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영미식당 (in 서울중앙시장)
옥경이네 건생선에 가기 위해 서울중앙시장에 갔는데, 앞으로는 한 곳을 더 추가해야겠다. 반건조 갑오징어에 녹색이 한잔도 좋지만, 손맛 좋은 백반을 선보이는 영미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다. 오징어볶음이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늘 그러하듯, 반건조 갑오징어를 먹으러 옥경이네건생선으로 가야 한다. 애정하는 곳이고, 서울중앙시장에 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혼술도 무지 끌리지만, 당분간 금주를 해야 하니 옥경이네를 지나 옆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분위기는 함바집 느낌이 나는 백밥집이다. 내부는 여기와 셀프바 옆으로 또다른 공간이 있다. 아마도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옆집으로 확장한 듯 싶다. 한파가 몰려온 어느날, 늦은 점심의 식당 안은 따스한 온기로 가득하다.
혼밥러도 있고, 둘 또는 셋이 와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동태탕을 안주삼아 반주를 곁들이는 풍경이 정겹다. 밥을 먹으러 왔고, 잠시 금주 중인데 반주가 급 땡긴다.
제육볶음을 잘하는 곳이지만, 육고기보다는 물고기를 좋아하기에 오징어볶음(8,000원)을 주문한다. 사실은 동태찌개가 무지 먹고 싶었다. 그런데 탕이나 조림은 2인부터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혼자 온 어느 분이 갈치조림 2인분을 주문한다. 그리고 1인분만 먹고 나머지는 직접 챙겨온 용기에 담는다. 아하~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혼자 오는 손님이 많은지, 커다란 쟁반은 그냥 두고 간다. 오랜만에 받아오는 쟁반 밥상이랄까나, 정겹고 좋다. 음식이 한번에 나와서 이때만 해도 반찬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왜냐하면 오징어볶음에 흠뻑 빠졌으니깐. 하지만 알타리김치만은 다르다. 워낙 좋아하는 반찬이기도 하고, 적당히 익은 무에 아삭한 식감까지 하나만 줬다고 해서 전혀 서운하지 않다. 왜냐하면 셀프바의 존재를 아니깐.
알타리김치에 이어 주인공을 넘보는 또다른 신스틸러는 고등어조림이다. 계속 끓이고 있는지 따끈하게 나왔다. 오징어볶음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겠다. 고등어도 좋아하는 해산물이기 때문이다.
아~ 진짜 미치겠다. 알타리에 고등어조림을 지나 이번에는 푹익은 파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인 듯한 김칫국이다. 잡내 없는 돼지고기와 배추김치가 들어있지만, 메인은 역시 파김치다. 냄새만으로도 엄청난 녀석(?)인줄 알았는데, 맛을 보니 깡패 등장이다.
반찬은 물론 국까지 간이 강하지 않다. 아직 메인은 시작도 안했는데, 반찬과 김칫국만으로도 공깃밥을 추가할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식당에서 먹는 오징어는 대체로 크기도 작고, 수입산일 경우가 많은데, 영미식당은 엄마표인 듯 큼직하고 국내산이다.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다 보니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밥도 미리 퍼놓지 않은 듯, 뚜껑도 없고 고봉밥 스타일로 나왔다. 밥 양이 그리 적지 않은데, 반찬에 국 그리고 오징어볶음으로 인해 부족하게 느껴진다.
낙지에 비해 오징어는 오래 익혀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오징어도 낙지만큼 부드럽고 야들야들해질 수 있다. 보기에 비해 매운맛은 덜하고, 굽기가 아니라 익음은 미디엄이랄까? 오징어가 큼직해서 오래 씹어야 할 줄 알았는데 저작운동을 그리 오래하지도 않았는데 꿀떡 넘어간다.
간은 기가 막히게 적당하다. 공깃밥 추가를 해야 하는데, 짜지 않아서 마구 먹어댔다. 나중에 물을 많이 마셔야 했지만,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김에 싸서 오징어다리를 더하면 미친 조합이 된다. 옥경이네건생선을 두고 영미식당으로 가다니, 잘한 선택인가 했는데 두고두고 칭찬받아 마땅한 선택이다. 이번에는 얌전히 밥만 먹었지만, 다음에는 여수식 대구탕 아니면 동태찌개 또 아니면 병어조림이다. 브레이크 타임도 없어 낮술하기 좋은 곳이니, 녹색이랑 무조건 함께 한다.
2022.03.16 - 반건조 갑오징어구이 끝내줘요~ 황학동 옥경이네건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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