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 굴따세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 시작은 늘 그러하듯 굴짬뽕이어야 하건만, 올해는 변화를 주고 싶다. 석화찜은 양이 많아서 혼밥은 힘들겠구나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을지로에 있는 안동장 굴짬뽕을 버리고, 경기도 안양에 있는 굴따세로 석화찜을 먹으러 간다.
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굴따세는 폭풍검색이 아니라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알게 됐다. 본방을 보고 난 후, 굴시즌이 오면 가야지 하고 찜을 해뒀다. 9월부터 굴을 먹을 수 있다지만, 날이 겁나 추워지기 기다렸다. 11월의 어느날, 안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영업시간이 오전 11시부터이지만, 오픈런은 부끄러워서 점심무렵에 도착을 했다.
낮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다행히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잠시 후,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다. 몇 명이요라고 물어보기에, 1명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굴로 만든 음식이 이리도 많은 줄 몰랐다. 굴을 좋아하기에 다 먹고 싶지만, 혼밥이라서 오직 석화찜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생굴찜도 있는데, 이건 아귀찜처럼 양념을 한 거라고 한다. 어차피 메뉴를 정하고 왔으니, 석화찜(36,000원)을 주문한다. 직원분이 혼자서 다 먹을 수 있겠냐고 걱정을 했지만, 주먹을 불끈 쥐면서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석화찜이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나왔다. 셀프바에 있는 반찬은 주로 식사고객용으로, 원래 기본찬은 3가지라고 한다. 더 먹고 싶은데 직접 가져다 먹으면 된다는데, 석화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나저나 가스버너를 있어야 할 자리에 생뚱맞게 쟁반을 뒤집어놨다. 안그래도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불이 없으니 스피디하게 달려야겠다.
커다란 양은 냄비라고 할까나? 뿌연 연기와 함께 고소한 내음이 장난이 아니다. 재료가 좋은지, 비릿한 냄새는 일절없다. 굴을 무진장 좋아하지만, 생굴은 10개 이상은 못 먹는다. 바다내음이 좋긴 하지만, 많이 먹으면 굴 특유의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찜은 다르다. 시작부터 끝까지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다. 그저 향긋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은 냄새만 있을 뿐이다.
석화찜을 먹는 방법은 껍질이 벌어져 있는 공간을 노리면 된다. 그 안에 나이프를 넣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힘을 주면 껍질이 가볍게 벗겨진다. 석화찜은 오버쿡이 되거나 식으면 부들부들하고 야들야들한 맛이 사라진다. 그래서 촬영을 하면 안되는데, 사진도 찍고 싶고, 어서 빨리 먹고 싶고 이래저래 바쁘다.
석화는 겨울 꽃중의 꽃이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지만, 먹으면 더 행복해진다. 80% 정도 익었다고 해야 할까나? 웰던보다는 미디움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관자를 제외하고는 저작운동이 필요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겨울만 오면 석화찜을 먹었더니, 스킬이 생겼는지 껍질 제거를 참 잘한다. 두어개 정도는 입(?)을 꽉 다물고 있어 힘이 들긴 했지만, 벌어진 틈을 찾아 공략을 했고 백퍼 성공을 했다. 야들야들한 굴에도 쫄깃한 관자는 있다. 떼어내기 힘들지만, 맛을 위해서는 포기란 없다. 숟가락을 이용해 싹싹 긁어내서 야무지게 다 먹는다.
굴 자체에 간이 되어 있으니 굳이 간을 더할 필요는 없다. 선도가 워낙 좋아서 초장없이 그냥 먹어야 굴의 진항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초장이 필요하다면, 마늘 하나 올려서 같이 먹으면 더 좋다.
진주는 바라지도 않는데, 넌 누구니? 양이 꽤 많아서 다 못먹으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녹색이의 도움으로 삶은계란만을 남기고 야무지게 완찜을 했다. 도전먹방이라 하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성공을 하니 나름 뿌듯하다.
석화찜이 많아 보이지만, 솔직히 배는 그닥 부르지 않는다. 삶은계란도 먹어야 하고, 셀프바에서 가져온 볶음김치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생굴라면이다. 석화찜에 생굴라면까지 다 계획을 하고 왔다는 거, 안 비밀이다.
자박하게 끓인 라면보다는 국물이 어느정도 있는 라면을 좋아한다. 간도 센듯하니, 물을 더 넣고, 매운맛을 위해 청양고추와 삶은계란을 투하했다. 신라면같던데 겁나 매운 청양고추로 인해 열라면이 됐다.
역시 마무리로 생굴라면은 탁월한 선택이다.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은 녹색이를 부르고, 면과 생굴 그리고 볶음김치의 조화는 말해 뭐해다. 굴짬뽕을 버리고 석화찜을 선택하길 정말정말 잘했다. 혼자서 원없이 먹었으니, 당분간은 그만 다른 굴 음식을 찾으러 떠나야겠다. 겨울은 춥지만, 굴이 있어, 꼬막이 있어, 과메기가 있어, 도루묵이 있어 따뜻하다.
2022.01.28 - 역시 굴짬뽕은 을지로3가 안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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