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구이나라
반건조 박대의 진가는 조림보다는 구이라 생각한다. 물론 양념에 뒤덮인 조림도 좋아하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박대 본연의 맛은 구이가 딱이다. 박대의 고향(산지)에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 제철 반건조 박대를 노릇노릇하게 구운 박대구이를 먹으러 전북 군산에 있는 구이나라로 향했다.
제철 반건조 박대는 군산신영시장에서 구입했으니, 이제는 식당을 찾아야 한다. 방송에 나온 곳이 있던데, 거기로 갈까 하다가 현지인 찬스를 쓰기로 했다. 계산을 하면서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시장 근처에는 없고 이성당 뒤편으로 가면 생선구이 집이 있는데 거기라면 박대구이를 먹을 수 있을 거다."
군산에 오면 이성당은 무조건 무조건인데, 밥집도 근처라고 하니 아니 반가울 수 없다. 시장에서 이성당까지 약 1.2km, 그리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갔다. 이성당에 도착을 했고, 뒤편으로 가니 생선구이를 하는 식당이 있다. 구이나라와 한 집이 더 있는데, 어디로 갈지 검색을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손님이 좀 더 많은 구이나라로 들어갔다.
2인 이상이면, 박대뿐만 아니라 다른 생선이 함께 나온다. 그런데 1인은 박대구이만 나온다. 박대조림은 1인분 가격으로 나와 있지만, 주문은 2인분부터다. 온 김에 다른 생선구이도 맛보고 싶지만, 혼밥이라서 박대구이 특으로 1인분(15,000원)을 주문했다.
밥솥은 밥솥인데 밥이 아닌 숭늉이 들어 있는 밥솥이다. 이 향과 이 때깔, 제대로된 숭늉이 확실하다. 이건 디저트인데, 애피타이저로 먹을까 하다가, 피날레를 위해 꾹 참기로 했다. 박대구이랑 숭늉, 벌써부터 기대만땅이다.
남도라고 해서 반찬이 다 맛깔나지는 않나보다. 어차피 주인공은 박대라서 밑반찬은 큰기대를 하지 않았다. 연근조림과 고추장아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거시기(?)했다. 대신 밥은 고슬고슬하니 좋았고, 된장국도 나쁘지 않았지만 박대를 먹느라 많이 남겼다.
비린내가 없다더니, 조림도 구이도 진짜 일절 나지 않는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박대구이는 겉은 황금빛깔인데, 속은 하얀빛깔이다. 처음 만나는 생선이다 보니, 먹는 방법을 모르겠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가운데 뼈를 중심으로 젓가락으로 살을 훑고 지나간다.
그럼 요렇게 반으로 딱 잘라져 나온다. 가시가 많긴 한데, 연한 가시는 그냥 씹어 먹어도 된다. 박대는 조기나 갈치, 가자미에 비해 두께가 얇다 보니, 튀깃듯 구우면 더 바삭해진다. 식당은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지만, 집에서는 밀가루 옷을 입히지 않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루고 박대를 바로 투하하면 된다.
구이나라에서도 박대를 따로 판매하나 보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특과 보통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은 2마리, 보통은 한마리인 줄 알았는데, 크기차이란다. 즉, 사진 속 박대로 특과 보통을 구별하면 된다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생선구이는 무조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흰살생선을 대표하는 조기, 갈치, 가자미는 여러번 먹었지만, 박대는 처음이다. 생물이 아니라 반건조이니 살에 부서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이게 박대 특유의 맛이랄까? 고소함과 담백함은 기본으로 깔고, 정확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데 입과 손이 무지 바쁘다.
밑반찬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박대구이와 밥만 보인다. 먹고 있는데도, 숟가락은 다음 차례를 준비하면서 바삐 세팅을 끝냈다. 비린맛이 없다는 건, 정말로 큰 장점이다. 김치 사진은 연출입니다~
처음에는 한입만을 하듯, 과감하게 먹었는데, 한마리가 남고 나니 급 소심해졌다. 아까는 생선회가 더 많은 초밥을 먹었다면, 지금은 회보다는 밥이 더 많은 초밥을 먹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먹다보니, 많이 식었는데도 비린내는 전혀, 고소함만 가득이다.
참, 집에서 박대구이를 할때 소금간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반건조를 하는 과정에 염장을 하기 때문이다. 생선구이는 집보다는 식당에서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 박대는 예외다. 밖에서 건조한 박대를 구입해서, 혹시나 하는 맘에 가볍게 세척을 했다. 그런 다음 키친타월로 수분을 제거하고 바로 구웠다.
숭늉은 물에 비해 누룽지가 턱없이 부족해서 남은 밥을 추가했다. 디저트처럼 후루룩 마신다면 굳이 밥을 더 넣을 필요가 없지만, 숭늉에 밥을 말아서 박대구이 한 점을 올리고 싶어서다. 담백함에 고소함 그리고 구수함까지 멈출 수가 없다. 처음에는 박대만 나온다고 해서 내심 섭섭했는데, 지금은 박대만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알을 품은 박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흔하지 않을 거다. 건조로 인해 살에 탄력이 생겼듯, 알은 어란이 되어 퀄리티가 확 올라갔다. 귀한 박대구이는 남길 수 없다. 밥에 숭늉까지 남김없이 다 해치웠다. 박대의 참맛을 알았으니, 겨울이 찾아오면 통영 굴과 함께 군산 박대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2022.11.23 - 반건조 박대가 익어가는 전북 군산 신영시장 (ft. 유진상회)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니깐 뜨거운 매생이국 도화동 남해바다 (15) | 2022.12.09 |
---|---|
소금빵에 생크림은 반칙 경기 안양 킹스베이커리 (10) | 2022.12.07 |
고소한 크림 짭조름한 명란이 만나 크림멘타이코파스타 도화동 알덴테 (21) | 2022.12.05 |
석화찜은 스피드야~ 경기 안양 굴따세 (18) | 2022.12.02 |
단팥빵은 역시 전북 군산 이성당 (15) | 2022.11.28 |
버터 풍미 가득한 소금빵 저동 언노운커피앤베이커리 본점 (10) | 2022.11.24 |
숯불향이 퍼지는 LA갈비와 구수한 청국장 인현동2가 시골집 (14) | 2022.11.21 |
주꾸미 날치알 치즈 솥밥은 맵지 않아~ 신도림동 후와후와 현대백화점디큐브시티점 (15) | 2022.11.18 |
짭짤한 소금빵과 바삭한 너트쿠키 경기 수원 팔달제과 (16) | 2022.11.16 |
푸짐하고 바삭한 후라이드 경기 수원 진미통닭 (8) | 202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