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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신영시장 (feat. 유진상회)

겨울의 시작은 굴과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그동안 녀석의 존재를 몰라서 못 먹었지만, 확실히 알게 된 지금은 굴을 제치고 박대가 선두에 올랐다. 노릇노릇 황금빛깔 박대를 만나러 전라북도 군산 신영시장으로 향했다.

 

전북 군산시 신영동에 있는 신영시장!

아귀와 물메기 그리고 박대는 너무 흔해서 생선 취급을 받지 못했지만, 박대만은 맛이 좋아서 군산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단다. 생선인데도 비린내가 없다는 박대, 정말 그러한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군산신영시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해산물은 산지직송보다는 산지가 훨씬 좋으니깐.

신영시장은 바닷가 마을 시장답게 박대는 물론, 젓갈류에 조기, 꽃게, 고등어, 장대 등 다양한 해산물이 있는 전통시장이다. 시장 입구는 바다 내음보다는 싱그러운 청과물 점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나저나 주인장 사진으로 간판을 만들다니,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푸릇푸릇해~

김장 시즌이다 보니, 배추에 무 그리고 새우젓에 액젓이 한 곳이 모여있다. 지난 주말에 우리집도 김장을 했다. 이제는 사먹자고 말하면서, 11월 중순이 넘어가면 베란다에 배추탑이 생긴다. 전날 배추를 절이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김장에 돌입한다.

어릴때는 하루종일 했었는데, 이제는 반나절이면 끝이다. 김장을 적게 하기도 하지만, 구경만 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속재료 준비부터 양념을 배추에 버물리는 일까지 일손을 추가하니 확실히 금방 끝난다. 김장의 끝은 따끈한 수육과 함께 몸살이라는 거, 안 비밀이다.

 

단감을 오래두면 홍시가 되는 줄 알았는데, 단감과 홍시는 같은 감이지만 품종이 다르다. 요맘때가 되면, 어무이는 시장에서 대봉감을 박스째 구입한다. 다른 과일과 달리 바로 먹지 않고, 박스에서 꺼낸 서늘한 곳에 간격을 유지하며 나란히 둔다.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이라는 양념을 더하면, 대봉감은 손대면 톡 터지는 홍시가 된다. 홍시는 부모님의 최애 간식인데, 난 아직 그 맛을 모르겠다. 곶감을 제외하고 감은 언제나 떫은 맛이다.

 

생물 코너입니다~

바닷가 마을 시장답게 생물 생선이 참 다양하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박대가 안 보인다. 제철이니 생물 박대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혹시나 싶어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요즘 박대가 잘 잡히지 않는단다. 제철이고 산지라고 해서 군산에 왔는데, 올해는 박대가 흉년인가?

 

촬영한 허락한 유진상회!
넌 이름이 뭐니? 박대입니다!

아까는 생물 생선만을 취급하던 곳이라면, 유진상회는 건조생선을 취급한다. 박대가 흉년이라고 들었다고 하니, 대체로 건조를 해서 생물은 볼 수 없었을 거라고 이곳 주인장이 알려줬다. 휴~ 다행이다. 박대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 했는데, 반건조라도 만났으니 됐다.

참, 박대는 참서대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해안의 모래와 갯벌의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군산 등 서해 연안에서 주로 잡힌다. 박대는 주둥이가 둥글고 입은 휘어져 있으며, 머리와 눈이 작고 두 눈은 가깝게 붙어있다. 

 

생물에서 반건조가 되기까지~
박대껍질은 따로 모아 묵을 만든다~

생선은 생물일 때와 달리 말리면 영양가와 감칠맛이 함께 높아진다. 박대는 생물보다는 주로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먹는다. 생물 박대는 내장을 제거하고 세척 과정을 거쳐 햇볕에 말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과정이 은근 복잡하다.

우선,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 후, 깨끗하게 세척을 한다. 천일염을 뿌려 12시간 정도 염장 작업을 거치고, 껍질을 제거한 후 다시 세척을 한다. 모든 과정을 끝났으면 건조대에서 화려한 햇살에 몸을 맡긴다. 여름에는 2시간,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면 3~4시간 정도 말리면 감칠맛 폭탄 반건조 박대가 된다. 

 

날벌레가 없으니 박대 말리가 참 좋다~
한땀 한땀 박대를 건조대에 올려요~

박대와 서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다르다. 서대는 30cm를 넘지 않는데, 박대는 최대 60cm도 있다. 군산은 박대가 특산물이라면, 여수는 서대가 특산물이다. 즉, 박대는 서해, 서대는 남해다. 박대는 주로 구이나 찜으로 먹는데, 서대는 회와 무침으로 먹는다. 박대도 밴댕이처럼 성질이 급해서 뭍으로 나오자마자 죽는다고 한다. 이런 특성때문에 서대와 달리 박대는 회보다는 주로 말려서 먹는다. 

 

신영시장 공동건조장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바람에 이름을 모르겠다~

신영시장은 건어물을 위생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공동 건조장과 작업장을 조성했다. 일반인은 출입금지라고 해서 들어갈 생각도 안했는데, 외관만 찍고 있는 나를 바라보던 어르신이 안으로 들아가도 된다고 코치를 한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건물만 찍으면 뭔 재미냐 하셔서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잘 들고, 커다란 강풍기가 연신 돌아간다. 마침 작업하는 분이 있어, 혹시 건조 중인 박대가 있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없단다. 박대는 유진상회에서 충분히 찍었으니, 다른 녀석들을 후다닥 담고 내려왔다. 

 

다시 유진상회로~
둘 중에 하나는 가자미가 확실하다~
너의 이름은 건민어~

유진상회를 필두로 건생선 가게가 쭉 이어져 있지만, 더이상 앞으로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쿨하게 사진 촬영을 허락해줬고, 박대 말리는 과정 설명부터 건조대에서 박대는 말리는 모습까지 디테일까지 다 담을 수 있도록 해줬으니깐. 큰 도움을 받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공동 건조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유진상회로 돌아와 박대를 구입했다.

9마리에 2만원, 3만원인데 3만원짜리가 좀 더 두툼하다. 크기가 크면 살이 많다고 하는데, 2만원짜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가 10시 30분이었나? "혹시 제가 첫 손님인가요?"라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카드결제가 가능하지만, 마수걸이에는 카드보다는 현금이다. 꺼냈던 카드를 다시 넣고, 현금을 드렸다. 역시 오는정이 있으면 가는정도 있다. 서비스로 박대를 2마리나 더 넣어줬다.

   

군산공설시장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신영시장

군산신영시장은 약 12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인데, 더 둘러볼 맘이 사라졌다. 왜냐하면 박대를 만났고, 건조되는 과정을 봤으며, 구입까지 완료했으니깐. 다시 시장 입구로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말고 뒤를 돌아본다. 군산을 대표하는 공설시장이 길 건너편이 있다. 공설시장으로 가기 전에, 박대조림부터 먹고 갑니다~

 

엄마표 박대조림!

박대구이는 군산에서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먹었다. 무리이지만 구이와 조림을 다 먹으려고 했는데, 조림은 기본이 2인분이라고 해서 포기를 했다. 생선조림에는 무가 필수라 알고 있는데, 우리집은 무를 거의 넣지 않는다. 이유는 무가 맛있는 맛을 다 뺏어가서 그렇다고 어무이는 말씀하셨다.

무없는 박대조림은 오롯이 박대가 주인공이다. 비린내가 없다고 하더니, 정말 일절 없다. 담백함은 기본, 조림 양념을 더해 감칠맛이 폭발한다. 참, 박대는 생강과 찰떡궁합이라고 하니, 조림에 다진생강(혹은 생강청)은 필수다. 언제나 매번 늘 느끼는 거지만, 해산물은 산지에서 그리고 제철을 노려야 한다. 겨을의 시작은 이제부터 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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