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오보록
성북선잠박물관에 이어 선잠단지에 들렸다. 관련해서 더 갈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다. 또 배움의 장소일까 했는데 빵집이다. 뽕나무의 열매는 오디, 뽕잎과 오디로 만든 선잠빵이 있는 오보록이다. 박물관에 유적지 그리고 빵집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라니, 무지 맘에 든다.
집밥처럼 든든한 오보록빵의 비법이랄까?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고, 자연에서 얻은 효모를 직접 배양한단다. 여기에 12~15시간 동안 천천히 저온 발효한 반죽으로 굽는 빵이라서 매일 먹어도 소화에 부담이 없다고 한다. 동네빵집이 재벌빵집을 이기려면, 오보록처럼 매력이 있어야 한다. 참, 선잠단지에서 오보록까지 약 300미터로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작은 동네빵집이라서 포장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카페 공간이 따로 있다. 규모는 작지만 커피를 음미하면서 빵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혼밥 아니 혼빵이니깐. 가운데 테이블에 있는 빵은 전날 만든 식빵으로 할인을 하고 있다. 식빵은 대체로 며칠동안 먹으니, 굳이 당일 생산한 빵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나저나 진열대를 아무리 찾아봐도 선잠빵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솔드아웃인가 했더니 직원 왈, 선잠빵은 냉장고에 있다고 한다.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잼 아래, 오렌지? 레몬청? 옆에 단팥빵처럼 생긴 빵이 있다. 선잠빵을 찾긴 찾았는데, 겉모습은 무지 평범하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선잠빵은 겉이 아니라 속이 진국(?)이기 때문이다.
커피맛 모르는 1인이지만, 유기농 커피는 매우 몹시 궁금하다. 쓴맛은 거기서 거기일테지만, 그래도 유기농이라는 타이틀을 믿고 아이스 아메리카노(4,000원)를 주문했다.
유기농 커피라서 그런 것일까? 쓴맛 뒤로 고소함이 느껴진다. 카페인에 약한 1인이라 2샷은 겁나 부담스러운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고소함땜에 자꾸만 커피를 마시게 된다. 추운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다니, 얼죽아라고 오해할 수 있을까 싶어 미리 고백한다. 얼음이 녹으면 쓴맛이 연해자지 않을까 했는데, 녹기 전에 다 마셨다는 게 문제다.
소금빵에 중독된 1인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생크림 소금빵을 먹은 후, 플레인 소금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명란소금빵이 있긴 하지만, 짭조름한 소금빵에 또 짠맛이 가득한 명란이라니, 이건 아닌 듯 싶다.
치즈송송 바게트(4,800원)는 소금빵 대신 고른 빵이다. 18시간 저온 발효한 바게트 속에 치즈가 송송 박혀있다. 역시 빵은 생크림이 됐든, 치즈가 됐든, 박혀있어야 한다. 소금빵의 바게트 버전이랄까? 겉이 바삭 속은 쫄깃하고, 치즈로 인해 짭조름하다. 유기농 커피와 잘 어울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왜 선잠빵(3,900원)이라고 했는데, 속을 보니 알겠다. 우선 빵은 유기농 뽕잎으로 만들었고, 핑크 혹은 보라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요거트 오디생크림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디생크림 아래는 국산 발아팥으로 만든 앙금이다.
상큼한 생크림단팥빵이라고 해야할까나? 요거트로 만든 오디생크림이 상큼함을 담당하고 있다. 발아팥보다는 오디생크림 비중이 많아서 좋다. 오보록의 선잠빵은 선잠단지 근처에 있는 빵집이라서 만든 빵인 줄 알았는데, 뽕잎과 오디를 보니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는 걸 알겠다. 왜냐하면 선잠단은 누에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던 제단이기 때문이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뽕나무의 열매는 오디다.
선잠빵과 달리 치즈송송 바게트는 양이 많다. 먹을만큼만 접시에 담고 나머지는 포장을 했다. 커피도 남았으니, 좀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나저나 빵 해장을 할 정도로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성북동 쭈, 닭발 간판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맵(순)둥이라서 자신도 없으면서, 흘깃흘깃 쳐다보고 있다. 살짝 고민했으나, 영업 전이라서 참 다행이다.
2022.12.13 - 친잠례는 왕비가 주관한 유일한 여성 의례 성북선잠박물관 (ft. 선잠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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