩국도 구수했는데, 이건 정말 찐이다. 텀블러에 담아오고 싶을만큼 구수함이 장난이 아니다. 재첩국에 숭늉까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맛을 잊지 못하겠다. 하드털이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서 좋은데, 아는 맛이 무섭다고 미치긋다.

 

인간은 늘 후회를 한다.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배가 부르니 만사가 귀찮아졌나 보다. 샀어야 했는데 그낭 지나쳤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만두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만두를 샀다. 내년에는 매화꽃 필때 광양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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