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이라 쓰고 떡이라 읽는다! 황학동 이포어묵 (in 서울중앙시장)

황학동 이포어묵 (in 서울중앙시장)

오동통한 반건조 갑오징어구이가 먹고 싶으면 서울중앙시장으로 간다. 작년에는 백반이 잘 나오는 영미식당을 알게 됐고, 이번에는 떡같은 어묵집을 찾았다. 사실 예전에 한번 갔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매장보다는 포장이 더 실속있는 서울시 중구 황학동 서울중앙시장에 있는 이포어묵이다.

 

서울시 중구 황학동에 있는 서울중앙시장

애정하는 옥경이네 건생선을 지나가려고 하니 맘이 좋지 않다. 그냥 확 들어갈까? 그런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물가시대는 알겠는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원래도 가격대가 있는 곳인데, 29,000원에서 39,000원(갑오징어구이 소)은 너무한 듯 싶다. 이제 내돈내산이 아니라 남돈남산으로 가야하나?

 

서울중앙시장에 있는 이포어묵

옥경이네 건생선을 지나 이포어묵에 왔다. 이포어묵이 더 유명해진데는 유튜브채널 먹을텐데가 한 몫했다. 사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여기가 메인이 아니라서 알고도 못갔다.

지난 겨울 영미식당에서 거하게 백반을 먹고, 이포어묵에서 간단하게 한잔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포장과 달리, 매장에서 먹을 경우 기본으로 어묵 3개를 주문해야 한다는 말에 돌아섰다.

 

가마보코

왼쪽부터 왕수제, 치즈, 왕새우, 맛살, 왕떡, 순살, 날치알, 매운눔 그리고 대게살이 있다. 포장일 경우, 가격은 동일하게 개당 4,000원이다. 하지만, 안에서 먹는다면 +1,000원을 해야 한다. 이때, 매장이 아니라 포장으로 변경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자신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묵을 만드는 모습을 담았다. 지금 만들고 있는 어묵은 대게살이다. 대게의 고소함일까? 기름의 고소함일까? 암튼 고소고소하다. 바로 만들고 있는데 아니 먹을 수 없다. 

 

야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나는 야외 자리가 있다. 덥지만 않으면 밖에서 먹을텐데, 후덥지근한 날씨라서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들어왔다. 그런데 에어컨이 있는데 생각보다 그리 시원하지 않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참, 광장시장은 녹두전집이 지배하듯, 서울중앙시장은 이포어묵이 지배(?)한다. 여기 말고, 매장이 2곳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메뉴는 다양하지만, 수제어묵 3P(15,000원)을 주문했다. 어묵은 직접 나가서 고르고, 어묵만 먹을 수 없어 생맥주를 함께 달라고 했다. 이때, 주류 메뉴판을 봤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주문했다가 나중에 허걱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포어묵 대게살어묵, 왕새우어묵, 매운어묵 등장이요~

과자와 샐러드는 기본안주인데 어묵을 먹느냐 손도 대지 못했다

어묵이 엄청 실해~

카스생맥주가 5,000원인 줄 알았더라면 요즘 새로 나왔다는 켈리(병맥주도 오천원)를 주문했을 거다. 지극히 개인적은 생각인데, 광장시장은 만원의 행복같은 곳이라면, 서울중앙시장은 오만원의 행복같은 곳이다. 생맥주를 이 가격에 마셔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계산할때 겁나 아까웠다.

 

매운놈이라고 나와 있는 매운어묵이다. 핫바나 어묵이나 맵다고 해도 대체로 알싸한 정도인데, 이건 제대로 맵다. 하나씩 먹으려고 했던 계획을 왔다갔다 하면서 먹어야만 했다.

 

대게살 어묵이다. 역시 음식은 만들자 마자 먹을때가 가장 좋다. 대게살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어묵과 달리 구수함은 엄청 나다. 

어묵이라 쓰고 떡이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찰기와 쫀득함이 저세상급(?)이기 때문이다. 참, 안주로 어묵을 주문하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나온다. 즉, 다 먹을때까지 따끈함이 유지된다.

 

메뉴는 왕새우라고 나와있는데, 어묵이 대왕이라서 새우가 왕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새우가 어묵에 파묻혀서 맛도 잘 느껴지지 않지만, 어묵 자체가 좋으니 상관없다.

 

간장은 살짝만~

왼쪽부터 매운눔, 대게살 그리고 왕새우이다. 어묵 3개로 시작하다가, 중간에 히든메뉴라는 통감자구이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3개도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는 따로 달라고 해야 하나? 다른 테이블을 봐도 와사비간장뿐이라서 그냥 먹었다.

 

원래는 썰어서 나오는데, 혼자라서 통으로 달라고 했다. 왜냐하면 요렇게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술의 매력은 내맘대로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대게살과 매운 어묵은 따로 포장을 했다. 집에서는 밥반찬으로 통이 아니라 썰어서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구워서 먹었다. 이포어묵은 매장보다는 포장이 실속있고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영미식당에서 밥을 먹고, 어묵은 무조건 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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