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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마포갈매기골목 부산갈매기

자칭 혼밥 만렙이라고 주장하지만, 고깃집만은 아직 장악하지 못했다.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고깃집이 아니라, 동근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찐고깃집은 아직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진정한 혼밥러로 거듭나기 위해 마포 갈매기골목에 있는 부산갈매기를 찾았다.

 

마포에는 갈매기골목이 있다~

마포 갈매기 골목에서 부산갈매기를 택한 건, SINCE 1978 때문이다. 먹자골목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는, 식당의 역사를 본다. 오래 됐다는 건, 그만큼 찾는 이도 많도 맛도 있다는 증거니깐. 다른 집도 똑같은지 모르겠지만, 부산갈매기는 브레이크타임이 없다. 혼밥은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야 하듯, 혼고기는 사람이 많이 오는 저녁시간을 피해야 한다. 

 

횟집도, 술집도, 뷔페도 혼자가면서 이상하게 고깃집만은 어려워했다. 그동안은 혼밥 만렙이 살짝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진정한 만렙이 됐다. 왜냐하면 용기를 내서 식당 문을 열었고, 당당히 혼자 왔다고 말했고,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공간이 널널하다는 거,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처음처럼과 새로 같은 가격~

소금구이는 목살이라고 한다. 다른 고기는 국내산인데, 갈매기살은 프랑스에서 왔다. 메뉴판을 처음처럼에서 만들어줬는지, 이슬이나 두꺼비도 있을텐데 여기에는 없다. 그건 그닥 중요하지 않고, 마포 갈매기골목에 왔으니 갈매기살을 먹어야한다. "갈매기살 2인분(30,000원) 주세요. 그리고 새로도 주세요."

 

부산갈매기 갈매기살 등장이요~
저 기름은 챔기름~
상추와 깻잎 / 마늘과 쌈장

불판에서 고소한 향이 나서 자세히 보니 참기름이다. 갈매기살이 처음도 아니고, 불판 모양을 보니 계란물을 넣어주는구나 했다. 그런데 덩그러니 불판만 있다. 쌈채소와 파채무침 그리고 마늘과 쌈장은 고깃집 필수 반찬인데, 잘게 썬 배추김치는 살짝 튄다.

고기 먹을때 김치가 있으면 좋긴 한데, 양도 그렇고 담음새가 거시기(?)하기 때문이다. 김치의 역할을 잠시 후에 자동적으로 밝혀지고, 뜨끈한 우거지 된장국으로 먼저 속을 달래본다. 참, 쌈장이 있긴 하지만 갈매기살에는 기름장이 훨씬 잘 어울린다.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살이다. 위치가 그러하다 보니 누린내와 같은 육향이 진하게 난다. 그때문인지 갸볍게 양념이 되어 있다. 갈비처럼 간장양념은 아니고, 다진마늘과 후추 정도랄까? 다진마늘은 눈으로 보였고, 후추는 먹을때 느껴졌다.

 

고기를 올리고, 참기름이 있는 공간에는 김치와 마늘을 넣으라고 직원이 알려줬다. 잘게 썰은 김치가 나온 이유는 이거였다. 여럿이 먹는다면 불판 가득 고기를 올려야 하지만, 혼자 먹으니 먹을만큼만 올린다. 대신 고기가 중간에 끊어지면 안되므로 시간차를 두고 올린다.

사진을 찍지 않고 굽고 먹기만 한다면 그리 번잡하지 않을텐데 찍고 굽고 먹으려고 하니 불편하다. 하지만 촬영을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칼없이 전쟁에 나가는 장군은 없을테니깐. 

 

노릇노릇 김치와 마늘 그리고 갈매기살이 익어간다. 요즘은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육즙을 살리기 위해 70~80% 정도 됐을때 먹는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는 120%다. 덜 익히면 비계의 물컹함이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혹시 모를 누린내까지 차단하려면, 육즙을 버리고 식감만 선택한다.

갈매기살은 삼겹살에 비해 비계 함량은 덜하지만, 진한 육향이 나서 더 익혔다. 이럴 때는 혼고기가 최고다. 많이 익힌다고 타박주는 사람이 없으니깐. 

 

새로는 제로슈가 소주다. 녹색이가 아니라서 많이 섭하지만, 단맛이 없고 소주 특유의 맛도 없다. 부드럽게 넘어가니 목넘김도 당연히 좋다. 비슷한 느낌으로 보해소주가 있는데, 있는 곳보다는 없는 곳이 훨씬 많다. 새로보다는 보해를 더 좋지만, 없으니 새로를 마신다. 갈매기살 + 마늘 + 김치 그리고 새로 한잔, 이 조합 대찬성이다.  

 

고기쌈의 정석~
혼자라서 고기 2점도 가능해요~

두점을 넘어 석점이다. 혼고기라서 가능한 쌈이 아닐까 싶다. 완전 잘 익은 갈매기살에 참기름 샤워를 한 김치와 마늘 그리고 신선한 파채무침을 상추와 깻잎이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씹을수록 고소한 갈매기살은 쫄깃한 식감을 타고, 조연같았던 김치와 마늘, 파채는 중간중간 "저 여기 있어요"라고 존재의 이유를 알려준다. 산뜻한 깻잎향으로 마무리를 하기 전에, 두손은 벌써 다음 쌈을 준비하고 있다.

 

불판에 누른 김치양념은 밥없는 김치볶음밥이랄까? 김치가 아닌 다른 녀석(?)을 만나기 위해 불판을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그릇이 작아서 2인분치고는 양이 많지 않구나 했는데, 먹다보니 엄청 푸짐하다. 

 

김치와 마늘을 보내고 계란크러스트 등장이요~

이제야 익숙한 모양새가 나왔다. 부산갈매기에서는 계란크러스트라고 하던데, 참기름을 깔고 그 위에 계란물을 소복하게 담는다. 화력이 세지 않으니 계란은 은은하게 익어가고, 50% 정도 익었을때 계란말이로 만들어줘야 한다. 돌돌 말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참기름 향이 진하게 느껴져~

계란지짐보다는 게란말이가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냥 먹어도 좋고, 쌈에 넣어서 먹어도 좋다. 들기름에 두부지짐은 아는 맛인데, 참기름에 계란말이은 몰랐다. 꽤나 괜찮으니 집에서 해봐야겠다.

 

돼지고기를 먹을때 무조건 쌈이다. 비계 못 먹는 1인이라 비계의 물컹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매기살은 비계가 함량이 적어서 쌈없이 먹어도 괜찮다. 혼자서 고기 2인분에, 김치 리필해서 2번 그리고 새로 한병까지 그 어렵다는 혼고기를 성공했다. 물론 엄청 한산한 시간대에 가긴 했지만, 이제는 고깃집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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