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황남빵 본점 (feat. 신경주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과 빵집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첫째날에 감포공설시장에 다녀왔으니, 둘째날은 빵집이다. 찰보리빵은 빵집이 너무 많아 선택장애가 오는 바람에, 숙소(141미니호텔)에서 가까운 황남빵 본점으로 향했다.
황남빵과 함께 찰보리빵도 경주를 대표하는 빵인데, 찰보리빵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골목마다 빵집이 있다. 그에 비해 황남빵은 희소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나? 숙소와 황리단길 사이에 본점이 있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빵 하나로 단독 건물이라니 SINCE 1939의 위엄이 느껴진다.
황남빵 하나만 판매하는 곳이니 다른 빵집과 달리 진열대가 있을 필요가 없다. 뭘 사야하나 고민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니 무지 편하다. 그저 계산대 앞에 가서 황남빵 주세요 하면 된다.
황남빵은 경주 황남동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최영화옹이 조상대대로 집안에서 팥으로 밥과 떡을 빚어 먹던 것을 독창적으로 개발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3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경주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한 개당 천원이며 개별포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박스가 아니 종이에 담아준다. 10개면 충분할텐데 했다가, 박스 포장이 아니라고 해서 20개가 들어 있는 1호(20,000원)를 주문했다.
열량이 한개에 105kcal이며, 팥은 100%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더불어 방부제나 화학첨가료를 넣지 않고, 전공정을 기계가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든단다. 그만큼 정성이 있다는 거, 인정이다.
황남빵이 처음은 아닌데, 너무 오랜만이라서 무지 낯설다. 단팥빵 크기 정도 되겠지 했는데, 꽤나 앙증맞고, 4개씩 5줄로 되어 있다. 바로 맛을 보고 싶었으나, 황남빵은 부모님을 위한 소박한 선물이라서 촬영만 하고 다시 포장을 했다.
황남빵의 특징은 말랑말랑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는 팥소의 담백함이라고 한다. 또한 빵껍질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은 재료의 배합과 반죽의 농도가 딱 맞아 떨어져야 황남빵 고유의 맛이 나기 때문에 손저울을 사용해 엄격하게 비유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포장종이이에 나와있다.
황남빵을 사고 숙소에 다시 들려서 캐리어를 챙긴 후 신경주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살피는데, 어라~ 경주역이 보인다. 불현듯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경주에 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경주역에 내려서 첨성대, 대릉원 등 주요 유적지를 버스가 아닌 걸어서 다녔다.
KTX는 신경주역이고,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는 경주역인가 했는데 아니다. 경주역이 폐역이 된 데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철로 이설을 권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동역처럼 경주역도 문화플랫폼으로 도시재생을 했다던데, 기차표를 한시간 앞당기는 바람에 둘러볼 여유가 없다.
경주 여행은 고생으로 시작해 배앓이로 끝났다. 처음부터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추억은 많았던 여행인데 마지막에 뜻하지 않게 큰 선물을 받게 됐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한시간을 앞당겨 기차표를 다시 예매했고, 신경주역에 도착해서는 몰려오는 잠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런데 조용하던 역이 갑자기 소란해지더니,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인다. 졸립고 귀찮아서 관심이 없었는데, 궁금함은 귀찮음을 이긴다. 경주로 여행을 온 사람에게 2만원권 교통카드를 주는 이벤트였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아싸~ 황남빵 득템이다.'
얇은 빵 안에 국내산 팥으로 만든 소가 꽉 찼다. 개인적으로 알갱이가 살아있는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을 좋아하는데, 경주 황남빵은 팥 알갱이가 하나도 없다. 씹히는 맛은 덜하지만 빵도 팥도 부드럽고, 단맛도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빵 크기는 작아도 팥소가 가득이라서 하나만 먹어도 충분하고, 두개 이상 먹으면 단맛이 과하게 느껴진다.
탈이 많았던 경주여행, 그 보상이랄까? 서울로 가는 KTX 안에서 2만원권 교통카드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경주가 밉다가 좋았다가 아팠다가 다시 좋아하기로 했다. 고로 한번 더 경주로의 여행을 꿈꿔야겠다.
2022.12.15 - 고생은 추억을 남기고~ 경북 경주 감포항 (ft. 감포공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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