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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동2가(을지로4가) 시골집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맛나듯, 남이 구워주는 고기도 그렇다. 은은하게 감도는 숯불향에 절제된 양념으로 인해 고기 맛은 한층 더 살아난다. 소고기에는 된장찌개라면 LA갈비에는 구수한 청국장이다. 파김치 피처링을 더하면 밥을 부르고 술을 부른다. 인현동2가(행정주소)이자 을지로4가에 있는 시골집이다.

 

주인장이 직접 구워주는 시골집!
사진 밖으로 4인 테이블이 2개 더 있어요~

원래 계획은 을지로3가에 있는 안동장이었다. 굴시즌이 돌아왔으니 굴짬뽕을 먹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번 정류장은 을지로3가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도착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애써 모른척 딴짓을 하다,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을지로 4가에서 내렸다. 안동장을 버리고 시골집에 온 이유는 얼마 전에 유튜브로 본 LA갈비가 너무나도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을지로에 LA갈비 골목이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깃집에서 혼밥은 겁나 어렵기에 시도를 못했는데, 영상을 보니 주인장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남이 구워주는 고기라면, 아니 갈 이유가 없다.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메뉴는 식사류와 안주류로 나뉜다. 고기는 LA갈비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돼지갈비에 목살 그리고 갈매기살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LA갈비만 된다고 한다. 이유는 유튜브(성시경의 먹을텐데)에 소개가 된 후, 사람들이 그것만 찾아서란다.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이 라갈비이니, LA갈비(14,000원) 2인분을 주문했다. 참, 혼밥이니 1인분? 이거 안된다. 첫 주문은 무조건 2인분인데, 라갈비 하나, 돼지갈비 하나 이렇게 2인분도 안된다.

 

인현동2가 시골집 LA갈비와 서비스 청국장 등장이요~
콩나물과 오이 무침
매운 알타리와 안 매운 호박볶음
LA갈비를 더 빛나게 해주는 양파소스와 공깃밥!

고깃집이 아니라 백반집인가? 김치와 밑반찬을 직접 만든다고 하더니, 맛이 예사롭지 않다. 고기가 나오기 전에 반찬만으로 녹색이 한병을 아작낼 수준이다. 특히, 파김치가 예술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고기랑 같이 먹어도 좋고, 밥과 함께 먹으면 끝장이다.

 

2인분인데 혼자서도 충분해~
밥만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평일 1시 이후는 그닥 복잡하지 않다. 따로 브레이크타임이 없으니, 혼밥이라면 늦은 오후가 좋다. 1인분에 200g이지만, LA갈비는 뼈 무게땜에 2인분이어도 양이 많지 않다. 돌판에 갓 구운 라갈비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소스 없이 고기만 먹으면, 은은한 숯불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불향은 참 맘에 드는데, 생고기인가 할 정도로 양념 맛이 겁나 약하다. 하지만 고기에 양파 소스를 더하면, 신기하게도 양념 맛이 살아난다. 주인장이 고기를 갖다주면서, 왜 양파소스랑 같이 먹으라고 했는지 알겠다. 즉, 숨겨왔던 양념 맛이 소스를 만나 멈출 수 없는 맛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구수한 청국장 완전 좋아~

서비스 청국장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구수함이 가득 맴도는 제대로된 청국장이다. 내용물이 푸짐해서 콩나물무침에 애호박볶음을 더해 쓱쓱 비벼먹고 싶지만 고기를 먹어야 해서 꾹 참았다.

 

그동안 LA갈비를 몇 번 먹었지만, 달달한 양념 사이로 뜷고 들어오는 잡내로 인해 늘 실패를 했다. 시골집도 비슷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완전 다르다. 우선 양념이 달달하지 않다. 두께가 얇은 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숯불향이 제대로 스며들었다. 손질을 잘했는지 비계도 거의 없고, 적당히 씹히고 적당히 부드럽다. 양파 소스도 훌륭하지만, 밥에 라갈비 그리고 파김치 조화는 완벽이다.

 

청국장에 밥을 말면~
청국장 죽이 됩니다!

혼밥이 좋은 점은 덜어서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어차피 내 입으로 들어올 음식이니, 뚝배기에 밥을 투하한다. 반주에는 비빔밥보다 청국장죽이 더 어울리니깐. 밑반찬이 워낙 좋으니, 고기없이 반찬만 더해서 먹어도 행복하다. 참, 공깃밥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LA갈비는 손으로 뜯어야지~

고기를 먹고나면, 뼈 주위를 감싸고 있는 근막(?)이 남는다. 예전에는 비계인 줄 알고 먹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앞니로 공간을 만든 후, 뼈을 돌리면서 근막을 뜯어먹는다. 고기와 달리 식감은 훨씬 강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깔끔하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기 한점 남기지 않고 마무리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주인장이 고기를 굽고 있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데, 맛에서도 느꼈지만 생고기라 할 정도로 양념이 강하지 않다. 고기 손질부터 양념까지 직접한다는데, 자부심이 엄청나다. 굴짬뽕대신 LA갈비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라갈비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시골집도 라갈비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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